기획특집

[전교 주일 특집] 해외 선교 현주소는?

이소영 기자
입력일 2022-10-19 수정일 2022-10-19 발행일 2022-10-23 제 3315호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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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사 수 줄었지만 준비는 더 꼼꼼히… 정체성 교육 강화 필요
선교지의 ‘다름’ 인식할 수 있게
문화 적응 등 준비 노력 철저 
자아성찰과 영적 상담도 마련

한국가톨릭해외선교사교육협의회가 펴낸 ‘2022년 해외선교지도’와 대륙별 한국인 선교사 파견 현황(그래프).

한국가톨릭해외선교사교육협의회(회장 남승원 토마스 아퀴나스 신부, 이하 해선협)가 ‘2022년 해외선교지도’를 펴냈다. 해외선교지도는 전 세계 활동 중인 한국인 선교사들의 현황을 파악해 제작했다. 이 지도를 토대로 해외선교 현주소를 살펴보고, 해외선교사 교육에서 더욱 주안점을 둘 부분을 알아본다.

■ 전 세계 가톨릭 한국인 선교사 891명

2022년 전 세계 가톨릭 한국인 선교사 수는 891명이다. 기쁜 소식을 전하고, 받는 교회에서 주는 교회로 거듭나기 위한 한국교회 노력은 지속되고 있지만, 그 수는 2020년 1026명에 비해 135명이 줄었다. 그럼에도 복음을 전하기 위한 걸음은 계속되고 있다. 코로나19 등의 상황에도 아메리카 264명, 오세아니아 32명, 유럽 157명, 아프리카 92명, 아시아 346명 등 세계 곳곳을 향한 복음 전파 활동은 이어지고 있다.

해선협이 올해 5월 조사해 9월 30일 발행한 ‘2022 해외선교지도’에 따르면 한국인 선교사는 아시아에 가장 많이 파견돼 있다. 전체 한국인 선교사의 38.8%로, 그 뒤로는 아메리카(29.6%), 유럽(17.6%), 아프리카(10.3%), 오세아니아(3.6%)순이다. 이 같은 한국인 선교사 파견 단체를 살펴보면 여자 수도회 598명, 남자 수도회 105명, 선교회 81명, 교구 97명, 평신도 10명으로, 남녀 수도회에서 가장 많이 파견되고 있다.

이렇게 파견된 선교사들은 다양한 사도직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 현황을 보면 현지 사목이 30.3%로 가장 많고, 사회복지(21.7%), 교육(13.2%), 의료(8.4%) 등의 활동도 실천되고 있다. 파견 선교사들은 50대가 328명으로, 연령대로는 그 비중(37.9%)이 가장 높다. 40대가 219명, 60대가 175명, 30대가 93명, 70대가 40명, 20대와 80대가 각각 7명과 3명으로 그 뒤를 잇는다.

한국가톨릭해외선교사교육협의회가 지난 2월 11일 봉헌한 제27차 해외선교사교육 파견미사 후 참례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한국가톨릭해외선교사교육협의회 제공

■ 해선협과 한국외방선교회에서 선교사 교육

한국인 선교사들은 해외로 떠나기에 앞서 교육을 받는다. 그 교육은 주교회의 해외선교·교포사목위원회가 교육을 위탁한 해선협과 한국외방선교회에서 이뤄지고 있다. 해선협은 1999년부터 해마다 4주간 ‘해외선교사 교육’을 진행했다. 해외선교를 마치고 돌아온 선교사들의 적응을 위해 ‘해외선교사 귀국프로그램’도 매년 5월과 10월 실시하고 있다. 올해 1월 10일부터 한 달간 이뤄진 제27차 해외선교사 교육에는 총 19명이 참여했다. 이들을 포함해 지금까지 사제·수도자·평신도 785명이 해외선교사 교육을 수료했다. 1997년 당시 해외에 파견된 선교사 대다수가 언어와 문화 적응 등 준비 과정을 충분히 거치지 않고 파견됐음을 확인하면서 성 골롬반 외방 선교회 주축으로 해선협이 설립됐다.

한국외방선교회는 주교회의 해외선교·교포사목위원회가 주최하는 선교 교육을 담당하는 기관으로 2012년부터 ‘선교아카데미(해외선교사 학교)’를 실시했다. 매년 3월부터 9월까지 7개월 동안 목요일마다 진행되는 교육 과정으로, 사제·수도자·평신도 204명이 교육을 수료했다. 수료생 중 60여 명이 27개국에 선교사로 파견돼 활동하고 있다. 한국외방선교회는 2016년부터 매년 하반기 일주일 동안 선교 교육 과정으로 ‘단기 선교아카데미’도 진행하고 있다.

2020년 8월 20일 열린 한국외방선교회의 선교아카데미 국제개발과 인권 교육. 한국외방선교회 선교센터 제공

■ 다름의 차이 충분한 인식 중요

이 같은 교육은 한국인 선교사들이 현지와의 다름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도록 실시되고 있다. 선교사들이 해외에 파견됐을 때 모르고 있거나 낯선 상황으로 당황하지 않도록 돕고, 문화 차이로 현지인들에게 상처 주는 행동을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러한 연유로 해선협과 한국외방선교회의 교육도 새롭고 다양한 문화에 선교사들이 적응할 수 있도록 이뤄지고 있다.

해선협은 해외선교사로서 살아가기 위한 실질적인 준비와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로서 해외선교사 정체성 확립을 위해 ‘선교 목적’과 ‘선교 이해와 자세’, ‘선교 실천’, ‘선교 영성’으로 교육 내용을 구성하고 있다. 전문가 강의와 나눔·토론·현장 방문으로 교육이 이뤄지고 있고, ‘선교 실천’ 과정에서는 파견 지역에 맞는 경험을 선교사들이 나누고 지역에 맞는 선교 전략을 찾을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다.

한국외방선교회도 ‘문화인류학’과 ‘선교와 문화’ 등 각 나라 문화와 다양성을 접하고 익힐 수 있는 교육들로 그 과정을 꾸리고 있다. 파푸아뉴기니·알래스카 등 선교사와의 만남을 진행하고 있고, 타 종교에 대해 알 수 있는 시간도 마련하고 있다. ‘사회복지’ 과정에서는 여러 나라 복지 환경에 대해 이해하고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한국외방선교회 교육 후 강의 평가에서 학생들은 “사회를 알고 문화를 이해하는 폭넓은 내용들을 쉽게 이해하도록 강의해 줬다”고 밝히는 등 다름의 차이를 인식시켜 준 수업들이 도움이 된다고 전하고 있다.

■ 정체성 파악 선행, 선교 의식 북돋는 교육 강화돼야

해외에 파견되는 이들이 다름을 인식하고 선교하는 데에는 무엇보다 선교사로서 자신의 정체성 파악과 이를 위한 정체성 교육 강화가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에콰도르에서 초등학생 대상 교육 사목을 한 박순례 수녀(가타리나·사랑의 씨튼 수녀회)는 “현지에선 만나는 사람도, 나갈 수 있는 곳도 한정돼 있다”며 “익숙하지 않은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해, 많은 준비를 하고 가도 자신의 가난함을 많이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수녀는 “나를 제대로 아는 것이 제일 중요하고, 감정을 그림으로 표현해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등 정체성을 제대로 세울 수 있는 방법을 심리 교육에서 보강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페루에서 선교 사제로 활동한 해선협 회장 남승원 신부(성 골롬반 외방 선교회)도 “원해서 가는 분도 있지만, 소임 등으로 갑자기 떠나는 분도 있다”며 해외 파견 선교사라는 사실을 원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정체성과 선교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현지에서도 갈등이 생긴다고 전한 남 신부는 정체성을 알고 선교 의식이 있어야 다름을 인식해 현지인들과 함께하고, 찾아가는 선교사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해선협에서도 ‘신앙적 자아성찰’ 등 교육에 힘을 쏟고 있다고 말한 남 신부는 영적 상담을 받을 수 있는 통로를 미리 만들어 놓으라고 일러 주는 ‘선교 체험과 영적 상담’ 수업도 지난해부터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남 신부는 선교사들 삶의 여정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그 여정을 기록으로 남기는 방법을 알려 주는 교육도 실시해 해외 파견 선교사들이 다양한 지역 사람들과 함께하며 기쁘게 말씀을 전하는 예수 그리스도 제자로 살아갈 수 있게 돕겠다고 밝혔다.

이소영 기자 lsy@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