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현장에서] 하느님 밥상의 조건 / 민경화 기자

민경화 기자
입력일 2021-12-07 수정일 2021-12-07 발행일 2021-12-12 제 3273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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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 홍합을 넣은 뽀얀 홍합탕에 갓 지은 햅쌀밥, 영양소를 골고루 담은 각종 반찬에 얼마 전 담근 김장김치까지. 전주시 완산구에 자리한 ‘희망이 꽃피는 집’의 밥상에는 재료부터 조리까지 정성이 가득하다. 이곳에서 하루에 식사 가능한 인원은 20명 안팎. 희망이 꽃피는 집 원장 백인숙 수녀는 “오시는 한 분 한 분에게 정성을 다해 식사를 대접하고 싶어 인원을 정해놓게 됐다”고 말했다. 식사만 대접하는 것이 아니다. 반찬이 필요하다는 이에겐 종이가방 가득 음식을 싸주는가 하면, 라면이 먹고 싶다고 하면 메뉴를 바꿔 대접한다. 그야말로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얼마 전 ‘명동밥집’에서 만난 한 노숙인은 “나눔 행사를 한다며 먹기 힘들만큼 불어버린 자장면을 주는가 하면 유통기한이 임박한 상품을 주는 곳도 많다”며 “명동밥집은 그런 곳과 달리 정성스레 음식을 만들고 우리를 배려해 주는 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자선 주일을 보내며 가난한 이웃을 돕는 일을 실천하는 데 있어서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하는 말이다. 또한 명동밥집에선 밥을 빨리 먹는 게 습관이 된 노숙인들을 위해 따뜻한 보리차를 제공하고 있다.

이문수 신부가 운영하는 ‘청년밥상 문간’ 또한 이곳을 찾는 청년들이 스스로 가난하다 생각할까 싶어 고민 끝에 한 끼 식사를 3000원에 제공한다. 하느님의 밥상을 전하는 이 세 곳은 먼저 경청했고, 그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을 나누고 있었다. 번거로움과 수고로움을 감수하고 가난한 이웃을 위해 정성을 다하며 운영하는 세 밥집. 하느님께서 말씀하신 이웃사랑을 어떻게 실천해야 하는지 이 세 밥집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민경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