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 (4)청주교구 감곡성당과 매괴박물관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입력일 2022-02-16 수정일 2022-02-16 발행일 2022-02-20 제 3282호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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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도에 세워진 첫 번째 성당
프랑스 루르드와 같은 성모동굴 제작
‘한국의 루르드’라 불리는 곳
오래된 사제관 건물 박물관으로 활용

감곡매괴성모순례지성당과 매괴박물관 전경.

보름 전에 입춘이 지났지만 여전히 날씨가 쌀쌀하다. 찬바람 속에서 충북 음성 감곡매괴성모순례지성당(이하 감곡성당)을 찾았다. 아름다운 성당의 주보는 매괴(묵주기도)의 성모이다. 감곡 읍내에 있는 낮은 언덕을 올라가면 아랫마을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곳은 충청도의 첫 번째 성당으로서 임가밀로(Camille Buillon,1869~1947) 신부가 건립하였다. 그는 성모 발현지로 유명한 프랑스 루르드에서 불과 20㎞ 정도 떨어진 타르브(Tarbes)교구의 빌레아두르(Vielle-Adoeur)에서 태어났다.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깊은 성모신심을 갖고 선교사제의 꿈을 간직하였다.

임가밀로 신부는 1893년 파리외방전교회 소속으로 사제품을 받은 후 바로 우리나라에 와서 1894년 경기도 여주 부엉골본당 신부로 부임하였다. 그러나 부엉골이 너무 외딴곳이어서 성당 자리로 적합하지 않아 다른 곳에 터를 찾으며 성모님께 간절히 기도하였다. 그 결과 1896년 감곡 매산 언덕에 있던 가옥과 토지를 매입하여 신앙 공동체를 만들었다. 원래 이 가옥은 임오군란(1882) 때 명성황후가 피신했던 집이었다.

1903년에 한옥과 양옥 절충의 성당을 신축하여 본격적으로 복음을 전하였다. 신앙의 황무지였던 곳에 신자들이 증가하자 가밀로 신부는 우리나라에서 사목하던 시잘레 신부(Pierre Chizallet, 1882~1970)에게 설계를 의뢰하여 고딕 양식 성당을 1930년에 건립하였다. 아름다운 성당은 서울 주교좌명동대성당의 축소형처럼 친근한 모습이다.

또한 이 성당은 가밀로 신부의 프랑스 고향에 있던 작은 성당과도 닮은 형태이다. 삼량식 성당에는 추상 유리화가 장식되어 있어서 기도와 명상에 젖어들 수 있도록 도와준다.

감곡성당 정원에는 복음 선포를 위해 길을 나서는 가밀로 신부상이 서 있다. 가밀로 신부는 모자를 벗어 손에 들고 사랑이 가득 담긴 눈길로 여전히 읍내를 바라본다. 동상 아래에는 늘 입에 달고 살았던 말씀 “나는 여러분을 만나기 전부터 사랑했습니다”가 새겨져 있다.

51년 동안 이곳에서 사목한 후 1947년 10월 25일, “성모여, 저를 구하소서”라는 기도를 반복하며 하느님 아버지 품에 안긴 가밀로 신부는 성당의 예수성심상이 있는 소제대 가까이에 잠들어 있다.

감곡매괴성모순례지성당 내부.

51년 동안 이곳에서 사목한 후 1947년 10월 25일, “성모여, 저를 구하소서”라는 기도를 반복하며 하느님 아버지 품에 안긴 가밀로 신부는 성당의 예수성심상이 있는 소제대 가까이에 잠들어 있다.

성당 제단 가운데 벽감의 성모상은 1930년 새 성당 축복식에 맞추어 프랑스 루르드에서 제작한 것이다. 1950년 6·25전쟁 때 인민군이 성당을 점령하여 성모상을 향해 총을 쏘았지만 다행히 크게 파손되지 않았다. 다만 성모상 일곱 군데에 총상 자국이 있어서 후에 신자들은 성모님이 당한 일곱 가지 고통을 나타낸다고 보았다. 오늘날에도 많은 사람들이 이 성모상 앞에서 마리아의 전구를 청하며 기도한다.

화강암과 벽돌로 건립된 매괴박물관은 성당 옆에서 견고하고 당당한 모습을 보여준다. 원래 이 건물은 1934년에 사제관으로 만들어진 것인데 2002년에 내부를 고쳐서 박물관으로 개관했다.

이곳에 1914년 첫 성체거동행사 때부터 사용했던 성광과 금색 제의, 예수성심기, 성모성심기가 전시되어 있다. 또한 본당에서 사용했던 성물과 유물, 귀중한 자료와 사진 등이 지난 역사를 회상시켜준다.

매괴박물관에는 역대 청주교구장과 감곡본당 신부, 이곳 출신의 성직자와 수도자의 사진도 함께 전시되어 있다. 감곡성당은 올해까지 126년 동안 충북 지역의 모본당 역할을 하면서 150여 명의 성직자와 수도자들을 탄생시켰으니, 그야말로 중부 지역 성소의 요람이라고 할 수 있다.

박물관을 나와 매산(玫山, 장미의 언덕)으로 가다 보면 작은 경당과 넓은 성모광장을 만나게 된다. 2018년에 청주교구 설정 60주년을 맞아 성모광장을 확장하고 프랑스 루르드와 같은 크기의 성모동굴을 만들었다. 성모광장에서 묵주기도를 바치며 동굴에 있는 성모상을 바라보면 감곡성당이 왜 우리나라의 루르드라고 불리는지 알 수 있다.

이곳에서는 매년 10월 묵주 기도 성월에 성체현양대회를 연다. 초대 본당 주임 가밀로 신부는 교우들에게 성모신심을 토대로 하여 성체신심을 심어주기 위해 초창기부터 해마다 성체대회를 개최하였다.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성체대회 중에서 가장 오래되었다. 성체현양대회는 총 4부로 진행된다. 1부 성모광장에서 성체현양대회미사 봉헌, 2부 성체를 모시고 매괴 동산으로 오르는 성체 거동 행렬, 3부 매산 정상에서 성체 강복과 세상 평화를 위한 기도, 4부 성당 안에서의 성체 강복이다.

성모광장을 지나 매산으로 오르는 길 곳곳에 십자가의 길 14처가 있다. 그 길을 따라 십자가의 길 기도를 바치며 올라가면 산 정상의 커다란 십자고상 앞에 다다른다. 산상에서는 아래의 감곡 읍내뿐 아니라 충청도와 경기도의 먼 지역까지 한눈에 다 볼 수 있다. 마치 성 프란치스코의 고향, 이탈리아 아시시의 언덕에서 바라보는 풍경처럼 사방이 확 트여있다. 아름다운 하늘과 구름, 나지막한 산과 강, 드넓은 들판과 집들이 펼쳐져 있다. 그 사이에는 가밀로 신부가 1907년에 세운 매괴학당(현 매괴여자중학교와 매괴고등학교)도 있다.

청주교구는 2006년 10월 7일 감곡성당을 ‘매괴성모순례지’로 공식 선포하였다. 성모순례지 지정은 수원교구 남양성모성지에 이어 우리나라 교회에서 두 번째이다. 그리고 2009년에는 로마의 성모대성당과 영적 유대를 체결해 성모순례성당이 되었다.

감곡성당에서 기도하며 우리는 다시 신앙의 소중함과 고귀함에 대해 생각할 수 있다. 여전히 찬바람이 불지만 감곡성당은 우리를 따뜻이 감싸주면서 부활의 계절인 봄날로 이끌어준다.

■ 박물관 관람안내

주소: 충북 음성군 감곡면 성당길 10

개관: 화요일 오후 1시~5시30분

수~일요일 오전 9시30분~오후 5시30분

문의: 043-881-2808 감곡성당

매괴박물관 외부.

매괴박물관 내부.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