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대림기획] 공동의 집 지키며 주님 기다립니다 (상)신흥성모유치원

이주연 기자
입력일 2021-12-01 수정일 2021-12-01 발행일 2021-12-05 제 3272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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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위한 우리들 노력… 주님도 기뻐하시겠죠?”

분리배출 등 생태보전 활동 일상화
자원순환가게에 재활용품 꾸준히 전달
보상 금액 전액은 환경 단체에 기부

신흥성모유치원 7세반 원생들은 모인 재활용품을 매주 화요일 인근 자원순환가게에 가져간다. 가게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어린이들. 신흥성모유치원 제공

온실가스뿐만 아니라 다양한 오염 물질 배출로 공동의 집 지구가 무너져가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생태적 회개의 실천은 신앙인들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열쇳말이 되고 있다.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위원장 박현동 아빠스)는 지난 9월 1일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을 맞아 ‘공동의 집에서 피조물과 함께 하느님을 찬양하고 기도하고 행동합시다!’ 주제로 발표한 담화에서 기후위기를 막기 위한 다양한 생활 실천 방안을 강조했다. 이렇게 교구 본당과 수도회 등 각 신앙공동체는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와 구체적 행동을 요청받고 있다.

삶을 정비하고 예수님의 오심을 깨어 기다리는 대림 시기다. 아파하는 지구의 고통을 덜기 위해 일상 안에서 노력하는 공동체 모습 속에서 다시 오실 하느님을 향한 희망의 발걸음을 찾아본다.

제2대리구 신흥동본당(주임 송성규 신부) 부설 신흥성모유치원(원장 이민자 수녀, 이하 유치원)에서는 매주 화요일 오후가 되면 7세반 원생들의 움직임이 바빠진다. 오후 2시에 문을 여는 인근 ‘신흥이re100’ 방문을 위해서다.

‘신흥이re100’은 2019년 성남시, 재활용처리업체, 성남환경운동연합이 기획한 전국 최초 자원순환가게다. ‘re100’은 ‘Renewable Energy 100%’의 약자다. 환경에 악영향을 주는 에너지 대신 재생 에너지를 소비해 환경을 보호하자는 뜻이 담겼다.

아이들은 원장 이민자 수녀와 교사 인솔로 10명 정도씩 팀을 나눠 각자 맡은 재활용품 가방을 들고 가게로 향한다. 2020년 1월 신흥이re100이 유치원 곁 성남시 수정구 신흥동 98에 자리를 잡은 후 매주 이어지고 있는 일정이다. 약 2년이 되어간다. 그런 까닭에 신흥성모유치원생들은 신흥이re100에서 첫 손에 꼽히는 단골손님이다. 매주 화요일과 토요일 운영하는 이곳은 ▲비운다 ▲헹군다 ▲제거한다 ▲섞지 않는다 등 4가지 방법으로 재활용품 분리배출을 하고 그에 맞는 보상도 진행한다.

유치원에는 ‘페트(PET)’, ‘고밀도 플라스틱(HDPE)’ 등 7개로 나눠진 재활용품 통이 마련돼 있다. 아이들이 매일 집에서 가져온 우유 팩과 플라스틱 등을 모으는 장소다. 이렇게 모아진 품목들을 5~7세 원생 중 제일 윗반 7세반이 책임지고 가게로 가져가는 것이다. 올해 상반기까지 신흥이re100을 통해 보상받은 금액은 약 80만 원 정도다. 이는 아이들과의 회의를 거쳐 교회 내외 환경 단체에 기부됐다.

김재은(릴리안·7)·김하늘(마리스텔라·7)양은 “우유팩 등은 씻고 접고 말려서 가져온 후 모아서 가게에 가져간다”고 말하고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면 바다 동물이 먹고 죽을 수 있고 지구가 뜨거워져서 우리들이 살 수가 없다”고 소리를 높였다. 또 “먹을 때도 먹고 싶은 만큼만 먹고 물도 적당하게 틀어야 하고 전기불도 안 쓸 때는 반드시 전원을 끄면서 지내야 지구가 덜 아플 것 같다”고 말했다.

두 해 가량 진행된 이 자원순환 활동은 아이들에게 환경 보호에 대한 인식을 자연스럽게 심어줬다. 일회성이 아닌 일상생활과 함께하는 실천 운동이 됐다. 손 씻을 때 물비누 버튼 한 번만 누르기, 수도꼭지 잠그고 비누질하기, 나무젓가락 사용하지 않기 등은 일상적이다. 자원순환 활동을 통해 아이들이 변화된 점은 이처럼 환경 보호가 생활 실천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매일 재활용품을 모으고 재사용하는 체험이 어우러지면서 나타난 결과다. 이는 부모들뿐만 아니라 본당 신자 등 어른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다른 유치원이나 교육 기관 등에서 모범 사례로 견학을 오기도 한다.

유치원 측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스스로 느끼고 자발적으로 지구 환경을 생각하게 된 것’을 의미 있는 성과로 꼽는다.

원장 이민자 수녀(예수의 카리타스 수녀회)는 “이전에도 기본적인 환경 교육이 이뤄졌으나, 쓰레기가 자원이 되고 재활용되는 것을 매일 지속해서 눈으로 목격하고 체험하는 과정을 통해 교육 효과가 배가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신흥성모유치원의 자원순환 활동은 신흥re100이라는 자원순환 가게를 설치한 지역의 관심, 또 이를 활용해 일상 안에서 생태보전 실천을 계속적으로 시도한 유치원의 노력이 합쳐 더욱 큰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이민자 수녀는 “유아기 아이들의 경우 무엇이든 잘 받아들이는 시기인 만큼 어른들 특히 부모들의 환경에 대한 인식과 솔선수범은 무척 중요하다”며 “망가지는 지구는 결국 자라나는 아이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볼 때 엄마 아빠가 가정에서 더 철저히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