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바다를 가다 성지를 가다] 남해, 순교복자 윤봉문 요셉 성지

방준식 기자
입력일 2022-07-05 수정일 2022-07-06 발행일 2022-07-10 제 3302호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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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처럼 곧게 뻗은 순교 영성… 남해 바다에 영원히 뿌려 두다
2013년 유해 이장해 성지 조성
대나무·편백나무 운치 더하고
현양탑·바다 전망대 어우러져
여행 겸한 가족 순례에 알맞아

순교복자 윤봉문 요셉 성지 전망대에 있는 ‘포토 존’. 뒤편으로 지세포항 앞바다가 보인다.

순교복자 윤봉문 요셉 성지 십자가의 길. 양쪽으로 큰 대나무들이 길고 곧게 뻗어 있어 아름다운 모습이다.

순교복자 윤봉문 요셉 성지 순교자 현양탑. 뒤편 아래쪽에 윤봉문 유해가 봉안돼 있다.

순교복자 윤봉문 요셉 성지 입구. 야자수가 있어 이국적인 모습을 자아낸다.

하늘과 바다가 어우러진 곳, 남해안 거제도는 빼어난 풍경과 함께 아름다운 해변과 산책로가 있어 매년 여름 피서철이면 전국 각지에서 수많은 관광객들이 몰린다. 거제도 지세포항 인근에는 마산교구 ‘순교복자 윤봉문 요셉 성지’(담당 전병이 요아킴 신부)가 있다. 거제도 ‘천주교 순례길’의 중심이기도 해 여름휴가를 맞은 신앙인들이 꼭 한번쯤은 들려볼 만한 곳이다.

경남 거제시 지세포리에 있는 순교복자 윤봉문 요셉 성지는 사무실이 인접한 넓은 주차장이 있어 순례자들의 편의를 돕고 있다. 원래 순교자 묘소는 접근성이 떨어지는 협소한 산중에 있었으나, 마산교구와 신자들의 줄기찬 노력으로 지난 2013년 순교자 유해를 이장하고 새로 성지를 조성했다.

복자 윤봉문(요셉, 1852~1888)은 병인박해가 한창이던 1868년 박해를 피해 거제도로 들어와 정착한 뒤 활발한 전교활동을 펼친 윤사우(스타니슬라오, 1827~1883)의 둘째 아들이다. 형과 함께 신자들에게 교리를 가르치고 전교에 힘쓴 윤봉문은, 1887년 대구본당 초대 주임인 로베르 신부가 거제도를 방문했을 때 신부를 안내하고 교리교육과 공소예절을 돕기도 했다. 그러던 중 1888년 지역 포졸들에게 체포돼 갖은 문초를 당했고, 끝내 배교하지 않고 진주로 압송돼 교수형을 받아 순교했다. 윤봉문은 지난 2014년 한국을 사목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 동료 순교자 123위와 함께 시복됐다.

성지 입구로 들어서면 야자수를 비롯해 울창한 숲이 조성돼 이국적인 모습이다. 성모상 위쪽으로 올라가다보면 야외 제대가 있고, 십자가의 길(왼쪽)과 로사리오의 길 및 경당(오른쪽)을 기준으로 양쪽으로 갈라진다. 순례를 할 때는 십자가의 길 쪽으로 먼저 올라가 그 위의 순교자 현양탑을 본 뒤 로사리오의 길 쪽으로 가는 것이 좋다.

십자가의 길로 들어서면 대나무 숲이 울창해 한여름의 열기를 식혀주면서 운치를 더해준다. 제1~5처까지 이어진 대나무들은 크게는 높이가 20~30m에 육박하는데, 굵고 곧게 뻗어 있어 순교자의 꿋꿋했던 신앙심이 그대로 전해진다. 제6처부터는 편백나무 군락지가 제14처까지 형성돼 있다. 찌는 듯한 더위 속에서도 편백나무가 은은하게 전해주는 신선한 공기가 마치 주님의 선물과도 같이 순례자들을 감싼다.

십자가의 길을 지나면 전망대가 나온다. 야외 데크와 ‘포토 존’이 잘 조성돼 있고, 지세포항 앞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져 있다. 전망대 옆으로 내려가면 순교자 현양탑이 우뚝 서 있다. 순교자들이 옥중에서 쓰고 있었던 칼의 모양을 약 10배 크기로 만든 것으로, 그 아래에 윤봉문의 유해가 봉안돼 있다. 경건한 마음으로 순교자를 묵상한 뒤 현양탑 뒤편에 있는 로사리오의 길 쪽으로 갔다가 내려가면 경당이 나온다.

전체적으로 산세가 험하지 않고, 대나무와 편백나무 숲이 시원하게 펼쳐져 가족 단위로 편안한 마음으로 순례하기 좋다. 거제도의 아름다운 자연을 찾아 왔다면, 한번쯤 들러 순교자 영성을 본받고 신앙심을 키우는 것이 어떨까.

※주소: 경남 거제시 일운면 지세포3길 69-22

※미사시간: 주일 및 목요일 오전 11시, 상기 제외한 날은 단체 순례 시 사무실 문의 후 미사 가능

※문의: 055-682-1898

※ 성지 주변 가볼 만한 곳

순교복자 윤봉문 요셉 성지 주변에는 관광지답게 지역명소가 많다. 해변가 잔디 언덕 위에 있는 풍차로 유명한 ‘바람의 언덕’과 바로 옆 ‘신선대’ 전망대가 가족 단위로 많이 찾는 곳이다. 성지에서 가까운 지세포항에서는 유람선을 타고 대형 인공정원으로 유명한 외도로 갈 수 있다.

해수욕장으로는 해변에 조약돌이 쌓여 신비한 모습을 자랑하는 ‘학동 흑진주 몽돌해변’이 유명하며, 거제도 동부와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총 17개 해수욕장이 있다.

방준식 기자 bj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