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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 작은 죄들

홍성남 마태오 신부(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 소장)
입력일 2022-07-06 수정일 2022-07-06 발행일 2022-07-10 제 3302호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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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구멍에 걸린 생선가시처럼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작은 죄
인간은 실수를 통해 성숙해가는
불완전한 존재임을 기억해야

큰 죄는 아닌데 마음은 찜찜한 죄들, 보통 소죄, 작은 죄라고 합니다. 고해성사를 볼 정도는 아닌데 마음은 불편하게 하는 이런 죄책감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자주 듣는 질문입니다. 어떤 분들은 “살다보면 그럴 수도 있지 않은가”하면서 그냥 넘어가라고 합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그렇게 하기가 어렵습니다. 작은 죄로 인한 죄책감은 마치 생선가시 같아서 목구멍에 걸리면 쉽게 넘어가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런 경우에는 친한 친구에게 털어놓는 것이 좋습니다. 마치 방 안에 쌓인 쓰레기를 덜어버리듯이 버리는 것입니다.

두 번째 방법은 심리학자 자렌의 자동칠판기법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칠판을 상상하고 거기에 자신이 불편해하는 것들을 기록한 후 하나씩 지워나가는 것입니다. 이 방법은 심리적 노폐물을 처리하는데 상당히 효과적이라 상담가들이 자주 권합니다.

세 번째 방법은 지금 나에게 만족감이나 행복감을 주는 일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마치 손바닥에 가시가 박힌 아이가 친구들과 물놀이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가시가 빠져나가게 하는 것과 같은 치유법입니다.

네 번째 스스로 보속을 하는 것입니다. 즉 선행을 함으로써 자신이 잘못한 것에 대한 보상을 하는 것인데 이런 선행은 신속한 심리치유를 불러오기에 크게 장려되는 방법입니다.

잘못한 것에 대해 죄책감을 갖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그러나 그 죄책감이 일상생활을 하지 못하게 할 정도일 경우에는 정리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온전함과 완전함의 차이를 이해하셔야 합니다. 자신이 신이 아니라 사람임을, 완전한 존재가 아니라 불완전한 존재임을, 사람은 실수와 실패를 통하여 성숙해가는 진행형인 존재이지 완결되는 존재가 아님을 유념할 필요가 있습니다.

꼰대유머 하나 들려드리겠습니다. 어떤 본당신부가 선종해서 천당 문 앞에 당도했습니다. 그런데 맨발로 나와서 자기를 반겨주리라 믿었던 주님은 안보이시고, 토마스 사도만이 나와서 자기를 의심스럽게 바라보는 것이었습니다. 평소 늘 성당 안에서 기도하고 세속에 물들지 않기 위해서 신자들과 거리두기를 하고 살면서 자부심이 컸던 신부는 마음이 언짢아서 토마스 사도에게 따졌습니다. “아니 세상에 나처럼 사제답게 산 사람이 또 어디 있다고. 이처럼 푸대접을 하는 것이냐” 했더니, 토마스 사도 왈.

“자네가 그렇게 깨끗하게 산 것은 맞네. 그래서 주님께서는 자네가 필요 없다고 하시고 지금 죄책감에 시달리는 영혼들이 득시글한 연옥에 상담해주러 가 계시네.”

그리고 의심스런 눈으로 본당신부를 보면서 “그런데 자네도 사람인데 한 점 하자도 없단 말인가” 하면서 꼬치꼬치 캐물었습니다. 본당신부는 지금도 천당 문 앞에서 노숙을 하면서 토마스 사도의 심문을 받고 있다는 이야기.

홍성남 마태오 신부(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