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교구

[우리 이웃 이야기]양평본당 한글반 선생님 류경희씨

이재훈 기자
입력일 2022-03-02 수정일 2022-03-02 발행일 2022-03-06 제 3284호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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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의 즐거움 전할 수 있어 행복”

지역 내 어르신 대상으로
매주 한글과 산수 가르쳐
이주민 위한 강의도 17년째

“일주일 한 번 1시간의 만남이 쌓여 어느새 3년째입니다. 어르신들이 ‘글을 익혀 세상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졌다’고 말할 때가 가장 뿌듯합니다.”

류경희(데레사·62·제2대리구 양평본당)씨는 “본당 한글반에 열성적으로 참여하는 어르신들을 보며 힘을 얻는다”며 “예수님께서도 우리가 잘못된 부분을 바로 알거나 모르는 부분을 새로이 알고 기뻐하는 모습을 봤을 때, 이런 마음이 들지 않으셨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류씨가 양평본당에서 2019년 개설한 한글반은 본당 내 어르신 신자 및 양평 지역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매주 한글 및 산수를 가르치는 수업이다. 한국어교사 자격증이 있는 그가 어르신이 많은 지역 특성을 고려해 당시 노성호(요한 보스코) 주임신부에게 요청해 시작했다. 처음에는 총 7명의 어르신들이 함께했으나 코로나19 팬데믹과 고령으로 거동이 힘든 분들이 참여를 포기, 현재는 2명의 어르신이 수강한다.

류씨는 “한 분이라도 배움을 원하는 어르신이 있다면 수업은 항상 진행한다”며 “글을 알고 그간의 삶을 보상받는 느낌에 진심으로 기뻐하고 행복해하는 어르신들을 놓칠 수 없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류씨의 이렇게 봉사하는 모습은 어렸을 적부터 어려운 이들을 돕는데 주저하지 않던 측은지심이 바탕이 됐다. 이는 자연스레 누구든 자애로 품어주는 성모님과 천주교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고, 1985년 양평성당에서 세례를 받는 것으로 결실을 맺었다.

이후 류씨의 시선은 더 어려운 이들에게로 향했다. 2005년 방송에서 이주민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국어 교육을 해주는 모습을 본 것이 계기가 됐다. 국문과를 전공한 재능을 살리고자 이주민을 위한 한국어 교육 봉사를 할 수 있는 방안을 수소문했다. 이후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와 연이 닿았고, 당시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장 허윤진(안드레아) 신부의 권유로 이주민들을 위한 한국어 강의를 맡았다. 이후 이어진 이주민들과의 인연도 벌써 17년째다.

“언어를 통해 어려움을 겪는 이들의 삶이 변화되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벅차다”는 류씨는 “가정의 어려움과 그동안 삶의 고난을 잘 헤쳐나가도록 이끌어 준 하느님의 인도에 보답하고자 앞으로도 계속 지금의 봉사를 이어갈 것”을 약속했다. 앞으로는 현재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주민들을 위한 봉사의 기회를 만들고 싶다는 소망도 내비쳤다.

“주님께서는 누구든 차별하지 않고 사랑하시는 분이십니다. 그 사랑이 더 넓은 곳까지 닿을 수 있는, 주님께서 바라는 세상이 오도록 기도하겠습니다.”

이재훈 기자 steelheart@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