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교회

스페인 주교회의, 낙태 반대 시위 불법화에 기자회견 열고 강력 비판

입력일 2021-10-05 수정일 2021-10-06 발행일 2021-10-10 제 3264호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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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지키려는 기도회 막지 마라”

【마드리드 CNS】 스페인 정부가 낙태 병원 인근에서 열리는 낙태 반대 기도회와 시위를 불법화하고 낙태 거부 의사의 명단 작성을 시도했다. 스페인 주교단은 이를 강력히 비판했다.

스페인 주교회의 사무총장 루이스 아겔로 가르시아 주교는 9월 30일 기자회견을 열고 “표현의 자유와 집회 자유는 보장돼야 한다”면서 “낙태를 시행하는 병원 인근에서 기도회를 여는 이들은 자신들의 의지에 따른 것이며 인간 생명의 신성함을 기억하고 낙태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가르시아 주교는 “낙태 반대가 극우(極右)로 몰리는 현 세태에 대해 우려한다”고 덧붙였다.

스페인 정부는 낙태 병원 외곽에서 이뤄지는 기도회와 반대 집회를 불법화하려는 법을 밀어붙이고 있다. 가르시아 주교는 “낙태가 법으로 보장된다면, 표현의 자유와 집회의 자유도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정부 법안에 따르면, 공개적으로 낙태를 하려는 여성을 조롱하면 최대 1년의 징역이나 사회봉사를 명령하도록 하고 있다.

정부 법안을 지지하는 사회당의 라우라 베르하 의원은 “여성을 조롱하고 낙태하는 이들을 살인자라고 부르는 것은 표현의 자유가 아니라 협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스페인 주교단은 또 낙태 시술을 거부하는 의사들의 명단을 작성하겠다는 성평등부 이레네 몬테로 장관의 조치에도 반대하고 나섰다.

스페인 생명포럼 하비에르 로드리게스 소장은 “정부가 낙태를 거부하는 의사들의 명단을 만드는 것은 정부에 반대하는 이들을 침묵하게 하고 박해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의료 종사자들이 자신의 신념과 가치관, 직업윤리에 반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특히 스페인 주교회의는 9월 28~29일 상임위원회를 열고 정부의 낙태 지원을 막을 대처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가르시아 주교는 “정부의 낙태 지원 방안은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기 때문에 의료단체들은 이를 반대하기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