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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기자 단상] 하느님의 일

최상원 토마스 명예기자
입력일 2022-04-19 수정일 2022-04-19 발행일 2022-04-24 제 3291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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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무일도는 매일 하느님을 찬미하기 위해 정해진 시간에 성직자나 수도자들이 드리는 교회의 공적이고 공통적인 기도이다.

온전히 하느님을 향한 기도인 성무일도는 인간의 일이 아니라 하느님의 일이다. “아무것도 하느님의 일보다 낫게 여기지 말아야 한다”(베네딕도 수도규칙 43,3)는 규칙은 성무일도의 중요성과 의무를 표현한 것이다. 하느님의 자녀로 부름을 받아 신앙생활을 하며 기도생활에 충실하지 못한 일상이 오랜 시간 이어졌다.

습관적이지 않은 기도는 규칙적이지 않았고 다급한 일이 발생하면 하느님을 향한 간절함으로 급하게 매달려 애원하며 눈물로 호소하곤 했다. 소홀하고 불규칙적인 기도는 숙제를 미룬 듯 개운하지 않았다.

기쁨과 환희가 충만한 미사전례에도 십자가 앞에서 미안함과 두려움으로 고개를 바로 들 수 없었다. 일상생활을 하면서 우선순위에서 벗어나 소홀하고 규칙적이지 않았던 기도활동은 베네딕도 수녀원 봉헌회에 입회하면서 조금씩 변화가 생겼다. 봉헌회원은 성무일도(하느님의 일)가 의무이며, ‘기도하고 일하라’를 생활의 중심으로 여긴다.

성무일도(하느님의 일)로 기상과 함께 아침기도, 잠자리에 들기 전 저녁기도를 바치며 하루를 마감한다. 기상과 취침을 부활과 죽음에 비유하면 기도로 시작하여 기도로 마치는 지상의 삶이 된다. 하느님을 찬미하는 3·4·5조의 정율시 찬미가는 몸과 마음을 기쁨과 찬미, 감사와 은총이 충만하도록 이끌어준다.

생각이 말이 되고 말이 행동이 되고 행동이 습관이 되고 습관이 운명이 되듯이 주님을 생각하며 부르는 찬미가는 영과 육이 하나가 되어 주위에 주님의 평화가 충만함을 실감하게 된다.

시편, 찬가, 성경소구로 이어지는 성경말씀은 렉시오 디비나를 수행하는 것과 같다. 렉시오 디비나의 4단계(독서, 묵상, 기도, 관상)에는 이르지 못하지만 말씀 안에서 하느님의 현존을 깨닫는 소박하고 순수한 시간을 지니게 된다. 하루의 시작이 말씀을 통하여 말씀과 함께 말씀 안에서 주님을 바라볼 때 기쁨은 말할 수 없는 축복으로 다가온다.

감사와 찬미 영광을 노래하며 휩싸인 가운데 바치는 청원기도와 개인지향 기도는 가족의 안녕과 건강, 주위에 어려움과 고통을 겪는 모든 이에게 평화와 축복, 양떼를 이끌고 보살피는 사제와 수도자에게 헌신과 사랑, 우리나라를 포함한 지구촌 모든 나라에 평화를 위협하는 요소들이 제거되기를 바라며 모든 것을 주님께 봉헌한다.

그리고 주님께서 친히 가르쳐 주신 주님의 기도를 양팔기도로 바치면 몸이 깃털처럼 가벼워지는 것 같다. 무거움에서 벗어난 홀가분한 기분은 기도가 하느님께 전달되었음을 느끼게 된다. 마지막으로 강복기도로 성무일도를 마친다.

일상의 삶 속에는 인간의 일이 연속적으로 발생한다. 인간의 일은 화합과 질서보다 분열과 혼란이, 봉사와 희생보다 폭력과 질투가 판을 치는 것 같다. “계획은 인간이 하지만 성패는 하느님이 하신다”는 말처럼 인간의 일은 계획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하느님의 일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없기 때문에 하느님의 일에 마음과 몸을 다하여 정성을 다해야 할 것이다.

일생의 선택 가운데 주님의 부르심에 따름으로 응답하고 주님의 자녀가 된 것이 첫째요, 봉헌회에 입회하여 하느님의 일에 참여한 것을 둘째로 꼽고 싶다. 하느님의 일은 영혼에 흥을 채우고 영혼의 흥은 일상의 흥이 되어 인간관계를 막힘이 없게 한다. 선교는 인간관계의 완성이라 생각한다. 가톨릭 신자의 바른 말과 행동이 선교의 디딤돌이 될 것이다.

최상원 토마스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