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책 읽어주는 남자’ 전승환

주정아 기자
입력일 2022-04-12 수정일 2022-04-12 발행일 2022-04-17 제 3290호 17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고마워” “괜찮아” 내가 나에게 먼저 말해주세요
사람들의 마음 어루만지는
북테라피스트로 대중에 인기
「나에게 고맙다」 개정판 출간

전승환 작가는 “북테라피스트로 활동하게 된 열매는 성당에 머물며 받은 사랑으로 키워낸 것”이라고 말한다.

“소란스럽지 않게 진심을 전합니다.”

‘책 읽어주는 남자 전승환 레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이 한 마디로 소개한다. 그가 사람과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묻어난 말이기도 하다. 수많은 책 안에서 길어 올린 문장들, 자신의 내면에서 수없이 담금질하다 끄집어낸 문장들을 도구 삼아 사람에게 다가간다. 그리고 각 마음에 위로와 희망, 사랑을 전한다.

직장 생활을 하다 지친 어느 날, 그는 ‘내가 뭘 좋아했지?’라는 질문을 자신에게 던졌다고 한다. 늘 책을 가까이하고 갖가지 문장에 빠져들었던 시간들이 스쳐갔다. 마음에 다가온 문장들을 써서 친구와 지인들에게 선물했던 시간들도 떠올랐다. 딱히 누군가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하루를 정리한다는 생각으로 자신이 고르거나 직접 쓴 글귀들을 2012년부터 SNS에 올리기 시작했다. 뜻밖에도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팔로워 수가 크게 늘고 갖가지 댓글이 달렸다. 대부분은 삶에 지친 이들이 덕분에 위로를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나에게 고맙다」 표지.

“좋은 문장이 가진 힘이 얼마나 큰 지 오랫동안 체험해왔기에, 문장이 가진 공감과 위로의 힘을 나누고 싶었습니다.”

지난해부터는 ‘책 읽어주는 남자’를 본업으로 삼고, 도서 콘텐츠 플랫폼 ‘THE BOOK MAN’(www.thebookman.co.kr) 대표이자 편집장으로도 활동 중이다. 좋은 문장을 소개해 대중들이 책을 알아보고 발견할 수 있도록 돕는 콘텐츠 브랜드 ‘책 읽어주는 남자’와 각종 지식과 책을 큐레이션해 소개하는 브랜드 ‘노우티’를 비롯해 출판사와 큐레이션 서점 등을 운영하는 플랫폼이다.

그는 ‘마음을 어루만지는’, ‘마음에 필요한 처방전을 글로 제공하는’ 북테라피스트로 활동하게 된 열매는 성당에 머물며 받은 사랑으로 키워낸 것이라고 말한다.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던 외로움을 책으로만 달래던 시절, 성당 친구들은 누구보다 그를 사랑해줬다. 교리교사를 하면서 학생들의 사랑도 받았고, 그 덕분에 교회 안에 꾸준히 머무르며 쉼 없이 봉사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시간들을 보내며 좋은 문장들을 골라 나누는 따듯한 감성을 한껏 키울 수 있었다.

나아가 전 작가는 에세이스트로서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나에게 고맙다」를 시작으로 「내가 원하는 것을 나도 모를 때」, 「행복해지는 연습을 해요」, 「늘 다정한 사람, 정작 내 마음 돌보지 못하는 미련한 나에게」 등 다양한 에세이를 선보여 왔다.

특히 전 작가는 에세이 출간으로 생긴 수익금은 5년째 재단법인 바보의나눔을 통해 이웃들과 나누고 있다.

“제 인생에서도 고비가 있었고 굴곡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어떤 순간에도 교회 일, 봉사활동을 놓지 않았거든요. 그랬더니 하느님께서는 늘 제가 갈 길을 터주시더라고요. 게다가 기부를 하면 기분이 너무 좋고 사회와 교회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것 같아 자꾸 하고 싶어집니다.”

출간 후 베스트셀러에 이어 스테디셀러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았던 「나에게 고맙다」(287쪽/1만6000원/북로망스)는 최근 전면 개정판으로 다시 선보여 눈길을 끈다. 2016년 첫 선을 보이자마자 30만 명이 넘는 독자들에게 사랑받은 결과로 낸 개정판이어서 의미도 남다르다. 40여 편의 글을 새로 써서 담았고, 각종 사진도 곁들여냈다. 개정판 또한 출간되자마자 단숨에 교보문고 3월 베스트셀러 순위 10위 안에 올라섰다.

‘책 읽어주는 남자 전승환 레오’가 이 에세이를 다리 삼아 현대인들에게 전하는 마음 처방전은 “내가 가장 고마워해야 할 존재는 바로 나”이다.

‘괜찮아?’, ‘조금 늦어도 괜찮아’, ‘수고했어, 오늘도’, ‘이미 넌 충분해’…. 어디선가 들어본 듯 익숙한 말들, 혹은 내가 누군가에게 자주 건넸던 말들일 수 있다. 하지만 작가는 “이 모든 말들을 나에게 먼저 해주었어야 했다”고 강조한다.

주정아 기자 stell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