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교회

교황의 ‘은밀한’ 음반 사랑… 로마 시내 레코드점 방문 화제

입력일 2022-01-18 수정일 2022-01-25 발행일 2022-01-23 제 3279호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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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이 1월 11일 로마 시내 판테온 인근 레코드점에서 한 음반을 들고 나오고 있다. CNS

【외신종합】 프란치스코 교황이 은밀하게 로마 시내 레코드점을 방문한 것이 화제가 됐다.

교황은 1월 11일 어둑어둑한 저녁 7시경 로마 시내 판테온 인근에 있는 한 레코드점을 은밀하게 들렀다. 10여 분 뒤 교황이 한 손에 음반을 들고 가게를 빠져나와 교황청 번호판이 붙은 피아트 경차에 올랐다.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갑작스러운 일정이었지만, 마침 인근에 있던 TV 채널 ‘로마 리포트’ 하비에르 마르티네즈-브로컬 편집장이 이 장면을 촬영, 흑백사진과 함께 24초 분량의 동영상을 SNS에 올렸다. 이 사진은 교황청 기관지인 ‘로세르바토레 로마노’지에도 실렸다.

국가 원수급 경호를 받는 교황이 사적으로 시내 가게를 방문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특히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황으로 선출된 뒤 자유롭게 로마 시내를 돌아다닐 수 없는 것에 대해서 아쉬움을 표시해왔다.

마르티네즈-브로컬 편집장은 며칠 뒤 교황에게 편지를 보내 자신은 파파라치가 아니며, 교황이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게 로마 시내를 다니는 데 방해가 돼서 미안하다는 뜻을 전했다. 하지만 그는 온통 비극적인 사건들로 가득한 세상에 이런 유쾌한 이야기는 꼭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놀랍게도 교황은 즉시 응답했다. 자신도 그 사진을 봤다면서 “최대한 주의를 기울여 은밀한 방문이 되기를 원했는데, 택시 정류장에 기자가 있었으니 ‘운이 없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교황인 저에게는 곤란한 상황이 됐지만 당신은 기자로서 직무를 훌륭하게 수행한 것”이라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이 레코드점은 오래전부터 교황이 이용해온 단골 가게로, 최근 리모델링 작업을 마쳤다. 레코드점 주인인 티지아나 에스포지토씨는 교황이 이전 만남에서 가게를 방문해 축복해줄 것을 약속했었다며 “교황은 과거 부에노스아이레스 대주교 시절 로마에 올 때마다 이곳에 들러 선물을 사가곤 했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어려서부터 오페라와 클래식 음악뿐만 아니라 고국인 아르헨티나의 대중음악 탱고도 즐겨 듣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교황의 음반들을 관리하는 교황청 문화평의회 의장 잔프랑코 라바시 추기경은 1월 13일 현지 한 일간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로마 시내 레코드점을 들른 교황 사진을 보고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며 들고 나오신 음반은 곧 내게 전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3년 전부터 교황의 음반들을 관리하고 있는 라바시 추기경에 따르면, 교황은 19개의 LP판 외에 총 1728개의 CD를 소장하고 있다. 대부분 클래식 음반이지만 에디트 피아프 샹송 히트곡 전집, 아스토르 피아졸라 등 아르헨티나 탱고 음악 등도 포함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