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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기획] 그리스도인의 선택 - 주교회의 대선 정책 질의서 답변 해설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22-02-28 수정일 2022-03-02 발행일 2022-03-06 제 3284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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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가르침 기준으로 대선 후보 공약 점검
낙태 문제, 교회 가르침과 다른 입장… 핵발전에는 제각각
생명·인권·생태 등 13개 사안
주요 대선 후보에게 정책 질의
신자 유권자에 판단 근거 제시

<게재 순서>

1. 정치와 선거에 관한 교회의 가르침

2. 다양한 사회 이슈에 관한 교회의 입장

3. 그리스도인의 선택 - 주교회의 대선 정책 질의서 답변 해설

주교회의(의장 이용훈 마티아 주교)는 2월 25일, ‘제20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에 대한 한국가톨릭교회 정책 질의서’(이하 ‘질의서’)에 대한 후보자들의 답변과 그에 대한 평가 의견을 발표했다. 질의서는 주교회의 산하 7개 전국위원회가 가톨릭 사회교리의 주제에 따라 생명, 인권, 언론, 경제, 정치, 노동, 농업, 생태보호, 평화증진, 장애인, 청소년, 여성, 이주민·난민 등 13개 사안에 관한 60개 문항으로 작성했다. 정책 질의 취지는 가톨릭 신자 유권자들에게 후보자의 정책과 공약이 가톨릭교회의 가르침과 공동선에 부합하는지 올바로 판단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주교회의는 질의서를 2월 15일 주요 대선 후보 4명에게 보냈다. 안철수 후보(국민의당)를 제외한, 이재명 후보(더불어민주당), 윤석열 후보(국민의힘), 심상정 후보(정의당)가 답변을 보내왔다. 다음은 답변 주요 내용과 평가 의견 개요다.

■ 생명윤리위원회

생명윤리위원회는 낙태, 차별금지법, 혼인과 가족, 호스피스와 완화의료 등에 대해 물었다.

낙태에 대한 세 후보의 입장은 모두 교회의 가르침과 반대된다. 낙태에 대해 이재명 후보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고, 윤석열 후보는 여성의 선택권을 존중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점진적으로 수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심상정 후보는 임신을 중지할 권리와 아이를 낳지 않을 권리, 아이를 낳을 권리도 모두 존중해야 한다고 답했다.

임신·출산·양육에 대한 물질적 토대와 사회적 제도 마련에 대해서는 세 후보 모두 구체적인 공약을 내놓았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대체로 세 후보 모두 출산 전의 생명과 출산 후의 생명을 구분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교회는 ‘차별 금지’라는 이름으로 성과 사랑, 혼인과 가정의 중요성이 간과되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차별 금지법이 성 정체성과 성적 지향을 선택할 수 있다고 보는 입장과 관련해, 이 후보는 다양한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고 말했고, 윤 후보는 법안에 반대했다. 해당 법안을 발의한 심 후보는 동성혼과 동반자 관계의 제도화에까지 찬성하고 있어, 교회의 가르침과 극명하게 대립된다. 혼인과 가족에 대해 이 후보와 윤 후보는 다양한 가족 형태에 대한 논의와 포용이 필요하다고 보았고, 심 후보는 비혼 동거·출산을 인정한다.

호스피스와 완화 의료의 대상 범위 확대에 대해서는 세 후보 모두 적극 찬성했고, 시설 확충과 국가 지원 등에서도 구체적이고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 정의평화위원회

정의평화위원회 질의는 사형제도, 이주민과 난민, 언론, 경제, 공공복지, 기본소득, 부동산, 정치-사법개혁, 노동 등 주요한 사회 이슈들을 포함한다.

교회의 기본 입장인 사형제도 폐지에 대해, 이 후보는 찬성하지만 전쟁범죄와 집단살해 등과 같은 범죄는 예외로 명시했다. 윤 후보는 우리나라가 실질적인 사형폐지국가로 분류되고 있는 상황에서 사형제 폐지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심 후보는 찬성했다.

외국인 노동자가 자국 노동자와 차별 없이 노동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개선에 대하여, 이 후보는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고 윤 후보와 심 후보는 찬성했다. 윤 후보는 이를 위해 법 제도를 정비하고, 외국인 인력 정책을 전담할 컨트롤타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심 후보는 이주민 전담기구 설치 및 이민법 제정, 노동비자 영주제도 도입과 인권 친화적 고용허가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난민 인정률을 높이기 위한 난민심사의 제도적 개선과 난민 인정자를 위한 정착지원 기반의 확대에는 세 후보 모두 찬성했다.

경제 민주화와 이를 위한 선결 정책에 대하여, 이 후보는 ‘전환성장’과 ‘공정성장’이 두 뼈대라고 밝혔다. 윤 후보는 저성장-저출생-양극화의 악순환을 경제성장과 사회변화의 상호작용 속에서 다면적, 심층적으로 해결해 소득분배 개선이 선순환하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심 후보는 플랫폼 기업의 독점 방지 법안 제정, 재벌 집중 경제 체제 해소를 위한 계열분리·기업분할 명령제, 대기업-중소기업 상생협력체제 마련을 위한 초과이익공유제 등을 제안했다.

양극화 해결을 위해 이 후보는 기본소득과 기본금융, 기본주택을 제시했고, 윤 후보는 자산 양극화 해소를 위한 부동산 정책과 소득 양극화 해결을 위한 일자리 확충을 경제정책의 우선목표로 삼는다고 밝혔다. 심 후보는 토지초과이득세 도입과 개발이익환수제도 강화를 제시했다.

의료, 철도, 에너지 등 공공부문 민영화 중단 및 사회공공성 확대에는 세 후보 모두 찬성했다. 또 의료 보장성 강화와 국가 책임 보육, 보편적 기초연금 등 복지 확대 필요성에 대해서도 모두 찬성했다. 기본소득에 대해서 이 후보는 찬성했고 윤 후보는 반대했다.

투자 대상이 아닌 보금자리로써 부동산이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하는 부동산 정책에 대해 이 후보와 윤 후보는 대규모 주택 공급을 골자로 한 공약들을 제시했고, 심 후보는 제2의 토지개혁으로 부동산 불평등 해소와 투기 근절을 이루겠다고 밝혔다.

검찰 개혁의 필요성에 대해 세 후보 모두 찬성했지만, 이 후보·심 후보와 윤 후보는 상반된 의견을 냈다. 특히 윤 후보는 현 정부의 검찰 개혁에 동의하는 것이 아니라며, 법무부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 폐지 등을 주장했다.

탄소중립 이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자리 구조 변화에 대한 대응, 지역 활성화를 위한 지역 청년 일자리 정책, 산업재해 예방과 근절을 위한 공약은 세 후보 모두 적극적으로 제시했다. 5인 미만 사업장으로의 근로기준법 적용 확대에 이 후보와 심 후보는 적극 찬성했고, 윤 후보는 찬성하나 당분간 유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해배상 청구 및 가압류의 두려움 없는 노동자의 파업권 및 단체행동권 적극 보장 방안에 대해, 이 후보는 찬성하고 노동쟁의의 범위 확대 및 노동조합의 쟁의행위에 대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및 가압류 제한을 약속했다. 윤 후보는 불법적 쟁의행위는 구분해야 하며, 적법성 판단의 여부는 사법부의 몫이라고 밝혔다. 심 후보는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 비준에 따라 노동조합법을 개정하고 ILO 기준에 맞게 모든 노동자의 결사의 자유(노동3권)를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주교회의는 가톨릭 신자 유권자들이 교회 가르침과 공동선에 따라 이번 대선 후보를 선택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후보자들에게 정책 질의서를 보내 답변을 받았다.

■ 생태환경위원회

생태환경위원회는 농민과 농업 문제, 4대강 재자연화, 탈핵, 탄소중립, 신공항 건설 등에 관해 물었다.

쌀값 안정과 식량 안보 문제에 대해, 이 후보는 남북협력에 개방적 자세를 보였고 윤 후보는 대북 쌀 교류에 조건을 명시했다. 심 후보는 공약에 포함되지 않았으나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세 후보 모두 ‘무분별한 유전자 조작’에 대한 경각심을 표시했고, 친환경 유기농업 전환과 토종 종자 보존을 위한 공약을 제시했다. 농민기본소득에 대해서 이 후보는 찬성, 윤 후보는 명확한 반대 입장을 보였고, 심 후보는 월 30만 원 지급을 제시했다.

4대강 재자연화에 대해 이 후보와 윤 후보는 원칙적인 수준에서 동의했고, 심 후보는 더 구체적인 공약을 제시했다. 한강, 낙동강 보 처리와 영주댐 해체에 대해 이 후보는 한강, 낙동강 유역 물관리위원회 논의를 통한 처리방안 마련이라는 지역 중심의 답변, 윤 후보는 국가물관리위원회 단위에서 이해 당사자들의 갈등 관리 대책에 방점을 둔 답변을 했다.

탈핵에 관해 이 후보는 신규 핵발전소 건설 중단, 수명 연장 금지, 재생에너지 확대 등의 원론적 입장을, 윤 후보는 탈핵 자체를 반대했다. 심 후보는 2040년 탈핵 의견과 탈핵기본법제정을 주장했다.

핵폐기물 전담 기구 설치와 운영을 위한 구체적 계획에 이 후보는 다소 소극적이나 독립행정위원회 설치와 핵폐기물 처분 로드맵 구성을 제시했다. 윤 후보는 독립기구 설치에 대한 언급이 없이 기존 핵산업계와 동일한 입장을 보였다. 심 후보는 지역 형평성과 환경 정의에 따른 고준위 핵폐기물 처분을 원칙으로 법제화 의견을 냈고, 지역 주민과 이해 당사자가 참여하는 사용후핵연료관리 재검토위원회 구성 등을 제안했다.

핵발전소 오염수 문제에 대해 이 후보는 감시 시스템 확충과 지역 주민 건강영향조사 확대 등 진일보한 의견을 냈으나 일본 오염수 방출 대응은 원론적 입장이다. 윤 후보는 국내 오염수 배출 문제와 일본 오염수 방출 대응에 관해 모두 원론적 의견을 냈다. 심 후보는 일본 오염수 방출 대응에 대해서는 배출 저지를 위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제시했다.

탄소중립 정책과 직결된 석탄발전소 폐쇄와 건설 중단, 초고압송전탑 건설 문제에 대해, 이 후보는 2040년까지 석탄화력발전소 가동 중단 추진과 송전탑 건설 최소화 의견을 냈다. 윤 후보는 폐쇄 시기 언급 없이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중단 반대 의견과 송전탑 건설 피해 보상 대책을 제시했다. 심 후보는 2030년까지 석탄화력발전소 가동 중지와 신규 건설 중단, 송전탑 건설 중단을 약속했다.

에너지 자립도를 높일 방안으로 이 후보는 상업, 주거 건물과 산업 영역의 재생에너지 공급 비중 확대, 윤 후보는 수도권의 신규 전력 부하 증가를 막는 정책 추진, 심 후보는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확대를 제시했다.

신공항건설과 관련하여 이 후보와 윤 후보는 탄소중립 등 환경 훼손 최소화를 고려해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었고, 심 후보는 신공항 건설계획 백지화를 공약했다.

탄소중립과 재생에너지 확대, 기업 참여와 관련해서 이 후보는 재생에너지 확대라는 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기업의 RE100 참여를 독려하겠다고 밝혔다. 윤 후보는 기업이 재생에너지뿐 아니라 원자력, 수소 등 무탄소 전원 이용을 확대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며, 탄소중립을 위해 원전 활용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심 후보는 재생 에너지 발전 비중 50% 달성 등 재생에너지 확대와 탄소세 부과 등 기업의 탄소중립 참여를 독려하는 공약을 내놓았다.

■ 민족화해위원회

민족화해위원회 질의에는 평화교육,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대북 경제제재, 군비경쟁 등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세 후보 모두 학교 정규 교과과정에 평화교육을 포함하는 문제에 대해 적극 동의했다.

한국전쟁 종전선언 및 평화협정에 대해 이 후보는 적극 동의, 심 후보는 대체로 동의했다. 윤 후보는 대체로 동의하지만 북한의 비핵화가 전제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대북 경제제재에 대한 국제사회의 태도 변화 필요성에 대해 이 후보와 심 후보는 적극 동의했다. 윤 후보는 대북 경제제재가 북한 비핵화를 유도할 거의 유일한 수단이라면서 대체로 반대했다. 다만 비핵화 전이라도 북한 주민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실시할 것이며 북한이 실질적 비핵화 조치를 취하면 유엔으로부터 제재 면제를 받아 대북 경제지원도 하겠다고 밝혔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을 위한 군비축소 노력에 이 후보는 적극 동의하되, 9·19 군사합의의 철저한 이행을 시작으로 상호운용 통제 등 남북 동시 군비축소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핵무기 없는 세상’이라는 궁극적 목표와 재래식 군비축소 노력의 필요성에 동의했지만, 북한의 핵보유로 인한 전략적 비대칭 상태에서 상호주의적 군비축소는 불가하다고 판단했다. 심 후보는 적극 동의했다.

■ 사회복지위원회

사회복지위원회는 장애인, 고령화, 노숙인 정책에 대해 질의했다.

장애인 탈시설 로드맵(이하 ‘로드맵’) 재개정과 고령 장애인 돌봄 정책에 대해, 세 후보 모두 거주시설 종사자의 환경 개선과 생활인-종사자 비율 개선에 동의했다.

이 후보는 로드맵 재개정에 대체로 반대했고, 중증 고령 장애인 전문요양원의 필요성과 보호작업장 문제 개선에 동의했으며, 거주시설 종사자와 생활인의 비율 개선에 적극 동의했다.

윤 후보는 로드맵의 문제점과 재개정 필요성에 동의했고, 통합돌봄 구축과 주거시설의 다양성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중증 고령 장애인 전문요양원의 필요성과 보호작업장 개선에도 적극 찬성했다. 반면 심 후보는 로드맵 개정과 보호작업장 개선에 반대했다.

노인 장기요양보험 대상자의 급증과 돌봄 종사자의 처우 문제로 재정 악화가 우려되고 있다. 이에 따른 해결방안,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합리적 정책개선 필요성도 세 후보 모두 동의했다. 인구 감소와 지방소멸에 대응한 ‘노인의 지역사회 계속 거주’(Aging in Place)를 위한 정책 대안 수립에 세 후보 모두 적극 동의했다.

중앙정부 사업이던 노숙인 사업이 올해 지방 이양 사업으로 전환 결정된 것에 세 후보 모두 반대했다. 노숙인 시설의 역할이 사회안전망으로 더 관심 있게 지원되어야 하고 강화되어야 한다는 의견에 이 후보와 윤 후보는 동의했고 심 후보는 응답하지 않았다.

■ 청소년사목위원회

가정폭력 등에 대한 보완 입법, 아동 성착취·성폭력 법규 강화, 청소년복지시설 예산 원천 변경, 다문화 청소년 규정 등 4개 문항에 이 후보는 모두 적극 동의하며 가장 교회 친화적인 응답을 보였다.

윤 후보는 다문화 청소년과 청소년 관련 예산 원천 변경에 반대해 다문화 가정에 보수적인 시각을 보였고, 질의서 문항이 사행산업 수익금을 청소년육성사업비로 사용하는 현실을 설명했음에도 예산 원천 변경에 반대했다.

심 후보는 청소년복지시설 예산 원천 변경에 대체로 동의, 나머지 문항들에 적극 동의했다.

■ 여성소위원회

성별 임금 격차 해소, 여성에 대한 혐오 범죄와 가정 폭력 방지, 이혼 후 자녀 양육비 지급에 관해 세 후보 모두 구체적인 정책들을 제시했다.

성별 임금 격차 해소에 대해 세 후보 모두 관련 법 제정과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적극 대응할 것을 공약했다. 여성 혐오 범죄와 가정 폭력 방지를 위해서도 법 조항 개정과 제도 마련, 관리 감독 등을 통해 근절 방지를 위해 노력하고 이혼 후 자녀 양육비 지급도 구체적이고 강력한 대안을 마련할 것을 약속했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