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책과 함께하는 사순 시기

성슬기 기자
입력일 2022-02-28 수정일 2022-03-10 발행일 2022-03-06 제 3284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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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멈추고, 고요히 하느님 곁에 머물러 보세요
주님의 수난과 죽음 의미 돌아보고
은총의 시간 보낼 수 있게 이끌어
주님 부활 대축일을 준비하는 사순 시기가 시작됐다. 이 시기 그리스도인들은 주님의 수난과 죽음을 묵상하며 참회와 희생, 회개와 기도로써 주님의 부활을 기다린다. 코로나19로 일상은 물론 신앙생활마저 위축됐지만, 고요히 앉아 책을 읽으며 사순 묵상과 기도에 동참해보면 어떨까. 하느님 곁에 머물며 더 많이 기도하고 묵상할 수 있는 책을 소개한다.

“이번 사순 시기에는 힘과 시간, 돈을 의미 있게 사용하는 데 관심을 기울여 보는 것이 어떨까요?”

「내 마음의 사순 시기」(마르쿠스 C. 라이트슈·케르스틴 헬트 지음/최용호 옮김/120쪽/8000원/가톨릭출판사)는 사순 시기 금욕이나 절제를 힘들어하거나 부담스러워하는 신자들에게 주님 곁에서 사순 시기를 보낼 수 있는 솔깃한 방법을 제안한다.

물론 편안하게 누리던 것들이나 즐거운 것들을 포기하고 이를 주님께 봉헌하는 것은 힘든 만큼 의미 있는 일이다. 하지만 바쁜 일상에서 이를 지켜나가기 어려운 이들을 위해 저자는 40일간 매일매일 지킬 수 있는 것들을 제안한다. 그러면서 고행과 단식 등의 희생을 실천하는 것보다 예수님과 함께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깨우쳐 준다. 그리고 그 첫 번째 방법으로 본인 안에 있는 스트레스를 비우도록 안내한다.

“일상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나요? 이번 사순 시기에는 스트레스까지 봉헌하여 예수님과 가까워지세요. 마음에 가득 찬 스트레스를 비우면 그곳에 부활하신 예수님이 찾아오실 것입니다.”

이어 저자는 적당히 먹기, 남의 실수를 웃어넘기기, 함부로 말하지 않기, 휴대전화 꺼두기,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시간 내기 등 스트레스를 비울 수 있는 간단한 실천들을 소개한다. 또 한 주간의 묵상거리도 제공해 사순 시기 일주일의 삶을 주님과 함께 보낼 수 있도록 돕는다.

「사계절의 신앙」(손희송 주교 지음/320쪽/1만7000원/생활성서)은 명쾌한 강론으로 유명한 서울대교구 총대리 손희송(베네딕토) 주교가 신앙인으로서 사순 시기를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손 주교가 따뜻하고 편안하게 들려주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일상에 숨어 있는 하느님의 은총을 체험할 수 있다.

책은 총 12장로 이뤄져 있다.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전례력에 따라 1월부터 12월까지 우리 신앙의 지표가 돼 줄 지혜로운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특히 2월 ‘내면의 큰 싸움’, 3월 ‘아름다운 만남’ 부분에서는 사순 시기의 시작인 재의 수요일에 가져야 할 마음가짐과 사순 시기의 기본 정신인 회개 등에 대해 들려주며 묵상거리를 제공한다.

손 주교는 본문에서 남편이 꼴 보기 싫어지거나 아내를 피하고만 싶을 때, 자식이 속 썩일 때 그리고 상사가 사사건건 트집을 잡을 때나 치받는 후배와 함께 일하며 마음이 미움과 증오로 혼탁해질 때 ‘죽음’을 생각해보라고 권한다.

“머리에 재를 얹으면서 나는 물론 너도 그리고 우리 모두 죽을 인생이라는 사실을 마음속에 깊이 새기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서로를 조금은 너그럽게 바라보면서 마음속에서 미움과 증오, 불안, 초조함의 얼음장이 서서히 녹아 버리고 이해와 포용, 신뢰와 따뜻함의 봄바람이 솔솔 불어왔으면 좋겠습니다.”

하느님을 더욱 깊이 묵상하며 부활을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 묵상노트와 묵상집도 있다.

「사순 묵상노트」(가톨릭출판사 편집부 지음/116쪽/8000원/가톨릭출판사)는 주님 부활의 기쁨을 기다리며 매일 묵상과 기도, 실천까지 할 수 있도록 재의 수요일부터 주님 부활 대축일까지 매일 ▲복음 읽기 ▲오늘의 복음 한 줄 ▲오늘의 묵상 ▲생각해 봅시다 ▲실천하기 등으로 구성됐다. ‘오늘의 묵상’에서는 서울대교구 대변인 허영엽(마티아) 신부가 그날 복음의 핵심과 의미를 정확히 짚어주며 언제나 우리와 함께 있는 주님을 만날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미국의 신학자 스콧 한이 쓴 「약속을 지키시는 아버지」(천강우 옮김/204쪽/8000원/바오로딸)는 성경에 나오는 사랑의 구원 역사를 전체적으로 간략히 살피며 이를 통해 성경 전체를 아우르는 구원사를 큰 그림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돕는다.

본문은 ▲성경 인용 ▲묵상 인도 글 ▲실천적인 질문 ▲짧은 기도로 구성해 재의 수요일부터 하느님의 자비 주일까지 묵상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창세기에서 묵시록까지 다루며 ‘계약과 가족’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하느님의 큰 계획’으로 시작해 ‘창조 이야기’, ‘노아와 아브라함의 순종’, ‘광야에 선 이스라엘’ 등 주간 별 주제도 다양하다. 이 안에서 하느님의 사랑과 구원 의지는 ‘약속에 충실한 아버지’의 모습으로 드러난다.

성슬기 기자 chiar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