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본당 신자들 신앙수기 정리·기록한 박은경 기자단장

염지유 기자
입력일 2022-08-17 수정일 2022-08-17 발행일 2022-08-21 제 3307호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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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함께하시는 하느님 발견하는 계기 선물하고 싶어”
본당 신앙수기집 발간 위해
거동 불편한 어르신들 방문해
구두로 이야기 듣고 글로 풀어
자필 수기는 컴퓨터로 옮겨

“저에게 봉사는 하느님의 현존을 증거하는 행위예요. 많은 분이 신앙수기를 읽으며 우리를 돌보시는 하느님을 발견하고 그분과 더 가까워지길 바라며 기쁘게 봉사했습니다.”

서울 화곡본동본당(주임 정월기 프란치스코 신부)은 이달 말 본당 신자 60명의 신앙수기를 담은 「주님 사랑」을 펴낸다. 책은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박은경(카타리나·71) 신앙수기 기자단장(이하 단장)의 손길을 거친 덕에 세상 빛을 보게 됐다.

박 단장은 신자들이 자필로 쓴 수기를 컴퓨터로 옮기는 작업을 하고, 거동이 어려운 노인 신자 30여 명의 집에 방문해 신앙 이야기를 구두로 들은 후 손수 글로 재구성했다. 모두의 이야기를 정리·기록하고 교정을 보는 작업까지 꼬박 1년이 걸렸다.

국어교사로 교직에 있었고, 재속프란치스코회 국가형제회 소식지 편집 봉사를 해온 박 단장. 그는 “지난 모든 경험이 하느님께서 신앙수기 작업에 저를 도구로 쓰시려고 예비하신 일들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박 단장의 하루는 많은 교회 봉사로 채워져 있다. 20년 전, 25살 아들이 인도 여행 중 사고로 세상을 떠난 이후부터 그는 봉사에 투신하는 삶을 살고 있다. 박 단장은 스스로를 “이기적이고, 세상적인 성취를 최우선으로 두고 살던 엄마였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아픔을 겪고 아들이 간 하늘나라가 어딘지 알기 위해 성경에 몰두한 끝에 깨달았다. ‘비록 아들의 육은 재가 됐지만 그 영은 자신의 가슴속에 살아 있다는 것을.’ 아들을 잃은 아픔은 그제서야 치유됐고, 박 단장은 ‘더는 세상 것에 집착하지 않으며 영으로 하느님 품에 다시 돌아갈 때까지 하느님 나라 확장을 위해 힘쓰며 살겠다’고 다짐했다.

박 단장은 수기를 정리하며 자신뿐 아니라 다른 이들도 고통 속에서 하느님을 만났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하느님을 체험한 이들에게는 모두 뼈아픈 시련이 있었어요. 동시에 주님을 붙잡으면 어떤 어려움에 처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깨달음도 함께 자리해 있었죠.” 큰 아픔이 있는 그였기에 다른 이의 아픔에 더 깊게 공감했고, 진솔하게 이야기를 꺼내 놓은 이들의 마음을 헤아리며 글로 풀어낼 수 있었다.

본당 신앙수기는 신자들이 각자의 신앙 체험을 기록으로 남기고, 여러 신앙인의 이야기를 들으며 서로의 신앙을 성장시키길 바라는 마음으로 본당 주임 정월기 신부가 기획했다. 박 단장은 “신부님의 바람처럼 신앙수기가 하느님의 사랑을 증언한 모음집이 돼 읽는 이에게 자신의 삶에서 늘 함께하시는 하느님을 발견하는 계기를 선물하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염지유 기자 gu@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