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리

[더 쉬운 사회교리 해설-세상의 빛] 156. 복음과 사회교리 (「간추린 사회교리」 205항)

입력일 2022-02-16 수정일 2022-02-16 발행일 2022-02-20 제 3282호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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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당선돼도 화해·평화 끊임없이 요구해야

그리스도인은 선거 후에도 당선자에게 올바른 가치를 위해 헌신해 달라고 끊임없이 이야기하며 위정자를 위해 기도를 해야 할 의무를 지닌다.

“부주의한 말 한마디가 싸움의 불씨가 되고, 잔인한 말 한마디가 삶을 파괴합니다.

쓰디쓴 말 한마디가 증오의 씨를 뿌리고 무례한 말 한마디가 사랑의 불을 끕니다.

은혜스런 말 한마디가 길을 평탄케 하고 즐거운 말 한마디가 하루를 빛나게 합니다.

때에 맞는 말 한마디가 긴장을 풀어 주고 사랑의 말 한마디가 축복을 줍니다.”

(고(故)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 「참으로 사람답게 살기 위하여」 중)

■ 고민 많으시죠?

대통령 선거를 불과 20여 일 앞두고 다들 고민이 많으신 듯합니다. 어떤 후보를 선택해야 할지, 어떤 정책을 지지할지 말입니다. 실제로 후보들의 공약과 정책들은 선명하게 대조되며 이해관계의 차이도 큽니다. 그런데 주요 후보들의 선거 구호도 관심을 끕니다. ‘나를 위해’, ‘내가 행복해지는 내일’처럼 개인의 권익을 강조하는 문구도 있고, 다소 평범해 보이는 ‘바르고 깨끗한 과학경제 강국’부터 ‘지워진 사람들’과 같이 사회적 약자를 우선하는 문구도 있습니다.

물론 어떤 경우에도 개인의 권익이 보장받는 사회가 돼야 합니다. 그러나 최근 우리 사회에 이웃에 대한 무관심, 소외와 우울을 비롯해 사회적 고립도가 높아졌다는 보도를 감안할 때 자칫 개인의 권익만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사회의 통합과 연대를 저해하고 사회를 각박하고 차갑게 만들까 우려되기도 합니다.

■ 참된 평화에 대해

그리스도인의 대헌장이라 일컬어지는 마태오복음 산상설교(5-7장)는 인간과 사회가 접근할 수 있는 가장 높은 행복과 평화를 제시합니다. 마음이 가난하고 고단하고 슬픔에 빠진 이들, 자비와 평화를 이루는 마음 깨끗한 이들이 행복할 것이라 천명합니다. 이 산상설교에는 화해와 극기, 정직, 이웃과 원수마저 사랑하는 사람과 하느님께 신뢰를 두는 이들이 행복하다는 아름다운 진리가 흘러넘칩니다.

산상설교를 일컬어 그리스도인의 길이라 말합니다. 세상의 길과 다른 길로서 참 행복의 길이라고 합니다. 탈진실 시대, 자신의 이익만을 중요시하는 시대, 이런 세태에 산상설교의 이야기는 참 행복의 길을 일러주면서 동시에 우리가 기억하고 걸어가야 할 올바른 방향인 사랑과 평화의 길을 제시합니다.

■ 그리스도인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우리는 선거가 끝나고 누군가의 당선을 목격할 것입니다. 하지만 사회를 평화롭게 만들기 위한 노력은 그 후에도 계속돼야 합니다. 당선자에게 부디 우리 사회를 화해와 평화가 넘치는 사회로 이끌고 올바른 가치를 위해 헌신해 달라고 끊임없이 이야기해야 합니다. 사도 바오로가 강조했듯 위정자를 위해 기도해야 할 의무도 우리에게 남습니다.(1티모 2,2) 선거 결과에 대한 수용과 내가 하느님의 평화를 위해 노력하는지 여부는 분명 다른 문제입니다. 세상이 혼란스럽고 각박할 때 평화를 통해 평화를 이뤄야 하는 그리스도인의 노력은 더 절실해 보입니다.

“인간의 사회생활이 의무를 성실하게 이행하면서 정의 안에서 이루어질 때, 그리고 다른 이의 요구와 필요를 자기 것처럼 여기고, 영적 가치의 친교와 물질적 필요에 대한 관심을 증가시켜 주는 이기심 없는 태도로 활기를 얻을 때, 비로소 질서가 잡히고 선의 결실을 맺고 인간의 존엄성에 부응하게 된다.”(「간추린 사회교리」 205항 참조)

이주형 요한 세례자 신부 (서울대교구 사목국 성서못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