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웃 이야기

[우리 이웃 이야기] 학교 부적응 청소년 위한 멘토 ‘그루터기 봉사단’ 활동하는 박이호씨

이재훈 기자
입력일 2022-02-09 수정일 2022-02-09 발행일 2022-02-13 제 3281호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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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어려운 이들 위해 재능 쓰고파”

40년간 교직 생활 후 은퇴
2009년 신앙 품고 봉사 시작
청소년 이야기에 귀 기울여

“학생들과 일주일에 단 2시간 동안만 만나지만, 만남 이후 닫았던 마음을 열려고 노력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면서 뿌듯함과 보람을 느낍니다.”

박이호(루카·74·제2대리구 분당이매동본당)씨는 성남시 중원노인종합복지관 학교 부적응 청소년 멘토링 활동인 ‘그루터기 봉사단’ 활동을 이어가는 이유로 ‘항상 인간을 포기하지 않는 하느님’을 들었다. 하느님께서 인간을 위해 끊임없이 애정을 주고 끈을 놓지 않듯, 어른들이 청소년들의 손을 놓아서는 안 된다는 것. 그는 40년간의 교직 생활 경험을 살려 봉사단에서 학교 부적응 청소년들을 위해 동화책을 함께 읽으며 공감대를 형성한 뒤, 해당 청소년 각자가 마음에 숨긴 이야기를 끌어내는 심리 치료를 도맡고 있다.

이처럼 박씨가 청소년들을 위해 봉사에 나선 배경에는 ‘신앙’이 있다. 교직에서 은퇴 후 심리적 안정을 위한 종교를 찾던 그는, 가톨릭교회에 매료됐다. 이에 2009년 분당이매동성당에서 예비자교리를 받고 이듬해 세례를 받았다. 박씨는 성당에 다니면서 성경 속 가르침대로, 가진 재능을 어려운 이들을 위해 쓰기로 결심했다. 이후 2009년 치매를 앓는 복지관 내 어르신들을 위한 동화 구연 봉사를 시작해 현재 그루터기 봉사단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신앙의 씨앗을 더 어려운 이들을 위해 쓰고 싶었다”며 “동화책을 활용한 것도 예수님께서 항상 쉬운 말씀으로 우리에게 다가오듯, 전 세대가 함께 할 수 있는 책이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들었다. 이어 “하느님께서 알려주신 사랑이 이뤄지기 위한 핵심은 ‘만남’에 있다”며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강조하시는 것도 ‘백 마디 말보다 가까이 다가가고 사랑을 나누는 행동’이듯, 어려운 이들에게 다가가려는 태도와 자세 등 모든 것이 행동으로 옮겨져 직접 마주할 때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본당 레지오마리애를 비롯해 하우현성당에서 주차봉사도 하는 박씨는 가장 기억에 남는 봉사 또한 2019년 이매역에서 비신자들에게 신앙편지를 나눠준 일을 꼽았다. 교회가 신앙이 낯선 이들에게 먼저 다가가고, 이를 직접 보여준 데 의미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평소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루카 1,28)는 말씀을 마음에 새기고 봉사활동을 한다”는 박씨는 용기를 내 주님께 받은 사랑을 베푸는 이들이 많아지길 희망했다.

“조부모가 손자녀에게 주는 눈빛에 사랑을 듬뿍 담듯, 주님께서도 우리에게 무한한 사랑을 주셨습니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 모두 주님께 받은 사랑과 그 기쁨을 언제든 더 어려운 이들에게 베풀 수 있길 기도합니다.”

이재훈 기자 steelheart@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