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민족·화해·일치]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을 생각하며 / 박천조

박천조 그레고리오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연구위원
입력일 2022-04-19 수정일 2022-04-19 발행일 2022-04-24 제 3291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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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을 보내며 2005년 4월 2일 선종하신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이 생각났습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의 삶을 기록한 「세상은 당신이 필요합니다」라는 책을 다시금 집어 들었습니다. 교황님의 전쟁과 테러, 차별에 대한 반대, 종교 일치를 위한 노력, 청년들과 소통하는 모습 등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우리 민족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교황님의 일관된 메시지는 마음을 다시금 바로잡게 합니다.

1984년 5월 103위 순교자 시성식을 위해 한국을 방문하신 교황님은 “분단된 한국의 고난은 분열된 세계의 상징”, “인간에 대한 존중, 정의와 평화의 항구한 추구라는 굳건한 바탕에서 한국의 현시대와 미래를 정위(正位)시켜 나가십시오!”라는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우리가 처한 상황이 분열된 세계의 고통을 보여 준다는 말씀이셨습니다. 아울러 우리 신앙이 놓치지 말아야 할 최고선과 공동선을 다시 한번 강조해 주신 것입니다.

1989년 10월 서울에서 열린 세계성체대회에서는 한반도 평화를 염두에 두시고 행사 주제를 ‘그리스도 우리의 평화’로 정하셨습니다. 2003년 7월에는 새로 부임한 성염(요한 보스코) 주교황청 한국대사에게 “핵무기는 점진적으로, 평등하게, 또 결연하게 폐기돼야 한다”는 말씀도 해 주셨습니다. 한반도와 전 세계가 직면하고 있는 핵문제 해소에 대해 올바른 방법론까지도 제시해 주셨던 것입니다.

참으로 일관된 메시지와 행동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메시지는 현 프란치스코 교황님까지 지속되고 있습니다. 문득 교황님들의 이러한 모습에 비춰 한반도 문제 당사자이면서 신앙인인 우리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반문하게 됩니다.

주님 수난 성지 주일에 하루 피정을 다녀왔습니다. 종려나무 가지를 무심코 바라보다가 ‘군중의 이중성’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예수님이 예루살렘에 입성할 때 종려나무 가지를 흔들며 환호하던 군중들이 어느 순간 돌변해 예수님을 못 박으라고 소리쳤던 그 ‘군중의 이중성’말입니다. 사두가이, 바리사이들과 함께 이 ‘군중의 이중성’이 예수님 죽음의 공범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이 해 주셨던 말씀에 종려나무 가지를 흔들며 환호하다가는 어느 순간 돌변하는 그런 ‘군중’이 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봐야겠습니다.

박천조 그레고리오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