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세계의 심장」

이승훈 기자
입력일 2022-05-31 수정일 2022-05-31 발행일 2022-06-05 제 3297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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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독창적 신학자가 청년들에게 바치는 묵상집

한스 우르스 폰 발타사르 신부. 출처 위키미디어커먼스

한스 우르스 폰 발타사르 신부 지음/김혁태 신부 옮김/308쪽/2만4000원/가톨릭출판사

심장은 끊임없이 박동하며 온몸 구석구석에 생명의 힘을 보낸다. 그래서 초기 교회부터 예수님의 심장, 바로 예수성심을 강조해왔다. 그리스도를 통해 드러나는 사랑의 본질 그 자체이신 하느님의 그 거룩한 심장 박동에 대한 신학적 성찰을 문학으로 풀어낸 「세계의 심장」이 우리말로 번역됐다.

책은 20세기 가장 독창적인 가톨릭 신학자로 일컫어지는 한스 우르스 폰 발타사르 신부(1905~1988·예수회)의 초기 작품이다. 그는 문학, 철학, 문화와 신학을 아우르는 방대한 저술을 남겼고, 가톨릭뿐 아니라 개신교를 비롯한 그리스도교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는 신학자다. 이 발타사르 신부가 선종 직전에 재출간하려던 책이 「세계의 심장」이다.

발타사르 신부는 나라, 수난, 승리라는 큰 주제를 두고 총 13장에 걸쳐 이야기를 펼쳐간다. 그러면서 성부, 성자, 성령 삼위일체의 신비와 무한하신 하느님과 유한한 인간이 한 몸이 되심에서 볼 수 있는 ‘모순의 신비’를 그려내고 있다. 이 책은 그의 초기 작품이면서 그의 신학적, 문학적 총체가 담겨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책은 평생을 신학에 몸 바친 신학자가 생의 마지막에 출간하려던 책이지만, 체계적이고 논리적인 신학의 언어로 쓰이진 않았다. 신학서적이라기 보다는 서정 문학적 양식 안에 그리스도교의 진수를 담아낸 묵상집에 가깝다. 특히 빼곡하게 등장하는 비유와 상징, 함축된 표현들은 난해한 시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많은 문학작품이 그렇듯 그 모호함 속에서 하느님의 신비와 깊은 사랑을 느끼도록 초대하고 있다.

특별히 이 책은 젊은이들을 위해 헌정된 책이다. 발타사르 신부는 선종하기 며칠 전 이 책의 재출간을 위해 작성한 머리말에서 “이 책의 영적 함의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변하지 않았다”면서 “내 젊은 날의 이 작품을 무엇보다 청춘들에게 바친다”고 전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