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2021 한국교회 결산

박지순 기자
입력일 2021-12-21 수정일 2021-12-21 발행일 2021-12-25 제 3275호 12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성 김대건 희년 맞아 신앙 정체성 확인… 기후위기 대응 다짐

김대건 신부 삶과 영성 따르는 다양한 노력들 꾸준히 이어져
세계주교시노드 교구 단계 돌입… 각 교구 개막미사 후 과정 진행
탄소중립 이룰 것 천명하고 생명·인권 수호 노력 다짐

대전교구장 서리 김종수 주교가 11월 27일 솔뫼성지에서 봉헌된 성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 희년 폐막미사 중 장엄강복을 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2021년은 코로나19 확산세 지속으로 한국교회와 사회 모두가 힘겹게 보낸 한 해였다. 어떤 상황에서도 세상 속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해야 하는 한국교회는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교회 안팎에서 주어진 사명과 예언자적 소명에 충실하고자 노력했다. 한국교회가 올 1년 동안 펼쳤던 활동들과 교회 안 주요 사건들을 돌아본다.

■ 교황청 장관과 새 교구장, 주교 탄생

올해는 교황청 장관을 비롯해 새 교구장 등의 주교들이 탄생해 한국교회가 한 마음으로 기뻐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한국교회 역사상 처음으로 교황청 장관이 탄생한 것은 큰 경사였다. 전 대전교구장 유흥식 대주교가 그 주인공으로, 유 대주교는 6월 11일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에 임명됨과 동시에 대주교가 되면서 한국교회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정순택 대주교는 제14대 서울대교구장으로 임명, 12월 8일 주교좌에 착좌했다. 가르멜 수도회에서 수도생활을 한 정 대주교는 수도회 출신 한국인 교구장으로 서울대교구와 한국교회의 영적쇄신에 큰 힘을 실어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김주영 주교는 제8대 춘천교구장으로 1월 6일 춘천 죽림동주교좌성당에서 착좌했다. 김 주교는 춘천교구 첫 교구 출신 교구장으로 관심을 모았다. 서상범 주교는 제4대 군종교구장으로 임명됐다. 서 주교는 군종신부로 22년, 군종교구 총대리로 4년 6개월간 봉직하며 누구보다 군사목을 잘 아는 군종교구장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대전교구와 부산교구는 새 보좌주교를 맞이하는 기쁨을 누렸다. 대전교구 한정현 주교는 1월 25일 주교로 서품됐으며, 부산교구에서도 6월 29일 신호철 주교가 주교품을 받은 경사가 있었다.

기쁨과 함께 슬픔도 있었던 한 해였다. 1998년부터 2012년까지 제12대 서울대교구장 겸 평양교구장 서리로 봉직했던 정진석 추기경이 4월 27일 90세를 일기로 선종했다. 1986~2007년 제8대 대구대교구장으로 헌신했던 이문희 대주교는 3월 14일 향년 85세로 선종했다.

■ 성 김대건 신부 희년과 교구 단계 시노드 진행

한국교회가 한국인 첫 사제 성 김대건 신부(1821~1846)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 1년간 진행했던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탄생 200주년 희년’이 11월 27일 전국 각 교구에서 폐막미사 봉헌과 함께 마무리됐다.

‘당신이 천주교인이오?’를 주제로 보낸 희년은 신자들에게 천주교 신자라는 정체성과 신원을 확인하는 계기를 부여했다. 또 희년 동안 성 김대건 신부를 학술적, 문화적, 예술적으로 조명하고 표현하려는 다양한 시도들이 교회 안팎에서 활발히 이뤄졌다. 성 김대건 신부는 ‘2021 유네스코 세계기념인물’로 선정돼 이번 희년의 의미를 더했다. 희년은 끝났지만 성 김대건 신부의 삶과 신앙, 순교정신을 이어가야 한다는 과제도 한국교회에 부여됐다.

아울러 올해 탄생 200주년을 맞은 가경자 최양업 신부의 시복 추진도 새로운 길에 접어들었다. 교황청 기적 심사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한 한국교회는 10월 14일 주교단 명의로 담화 ‘가경자 최양업 토마스 신부님의 시복을 위한 기적 심사를 새롭게 추진하며’를 발표하고 최양업 신부 시복 추진에 대한 변함없는 의지를 다졌다. 전주교구가 9월 1일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권상연 야고보, 윤지헌 프란치스코 유해 발굴 결과를 발표한 것도 순교자 현양과 관련해 올해 빼놓을 수 없는 사건이다.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가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를 위하여: 친교, 참여, 사명’을 주제로 10월 9~10일 교황청에서 공식 개막함에 따라 한국교회도 10월 17일 각 교구별로 교구 단계 시노드 개막미사를 봉헌하며 세계주교시노드 첫 단계에 돌입했다.

이에 따라 한국교회 각 교구는 시노드 책임자를 임명하고 교구별로 하느님 백성의 의견을 듣는 절차에 착수했다. 주교회의는 온라인 특별 페이지(cbck.or.kr/synod/2021-2023)를 개설, 시노드 준비를 돕고 시노달리타스 개념 이해를 위한 자료 등을 제공하고 있다.

염수정 추기경이 10월 17일 봉헌된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교구 단계 개막미사에서 장애인과 함께 입당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 생명을 향한 사명 수행

한국교회는 올해도 변함없이 인간의 생명을 살리는 사명에 매진했다.

주교회의 가정과생명위원회는 4월 15일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는 형법 개정을 강력하게 촉구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성명서를 발표해 태아 생명 보호를 위해 목소리를 높였다. 가정과생명위 2019년 4월 헌법재판소가 형법상 낙태죄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지만 아직까지도 새 법률 제정이 미뤄지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고 “태아의 생명을 지키는 법안을 조속히 입법하라”고 촉구했다.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는 인간의 생명을 합법적으로 앗아가는 사형제 폐지에 올해도 역량을 모았다. 정평위는 6월 9일 제21대 여야 국회의원 300명 전원에게 사형폐지에 관한 특별법안 발의에 동참을 호소하는 공문을 발송했고, 특별법안은 10월 7일 발의됐다. 정평위는 특별법안의 국회 심의 과정에서도 교회 목소리를 적극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한국교회는 군부 쿠데타로 생명을 유린당하고 있는 미얀마를 향해서도 연대의 손길을 내밀었다. 한국 주교단은 ‘미얀마 사태를 접한 형제자매들의 아픔과 슬픔에 함께하며’를 제목으로 3월 11일 성명을 발표했다. 주교단은 성명서에서 미얀마 국민들이 바라는 민주적인 국가 공동체가 하루빨리 이뤄지기를 기원했으며, 각 교구와 수도회에서도 미얀마의 고통과 함께하려는 미사와 모금운동이 이어졌다.

9월 11일 수원 정자동주교좌성당에서 봉헌된 수원교구 탄소중립 선포 미사 입당 예절 중 교구장 이용훈 주교가 지구를 사랑하는 교구민들의 마음을 뜻하는 지구 모형을 들어보이고 있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 기후위기 대처와 노동인권에도 관심 기울여

갈수록 커지는 기후위기에 대처하려는 움직임이 한국교회와 각 교구 차원에서 이어졌다.

프란치스코 교황 회칙 「찬미받으소서」 정신을 따라갈 것을 약속하는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 개막미사가 한국교회 주교단 공동집전으로 5월 24일 명동대성당에서 봉헌됐다.

이에 앞서 의정부교구는 교구 사회사목국 주도로 2월 5일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 행동 플랫폼」 책자를 발간해 생태 보전을 위한 구체적인 실천방안과 자료를 선도적으로 제시했으며, 인천교구는 4월 14일 기후위기 대응을 목적으로 인천시와 ‘지속가능한 자원순환사회 실현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9월 25일에는 가톨릭기후행동 등 천주교 환경운동 단체들이 참여해 ‘집중 기후행동의 날’ 1인 시위와 집회를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열어 기후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높였다. 특히 수원교구는 9월 11일 정자동주교좌성당에서 ‘수원교구 탄소중립 생활 실천 봉헌 캠페인’ 시작을 선포하며 204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룰 것을 천명했다.

11월 14일에는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 플랫폼’(Laudato Si’ Action Platform)이 공식 출범해 가정, 본당, 교구 단체들은 향후 7년 동안 보편교회의 창조질서 보전 활동에 동참할 수 있게 됐다.

우리 사회 약자인 노동자들의 인권과 복지에도 교회는 관심을 기울였다. 주교회의 정평위 노동사목소위원회는 11월 9일 ‘산업재해 트라우마와 교회의 역할’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고, 서울·인천교구 노동사목위원회는 11월 17일 ‘아시아나케이오 원직복직 촉구 3개 종교 기도회’를 개최하는 등 노동인권 분야 활동에도 힘썼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