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덕, 영혼의 ‘손 씻기’
수도규칙에서 안내하는 기도하고 일하는 구체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성인은 “하늘의 고향을 향해 달려가려 하는 사람은 누구든지 초보자를 위해 쓴 이 최소한의 규칙(수도규칙)을 그리스도의 도움을 받아 완수하라”면서 “그리하면 덕행의 더욱 높은 절정에 도달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수도규칙 73, 8~9) 기도하고 일하는 방법은 바로 수덕, 하늘나라에 이르기 위한 덕행을 닦는 것이다.
성인이 말하는 덕은 동양의 ‘덕’(德)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덕이란 쉽게 말해 선한 일을 할 수 있는 힘, 곧 ‘선한 습관’이다. 수덕을 통해 선한 일을 하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다면, 생각하기도 전에 몸이 선행을 하게 된다.
수덕은 마치 코로나19 대유행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마스크 쓰기와 손 씻기를 한 것과 비슷하다. 마스크 쓰기도 손 씻기도 처음에는 답답하고, 깜빡 잊기도 하지만, 이를 의지적으로 실천하고 반복하면서 바이러스를 막고, 청결을 유지하는 습관으로 자리잡은 것처럼 수덕도 마찬가지다. 처음엔 불편하지만 선한 습관이 몸에 배도록 의지적으로 반복해서 노력하는 훈련의 과정이 필요하다. 수덕은 악한 습관을 막아 죄를 짓지 않는 영혼의 마스크 쓰기이자, 회개로 깨끗해지는 영혼의 손 씻기인 셈이다.
수도규칙에는 삶 안에서 하느님 나라를 향해 가기 위한 덕을 닦는 여러 방법이 담겨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당연히 기도다. 수도규칙은 10개가 넘는 장에서 어떻게 기도해야 하는지 다루고 있고, 그 밖의 장에서도 기도하는 법을 이야기한다. 성인은 “모든 일에 있어 하느님께서 영광을 받으시도록”(수도규칙 59, 6) 하라고 당부한다. 일이 기도가 되는 것이다.
일을 기도로 삼는 비결은 축성 생활자들이 해왔듯, “기도에 자주 열중”(수도규칙 4, 56)하는 것이 가장 좋다. 복잡하지 않은 노동을 하고 있다면 일을 하면서 짧은 성경 말씀이나 단순한 기도를 반복하면 일하면서도 기도할 수 있다. 깊은 주의를 요하는 일을 한다면 일하는 중에 기도하기는 어렵다. 그럴 땐 “정해진 시간에 일을 하고 또 정해진 시간에 거룩한 독서를 하라”(수도규칙 48, 1)는 조언처럼 일을 시작하기 전에, 일을 마친 후에 등 시간을 정해 규칙적으로 자신의 일이 하느님의 영광이 되도록 청하는 기도를 하면 도움이 된다.
허성석 신부는 “일상 속에서 의지를 가지고 반복해서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기도가 몸에 배어 ‘기도의 상태’가 된다면 삶이 하느님 안에서 이뤄질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