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신앙인의 눈]사랑과 위로와 치유의 임마누엘 하느님 / 김민수 신부

김민수 신부(서울 청담동본당 주임)
입력일 2021-12-21 수정일 2021-12-22 발행일 2021-12-25 제 3275호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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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부터 실시된 ‘단계적 일상회복’이라는 ‘위드 코로나’ 방역 정책은 신앙생활에 큰 기대감을 안겨주었다. 본당에서 단체모임이 가능해지면서 활기를 되찾는 분위기로 반전되었다.

그동안 본당 유튜브를 통해 비대면으로 진행해왔던 견진교리를 거의 막판에 대면교리로 돌릴 수 있었고, 견진성사를 위한 별도 미사에 견진자와 대부모뿐 아니라 가족과 지인들이 참여하는 가운데 성대하게 마칠 수 있었다.

오랫동안 활동을 멈추었던 본당 동호회 중에 산악회와 여행 동호회인 엠마오가 연대하여 남한산성 둘레길을 걷고 성지성당에서 미사도 봉헌하였다. 단풍으로 물든 가을에 신자 간 친교와 유대를 나누며 오랜만에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게다가 서울대교구 소속 앵베르 피정 센터를 활용하여 본당 단체를 위한 하루 피정을 실시한 바 있다. 은평구 기자촌에 자리 잡은 피정 센터는 개관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모든 시설이 피정이나 연수하기에 너무나 편리한 곳이다. 게다가 북한산 자락에 위치하고 있어 주위 경관과 공기가 좋고, 인근 둘레길 접근이 용이하다. 서로 잘 아는 사이인데도 낯선 장소에서 만나니 신자들에게는 제법 새롭고 신선하게 느껴져 피정이 연신 화기애애한 분위기이다.

또한 꾸리아 단장들이 걱정에 걱정을 거듭하면서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시행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던 레지오 연차 총친목회도 12월 초에 단원들이 본당 대성전에 다 같이 모여 강의와 성모발현성지 영상물을 보면서 알차게 보낸 바 있다. 코로나 때임에도 불구하고 여러 아이디어를 짜내어 적용하다보니 몇 가지 행사를 실행할 수 있었다.

대림 후반부로 들어서면서 하루 확진자가 7000여 명에 이르러 결국 단계적 일상 회복이라는 위드 코로나는 중단되고 보다 강력한 새로운 방역 지침이 실시되고 있다. 유럽 역시 방역을 강화하는 입장으로 선회하면서 연말연시행사를 줄줄이 취소하고 있다고 한다. 백신 접종 완료자라도 3개월이 지난 경우에는 부스터 샷인 3차 접종을 하라는 문자 메시지를 받고 부랴부랴 인근 병원에서 백신을 맞으니 약간 안심이 된다.

그렇지만 잘 알고 지내는 지인들 중 몇 분이 확진되었다는 소식에 확진에 대한 불안감마저 느낀다. 그럼에도 매일 미사를 주례하고 성사를 집행하는 사제 입장에서 본당 공동체를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도 막중하다.

미사가 끝난 후 로비나 마당에서 신자들에게 일일이 “건강하세요”, “즐거운 하루 되세요”하며 상쾌한 인사말을 나누고 마스크 쓴 얼굴 눈빛을 마주한다. 거기에다 “데레사, 잘 지냈어?”, “자매님을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형제님, 홧팅!”, “어르신이 최고에요~”하는 멘트를 잊지 않고 보낼 때 신자들은 기쁨과 즐거움, 위안과 위로라는 짧은 치유 시간을 누리게 된다. 상대방과 인사하고, 이름을 불러주고, 격려와 칭찬의 말 한 마디를 나눌 때 자신의 존재 가치와 의미를 알게 되고 삶의 희망을 깨닫게 된다.

올해도 어김없이 성탄과 연말연시의 종소리가 울려 퍼진다. 이번 대축일 미사들은 주말을 끼고 있어서 본당 신부나 신자들 모두 분주하다. 성탄 밤미사와 성탄 대축일 미사, 그리고 연이은 주일 미사를 계주하듯 마치고 나면 곧이어 송구영신 미사와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 미사, 그리고 또 주일 미사가 기다리고 있다. 아니, 어떻게 이처럼 요일이 정해졌단 말인가? 그렇지 않아도 코로나 때문에 미사에 참여하는 신자들이 반 이상 줄어든 터에 금·토·일을 두 번씩이나 신자들이 연달아 미사에 참석해야 하니 마음마저 바빠진다.

그러면서도 하느님이 육화의 신비로 인간이 되시어 우리에게 빛으로 오시는 성탄 축제는 자체로 기쁨이다. 이번 주님 성탄 대축일 미사 강론에서도 신자들과 기쁨을 나눈다. “메~리 크리스마스, 호호호!”

매년 연례행사하듯 연습이 잘되어 있는 신자들 모두가 함박웃음을 지으면서 주례사제를 따라 크게 복창할 때, 별이 빛나는 거룩한 밤하늘에서는 천사들이 하느님께 영광과 찬미를 드린다. 또한 묵은해를 보내고 불확실한 미래이지만 새해를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이 더 나은 세상을 향한 바람이요 희망의 메시지이기에 우리에게는 감사와 위로와 치유의 시간이라 하겠다.

김민수 신부(서울 청담동본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