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인은 ‘세상을 향한 교회’에서 신앙 의미 찾으려 한다 주일미사 참례 소홀해지고 공동체 소속감 감소 현상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의미 잃어가는 모습들 두드러져 교회의 세상 속 역할 수행에 응답자 97.2%가 동의하고 생태위기 대응 캠페인과 같은 실천방안 배우는 기회 요청 교회 현실 개선에 참여하는 ‘시노달리타스’에 높은 기대감
■ 의미의 위기를 겪는 신자들
이번 설문조사에서 가장 의미 있는 결과는 팬데믹에 따른 신앙공동체의 위기 징후를 재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20~30대 젊은 신자 층의 이탈 증가, 공동체에 대한 소속감의 감소, 주일미사 참례 의무에 대한 생각의 감소 같은 결과는 교회 통계나 지난해 1차 조사를 비롯해 서울·의정부 등 교구에서 진행한 설문 결과에서도 일관되게 나타난 현상이다. 게다가 팬데믹 장기화로 신앙 위기에 대한 인식이 무뎌지고 있는 점도 살필 수 있었다. ‘일상 신앙실천의 중요성에 관한 인식이 높아졌다’는 응답은 1차 조사 90.7%에서 이번에 56.6%로 34.1%p 낮아졌을 뿐 아니라 ‘온라인 신앙 콘텐츠 이용 시간’이나 ‘신앙과 교회공동체의 소중함에 대한 인식’ 등의 증가를 묻는 문항에서도 ‘그렇다’고 응답한 비율이 감소했다.(9면 ‘코로나19 이후 신앙생활 변화 범주’ 그래프 참조) 특히 이번 설문에서는 신자들이 ‘믿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신앙생활을 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교회가 세상에 어떻게 존재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으로 대변되는 ‘의미의 위기’를 겪고 있다는 점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으로서, 또한 그리스도인 공동체로서의 정체성을 찾고 있다는 것이다. 조사 결과 중 팬데믹 이후에도 중요할 것으로 예상되는 사목 활동 1순위는 ‘본당의 역할에 대한 새로운 모색과 탐구’(32.4%)였고, 2순위는 ‘전례 중심에서 일상 중심의 신앙생활로 전환’(29.2%)이었다. 팬데믹으로 기존에 ‘신앙생활’이라 생각했던 전례, 신심 활동 중심의 신앙생활과 믿음의 의미를 다시 성찰하게 됐고, 그 답을 요청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10면 ‘팬데믹 이후에도 중요할 것으로 예상되는 사목 활동’ 도표 참조)■ 가톨릭 시민과 시노달리타스
팬데믹 속에서 의미의 위기를 겪는 신자들은 교회가 세상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는 갈망도 강하게 표출했다. ‘교회가 세상과 이웃을 위한 공적 역할 수행이 중요하다’는 물음에 거의 모든 응답자가 동의(97.2%)했고, ‘세상 속에서 가톨릭 신앙을 지닌 그리스도인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배우고 싶다’(93.6%)고 답했다.(10면 ‘코로나19 이후 가톨릭교회의 공적 역할에 관한 견해 동의 정도’ 그래프 참조) 이런 갈망은 시민이면서 동시에 신앙인이라는 ‘가톨릭 시민’의 가능성을 시사한다. 가톨릭 시민은 “교육을 통해 신자들이 교회 안으로만 향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향하게 함으로써 가톨릭 시민으로 양성한다”는 목적을 둔 독일 가톨릭 성인교육에서 등장하는 개념이다. 독일 가톨릭 성인교육은 국가 공교육, 개신교 성인교육과 더불어 독일 평생교육의 큰 축을 차지하고 있는 교육이기도 하다. ‘교회 구성원인 하느님 백성 모두는 좋은 신자이면서 동시에 좋은 시민이어야 한다’는 이 개념은 개인적 차원 혹은 교회 울타리를 넘어서지 못하는 교회 내 신앙 활동, 신앙교육, 영성운동에 대한 성찰을 촉구한다. 그러나 신자들은 의미의 위기에 대한 응답을 교회에서 찾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응답자들은 팬데믹 이전을 기준으로 ‘우리 성당은 지역주민을 위한 봉사, 시민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는 문항에 27.0%만이 동의했다. 팬데믹 이후 신자들의 기대와 교회의 응답 사이에 상당한 간극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또한 응답자들은 생태·환경과 관련해 교회가 가장 시급히 해야 할 일로 ‘환경을 위한 실천 캠페인’을 꼽았다. 이러한 생태 문제에 대한 인식의 확장은 이번 팬데믹 사태가 인류에게 끼친 영향 가운데 하나다. 현재 보편교회 차원에서도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에 따른 활동이 진행되고 있다. 이는 단순히 환경운동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사목 패러다임 역시 성장 담론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성찰과도 접목돼 있다. 마지막으로 시노달리타스 실현이 팬데믹을 겪고 있는 교회 현실을 개선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시노달리타스는 ‘하느님 백성 전체가 교회의 삶과 사명에 관련되고 참여하는 것’을 뜻한다. 응답자의 85.6%는 ‘시노달리타스 실현 노력이 교회 현실 개선에 영향을 줄 것이라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반면 신자들의 의견이 본당에 제대로 전달되고 있는지에 대한 견해에 37%가 ‘전달되지 않는다’고 답해 시노달리타스 실현을 위한 첫걸음인 ‘경청’에 더 힘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했다. ◆ 조사·분석 참여한 우리신학연구소 경동현 연구실장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