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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알 하나] 자기 계발의 의지 / 최영균 시몬 신부

입력일 2022-03-08 수정일 2022-03-08 발행일 2022-03-13 제 3285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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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수 년 전부터 한국 사회에는 자기 계발의 열풍이 불어왔다. 신자유주의 시대의 아이콘은 바로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자기 계발의 의지는 자신 스스로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스스로 관리하며 영어점수와 각종 자격증을 갖춘 ‘자기 기업’을 탄생시켰다. 여기에는 외적인 자격증과 능력뿐 아니라 마음가짐과 인간관계의 방향성 설정의 전략까지 포함된다. 즉 자기 자신을 경영의 대상으로 보는 마인드와 기술을 갖는 자가 인생에서 승리한다는 의식이 확산된 것이다.

사실 이러한 생각은 신자유주의적인 가치로 경쟁을 통한 승자독식을 지향하는 것이지만, 단순하게 인생을 성공적으로 살기 위한 기술로는 괜찮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인생을 잘 살고 싶다. 나라는 존재가 기업이라 생각하고, 성공적인 삶을 산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그렇다고 신부가 돈을 벌기 위한 지식 혹은 권세를 위한 네트워크를 만들기에 몰두할 수는 없을 것인데, 어떤 것을 목표로 해서 나를 만들어가면 될까?

사제의 목표야 당연히 신자들에게 최대한 예수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 정답이다. 기업가적인 관점으로 본다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회사의 현재 상황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거기에 기초하여 목표를 세워야 할 것이다. 목표를 세우고 실행하기에 앞서 자신에 대한 냉정한 평가와 단점을 명확히 포착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자신의 상태를 잘 알아야 목표와 그것을 이루기 위한 적절한 처방이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지난 시간들을 반추하며 나의 근본적인 문제점 세 가지를 발견했다.

첫째, 성격이 급해 깊이 생각하지 않고 일을 벌려 유시무종(有始無終)한 것. 둘째, 이박(耳薄)하여 남에게 잘 속는 것. 셋째, 말실수를 하여 주변을 불편하게 하는 것. 이 세 가지를 기준으로 매일 밤 잠자기 전 자기 성찰을 시작했다. 생각해보니 이 세 가지 중 세 번째 것, 실언하지 말자는 것이 가장 쉬운 것 같은데, 또한 가장 쉽게 자주 범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선 이것을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생활해보자고 다짐해 본다.

그런데 이 다짐은 다음날 여지없이 무너져 버렸다. 동계올림픽이 한창이었던 어느 날, 같이 지내는 신부들과 중국인 부제와 같이 봅슬레이 경기를 시청했다. 봅슬레이는 북유럽 선수들에게 유리한 종목이고, 한국이나 다른 아시아 국가에게는 메달은 커녕 순위권 안에 드는 것도 어려운 종목으로 순간 시속 120㎞까지 다다르는 짜릿한 속도전을 보는 게 제 맛인 경기다. 한국인 여자 선수가 가장 먼저 썰매를 탔다. 결승선까지 무리 없이 잘 내려왔다. 그 다음 선수가 중국인 선수였는데 세상에나 한국 선수보다 0.01초 빠르게 내려온 것이다. 순간 다른 신부들을 보며 우스꽝스러운 발음과 말투로 “와! 쭝~궈런(中國人)보다도 못하냐”고 말을 뱉은 순간, 중국인 부제와 눈이 마주쳤다. 얼굴이 화끈거렸다.

신부 생활 20년, 매일 잠자기 전 성찰하는 지표 기준으로도 아직 자기 계발은 한 걸음도 못 떼었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