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교구

[창간 15주년 특집] 교구 시노드 결과 분석

최영균 시몬 신부 (한국그리스도사상연구소 소장)
입력일 2022-10-18 수정일 2022-10-18 발행일 2022-10-23 제 3315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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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미래 위한 문제의식 공유 성과… 대안과 공론화 아쉬워
성직자
친교와 유연성의 부재 지적 속
합리적 관료제 활성화 목소리
수도자
위기 대응의 해결책은 ‘기도’
시대적 징표 ‘기후와 생태’ 꼽아
평신도 단체
신앙 활동·봉사 영역 협소 지적
사목적·교육적 대안 필요 공감
청소년 사목
시대 변화에 대한 이해 부족
교회가 공감하는 자세 가져야

지난 1월 12일 교구청에서 열린 시노드 모임 중 개최된 사제단 모임.

7월 16일 분당구미동성당에서 열린 본당 시노드 전체 모임.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 여정 속에서 교구도 지난 해 10월 15일 교구장 이용훈 주교가 주례한 교구 단계 회의(시노드) 개막미사 봉헌을 시작으로 9개월 동안 시노드를 진행했다. 이 기간 동안 모인 교구민들의 목소리는 ‘한국천주교회 의견서’에 포함돼 각 교구 보고서들과 함께 교황청 세계주교시노드 사무처에 제출됐다. 한국그리스도사상연구소 소장 최영균(시몬) 신부가 교구 시노드 결과를 분석했다.

세계주교시노드 결의에 따라 지역교회의 모든 구성원이 함께 교회 현안을 논의하고, 새로운 비전을 찾고자 하는 노력 자체가 교회적으로 대단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교회를 ‘하느님의 백성’으로 재정의하며, 세례받은 모든 그리스도인이 주님의 제자로서 동일하게 존귀하며, 예수 그리스도의 삶을 자신의 생활 습관으로 삼고, 복음화의 사명을 수행하는 주체로 강조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끊임없이 강조하는 ‘시노달리타스’는 이러한 하느님 백성의 이해를 교회적으로 실천하자는 생활원리이자 규범인 것이다.

따라서 교구 역시 시노달리타스의 규범에 준거하여 우리 교회의 각자 삶의 자리에서 문제를 짚어보고, 올바른 교회론적 방향을 설정하고자 교구 시노드를 실시했다. 시노드는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와 같은 교회의 구성 주체의 수준과 학교와 청소년 같은 미래세대 교회 전승의 대상이라는 수준에서 실행됐다. 분석 수준에 따른 결과 해석은 다음과 같다.

첫째, 성직자와 관련된 주제는 주로 사제와 주교의 관계, 그리고 성직자들의 리더십이 갖는 한계와 방향성에 대한 것이었다. 교구 시노드를 통해 추출된 교구 사제들의 생각은 이중적이다. 즉 교회의 전통인 관계의 친밀함(친교)과 유연성의 부재를 지적하면서도, 현대 조직의 특징인 의사결정과정의 합리성과 합리적 관료제의 활성화도 필요하다고 보았다. 미래에 대한 비전과 쇄신의 방향성도 이중적으로 중첩된다. 그것은 교구 사제들의 의견 수렴과 집단적 숙의와 성찰의 합리적 과정이 요구되지만, 성직자 개인의 영적 건강과 인간적 상황에 대해 주교와 동료 사제들이 배려하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사실로 수렴된다. 그밖에 사제들의 정신적 영적 건강에 대한 제도적 배려와 복잡한 사회에 대한 대응으로서 전문 사목 분야의 발굴과 계발이 요청됐다.

둘째, 수도자들은 현재 자신들의 문제로 회원과 장상 간 소통의 어려움, 본당과 사도직 현장에서 주변화되는 수도자의 위상 문제, 수도회의 세대 간 전승과 가치관의 이질성, 장상 중심의 위계질서에서 오는 수도자의 수동적 자세 등을 꼽았다. 이러한 위기에 대한 대응으로서, 수도자의 본래적 소명인 기도 안에서 식별 능력을 함양해야 함을 제시했다. 이것은 공동체에서 다양성에 대한 존중, 일치를 위한 포용과 조정 능력으로 드러남으로 연결된다. 또한 수도자들은 교회가 바라보아야 할 시대의 징표로 기후와 생태 문제를 꼽았는데, 이것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회칙 「찬미 받으소서」가 교회와 수도자들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주었는가를 반증한다.

셋째, 몇몇 평신도 단체들은 자신들의 경험에 따라 현재 지역교회가 처한 다양한 현실적 어려움에 대한 경험을 나눴다. 평신도 단체의 경우 본당 사목평의회, 평신도단체협의회, 여성연합회가 시노드에 참여했다. 본당 사목평의회는 지역 교회나 교구와의 관계에 있어서 인적 사목적 교류가 아직 활발하지 않고, 여전히 본당 사목구의 테두리 내에서만 교회 고유의 신앙 활동과 봉사가 이뤄지고 있다. 한편 소통 과점에서 본당 사제, 수도자, 공동체 봉사자와의 관계 역시 의미 있는 공통된 의견을 추출할 수 없었고, 본당과 상황에 따라 소통 정도는 다양함을 드러냈다. 타종교와의 관계에서도 타종교에 대한 포괄적 개방성의 의견은 보이나, 실제로 지역사회를 위한 공헌 활동과 공적 역할을 위한 연대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의견이 절대적이었다.

평신도단체협의회의 경우 단체들이 교회적이고 신앙적인 규범적 문화에 의해 운영되기보다 세속적 사적 모임의 성격으로 빠지는 것에 대한 우려가 가장 높은 빈도로 제기됐다. 영적·신앙적으로 단체를 운영하기 위한 사목적 교육적 대안이 필요함에 공감하고 있다.

여성연합회는 교회 여성들이 과거와 달리 의사 결정 참여 기회가 많이 증대됐다고 느끼고 있다. 사목회의 임원으로 선출되는 여성 비율이나 교회 내 오피니언 리더의 역할도 증대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요 봉사직의 책임자는 여전히 남성인 경우가 많다는 한계를 토로했다. 여권의 증대와 사회적 참여가 증가하지만, 여성들의 리더적 역할이 제한적이라는 사람들의 생각은 성역할 불평등에 대한 한국 사회 일반과 비슷한 생각을 보인다.

학교 교육과 청소년에 대한 시노드 결과에서는 먼저 신학교를 포함한 가톨릭학교의 문제점과 미래 발전을 위한 방안은 무엇일까에 대한 물음이 핵심이다. 신학교는 신학교 구성원들 즉 교수, 학생, 직원 간의 의사 결정 체계의 일방성이 문제로 제기됐다. 시노달리타스가 교회의 새로운 신앙적 사회적 가치로 부각되는 오늘날, 신학교 내에서의 소통이 교회가 지향하는 방식으로 얼마나 잘 이뤄지는가는 시노달리타스 교회 성공의 척도가 될 것이다.

청소년 사목의 문제는 시대와 문화 변화에 따른 교회의 교육 시스템이 따라가지 못하는 것에 있다. MZ세대의 디지털 문화와 여기에 기반한 개인주의적 사회 환경 속에서 형성된 그들의 의식과 집단문화에 대한 이해 부족을 지적할 수 있다. 필요한 것은 MZ세대의 문화와 의식에 공감하고 그들이 처한 경제적, 정서적 빈곤을 교회가 어떤 방식으로 동반할지에 대한 고민이다.

전반적으로 교구민들은 주체별로 교회의 현재 문제와 미래 위기에 대한 공통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그것은 의사소통 구조와 문화의 비합리적 일방성과 형식주의를 꼽을 수 있다. 또한 변화하는 시대적 변화에 부응하는 적절한 교회적 규범과 문화가 창출되지 않거나 지체되는 데서 오는 교회적 위기이다. 이번 시노드는 이러한 문제의식은 공유하고 있으나 대안과 방법의 구체성이 없다는 인상을 받았다. 교구 안에 문제해결을 위한 혁신적 경험사례에 대한 발굴과 깊이있는 공론화에 대한 아쉬움을 이번 시노드의 한계로 지적할 수 있다.

눈에 띄는 대목은 신자 수 증가와 침체에 대한, 교회 성장에 대한 신자들 생각이었다. 냉담 교우의 증가 원인은 팬데믹으로 인한 대면 활동의 제약, 경제적 어려움, 공동체에서 겪는 부정적 체험, 혼인장애와 같은 교회법적 제약 등을 꼽았다. 이러한 어려움에 대한 평신도들의 교회론적 의견 제시는 별로 개진되지 않은 한계를 보인다. 단체 가입 신자들은 활동을 통해 봉사를 한다는 점에서 매우 보람을 느끼고 있으며, 공동체 전례 안에서 단체 구성원 간의 연대와 정체성을 체험한다고 응답했다. 특히 한국적 상황에서 장례와 유족 돌봄의 규범은 대외적으로 교회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각인한다는 점에서 단체 활동의 모범사례로 간주하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단체 활동과 운영에 있어 개선점은 사제의 관심과 간부들의 탈권위가 꼽혔고, 조직규범과 형식보다는 상황과 개인을 고려하는 유연성이 제시됐다.

최영균 시몬 신부 (한국그리스도사상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