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밀알 하나] 다양한 세상 / 임현택 토마스 신부

임현택 토마스 신부,재외국 유학
입력일 2022-02-09 수정일 2022-02-09 발행일 2022-02-13 제 3281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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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살아가면 살아갈수록 참 많은 것을 보고 듣고 알게 됩니다. 그중에 우리가 한 사람도 빠지지 않고 공감할 수 있는 사실은, ‘이 세상엔 정말 다양한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이지 않을까 생각해요. 하나의 상황을 접하고, 하나의 장면을 보아도 보는 시각에 따라서 사람들 생각이 다르지 않습니까? 그 이유는, 사람마다 성장 환경이 다르고, 인생사 안에서 경험한 것이 다르기 때문에 생각이 다른 것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현상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려운 것이 있습니다. 그건 바로, 나와 다른 사람과 함께 어울려 산다는 것입니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나와 맞지 않는 사람’과 함께하는 것이 참 어렵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내 이웃하고 관계가 좋으면 그 상태가 ‘천국’이고요, 내 이웃하고 관계가 좋지 않으면 그 상태가 ‘지옥’처럼 느껴지더라고요. 어떻게 하면 사람들과 잘 어우러져서 살 수 있을까요?

연재했던 글 중, 제 성격에 대해서 언급한 적이 있는데 기억하시나요? ‘완벽주의적’인 성격이 있다고 말씀드린 적이 있는데요. 어떤 성격이든 좋은 점이 있고 나쁜 점이 있기 마련이잖아요? ‘완벽주의적’인 성격은 어떠한 일을 할 때 책임을 가지고 완벽하게 소화해 낸다는 관점에서는 참 긍정적입니다. 그런데 이 ‘완벽주의’가 ‘남들로부터 인정받으려는 욕심’으로부터 시작되면 이건 좀 문제가 있는 거죠. 부끄럽지만 제가 가끔 그랬어요.

어렸을 때부터 피아노를 좋아했는데, 중학생 때부터는 잘하지 못하지만 본당에서 밴드부 활동도 했어요. 그래서 주일 중고등부 미사 반주를 했지요. ‘밴드’니까, 저 혼자가 아니라 드럼, 기타, 베이스 악기들과 함께했어요. 그러니까 아무래도 밴드 악기 전체가 조화롭게 되어야 깔끔하고 아름다운 반주가 나오겠지요? 그런데 어느 날 미사 중 저의 불순한(?) 완벽주의가 발동된 적이 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교만한 모습이었는데요, 다른 악기들이 성에 차지 않아서 저의 건반 볼륨을 확 올려서 친 거예요.

그때부턴 ‘반주’가 아니라 ‘연주’가 되어버린 거지요. 그때 미사 주례 신부님께서 바로 “건반 볼륨 줄여”라고 말씀하셨고, 미사가 끝난 후 저를 따로 불러서 말씀해주셨어요.

“토마스, 음악은 조화가 중요한 거야. 혼자 하는 게 아니라 같이 어우러지는 게 중요한 거라고.”

단순히 밴드 반주의 경험으로 모든 인간관계를 말할 수는 없지만, 그 근본원리는 같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악기가 제각기 다른 소리를 내듯이 우리들이 제각기 다른 생각을 가지고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지요. 그러나 제각기 소리를 내는 악기들이 ‘자기 고유의 소리’를 알고 어떤 부분에서 어떻게 연주해야 전체적으로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는 음악이 되는지 아는 것처럼, 우리도 ‘나 자신’을 알고 함께 어우러지려고 한다면 우리 삶이 아름다운 음악이 되지 않을까요?

임현택 토마스 신부,재외국 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