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교구 수도회 영성을 찾아서] 착한 목자 수녀회(중)

염지유 기자
입력일 2022-08-30 수정일 2022-08-30 발행일 2022-09-04 제 3309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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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성 다해 하느님의 구원 계획 실천

길 잃은 양을 찾아 어깨에 메고 돌아오시는 착한 목자 예수님과 양을 돌보는 마리 유프라시아 성녀를 표현한 그림. 착한 목자 수녀회 제공

착한 목자 수녀회의 영성은 ‘아흔아홉 마리의 양을 두고 길 잃은 양 한 마리를 찾아나서는 착한 목자 예수님의 자비로우신 사랑’이다. 삶이 고통스러워 눈물짓고,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방황하는 양들을 찾아다니며 수녀회는 180년 넘는 역사를 이어왔다.

수도회 회헌 3항 내용은 다음과 같다. “예수님께서는 인간적 나약함으로 고통받는 모든 이들을 사랑으로 계속 감싸 주신다. 길 잃은 이들을 찾아 데려오고, 상처 입은 이들을 돌보며, 약한 이들에게 힘을 주신다.”

성경에서 착한 목자 예수님은 죄인들에게 하느님 아버지의 자비로운 사랑을 보여주셨다. 간음하다 잡힌 여자와 죄 때문에 악령과 병에 시달렸던 여자들까지도 포용하셨다. 창립자 마리 유프라시아 수녀도 손가락질 당하는 여성이나 세상의 편견과 맞서 싸우는 여성들을 품어 안았다. 순간의 실수로 삶이 무너진 여성들과 불우한 환경에 태어난 소녀들을 사랑으로 돌보며 이들의 영적 치유에도 힘썼다.

이렇듯 마음이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 억압받는 이들을 해방하기 위해 이 땅에 오신 예수님의 연민과 자비의 마음이 착한 목자 수녀회 영성의 중심이자 수녀들이 지향하는 삶의 모범이다.

회헌 5항은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과의 관계는 그들이 착한 목자 예수님과 만나는 수단이 돼야 한다”고 이른다. 수녀회가 착한 목자 예수님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궁극적인 이유는 구원이 필요한 이들이 수녀들의 모습을 통해 그리스도의 현존을 발견하고 화해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착한 목자 수녀들의 ‘화해의 사명’은 자신의 죄 혹은 세상으로부터 받은 상처로 고통스러워하는 여성들이 하느님, 자기 자신, 타인과 화해를 이루도록 하는 일이다.

착한 목자 수녀회에는 두 가지 생활 방식이 있다. 사도직 생활과 관상 생활이다. 수녀들은 이 두 가지 삶의 형태로 자비로운 사랑의 은사를 표현한다. 활동 수녀들은 절망 속에 있는 여성이 자신의 존엄성을 자각하고 인간다운 삶을 살도록 사도직 활동을 통해 돕는다. 관상 수녀들은 기도와 침묵, 노동에 집중하는 관상 생활을 통해 여성들이 회개하고 구원의 문으로 들어가도록 이끈다.

착한 목자 수녀들은 수도자의 3가지 서원인 정결, 청빈, 순명과 함께 제4서원으로 열성(熱誠)을 서원한다. 열성의 중요한 특징은 각 사람 안에 담긴 하느님의 모상을 소중히 여기고, 그 사람을 위한 하느님의 구원 계획을 인식하는 것이다. 또한 “착한 목자는 양들을 위하여 자기 목숨을 내놓는다”(요한 10,11)는 성경 말씀을 따라 구해야 할 영혼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가겠다는 하느님과의 약속이기도 하다. 착한 목자 수녀들은 가정 폭력 피해자, 미혼모, 성매매 여성, 가출 소녀 등 어둠의 늪에 빠진 여성들의 삶을 고통에서 건져내기 위해 열성으로 헌신한다.

염지유 기자 gu@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