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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묵주기도 제대로 알기

성슬기 기자
입력일 2021-09-28 수정일 2021-10-01 발행일 2021-10-03 제 3263호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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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모신심 특성 지녔지만, 본질은 그리스도를 향한 기도
성모님 통해 예수님을 지향 각 신비마다 복음 내용 담겨
주님 구원의 신비 묵상하며 ‘관상 기도’의 자세 유지해야
개인 기도 지향 떠올리지 않고 신비 내용 묵상하는 것이 중요
지성적 접근으로 생각하기보다 하느님과 대화 위해 노력해야

10월은 개인과 가정성화, 인류구원과 세계평화를 위하여 묵주기도를 바치는 ‘묵주기도 성월’이다. 묵주기도는 가톨릭 신자에게 가장 익숙하면서도 친근한 기도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그만큼 기도하면서 일상 속 잡념에 빠져들기도 하고, 원래의 의미대로 바치는 경우가 의외로 드물다. 하는 사람은 많지만, 올바른 방법으로 잘 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는 묵주기도. 묵주기도 성월을 맞아, 묵주기도에 대해 제대로 알아보고 묵주기도를 올바르게 바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알아본다.

■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그리스도를 향한 기도

“묵주기도를 바치는 것은 바로 성모님과 함께 그리스도의 얼굴을 바라보는 것입니다.”(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교서 「동정 마리아의 묵주기도」(이하 교서) 3항)

묵주기도 생활을 강조했던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말처럼 묵주기도는 ‘성모님과 함께 하느님께 바치는 기도’다. 묵주기도는 성모 신심의 특성을 지니고 있긴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하는 기도다. 따라서 묵주기도의 모든 묵상은 예수 그리스도를 향해야 한다.

묵주기도는 모든 복음 메시지의 핵심을 집약하고 있어, ‘복음의 요약’과 같다. 묵주기도의 ▲환희의 신비 ▲빛의 신비 ▲고통의 신비 ▲영광의 신비 등 각 신비는 복음서에서 영감을 받았다. 각 신비에는 예수님의 탄생 예고부터 시작해 유년 시절, 공생활, 수난과 부활, 천상적인 영광까지 복음서에 기록돼 있거나 복음서 내용이 함축적으로 포함돼 있다.

김보록 신부(살레시오회)는 저서 「묵주기도 묵상」에서 묵주기도는 ‘복음의 기도’이자 ‘주님의 구원 신비의 기도’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묵주기도 묵상은 복음에서 출발하여 복음을 실천하고 전파하는 것이고, 복음으로 돌아가는 것”이라며 “묵주기도를 하는 그리스도교 신자는 주님의 구원 사업을 총괄적으로 파악하게 되고 자신의 생활을 쇄신하여 신앙의 핵심에 도달하게 된다”고 조언했다.

■ 묵상의 맛을 위한 ‘감동’

묵주기도의 중요한 특징 가운데 하나는 일정한 문장으로 정해진 기도문(구도(口禱))과 문장으로 정해지지 않은 내심의 기도(염도(念禱))가 가장 아름답게 조화됐다는 점이다. 성모송과 주님의 기도, 영광송 등의 기도문을 외우며 침묵 가운데 주님의 구원신비를 묵상하는 기도인 것이다.

묵상해야 하는 내용은 네 개의 신비에 담겨 있다. 예수 그리스도의 강생, 수난, 부활 등 구원사를 요약한 각 신비는 각각 5개의 묵상 주제로 구성돼 있다.

환희의 신비는 예수의 강생과 어린 시절을 묵상하도록 이끈다. 빛의 신비에는 예수의 공생활 중 다섯 가지 주요 사건이 나온다. 고통의 신비에서는 예수의 수난과 고통, 죽음을, 영광의 신비에서는 예수의 부활과 승천, 성령 강림과 성모 승천 그리고 성모의 대관(戴冠·왕관을 받아 머리에 씀)을 묵상할 수 있다.

묵주기도를 할 때 각 신비 내용을 ‘진정으로’ 묵상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예를 들어 주님의 기도와 성모송을 외우는 동안 아픈 부모님을 생각한다든가 자녀의 시험 합격을 바라거나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각 신비의 각 단에 해당하는 내용을 묵상하는 것이 중요하다.

묵상을 이어갈 때에는 묵상의 여러 요소 중 ‘감동’이 중요하다. 감동은 성찰한 내용에 대한 마음의 감동적인 움직임을 말한다. 묵주기도의 묵상을 제대로 맛보기 위해서는 각 단의 신비를 지성적으로 생각하고 반성하기보다, 마음을 움직여 주님과의 감동적인 대화와 친교의 형식으로 다가가는 것이 좋다.

묵주기도는 하루에 전체 신비를 다 봉헌할 수도 있고, 요일별로 신비를 달리해 봉헌할 수 있다. 보통 월요일과 토요일엔 환희의 신비, 화요일과 금요일엔 고통의 신비, 수요일과 주일엔 영광의 신비를 바친다. 빛의 신비는 목요일에 바친다. 순서는 권장사항일 뿐 꼭 요일에 국한할 필요는 없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교서 38항에서 이러한 요일 배분을 두고 “요일마다 영적인 ‘색깔’을 부여하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묵주기도를 통해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신 날인 주일을 중심으로, 한 주간은 그리스도 생애의 신비들을 거쳐 가는 하나의 과정이 된다”고 설명했다.

■ 묵주기도 하는 법

먼저 묵주의 가장 끝에 달려 있는 십자가를 잡고 성호경을 그은 후 십자가의 발 부분에 친구(親口)를 하고 사도신경을 외운다. 이어 다음 묵주알로 옮겨 주님의 기도를 바치고 세 개의 알을 차례로 넘기며 각각 성모송을 봉헌한다. 다음 묵주알에서는 영광송을 한 후, 구원의 기도를 한다.

이어 묵상 주제인 환희·빛·고통·영광의 신비 중 하나를 택해, 5가지 묵상 주제 중 첫 번째를 외우고 주님의 기도를 바친 뒤 성모송 10번을 봉헌한다. 성모송을 반복하는 것은 그리스도의 신비를 묵상하며 신비의 본질과 동화되도록 돕기 위해서다.

10번씩 반복하는 이 기도가 지루하게 여겨질 수 있지만,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이 느낌이 “언제나 새로운 표현들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끊임없이 사랑을 쏟아 붓는 것”(교서 26항)과 같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는 궁극적으로 성모님과 함께, 성모님을 통해 예수님을 지향한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성 바오로 6세 교황은 기도하는 자세에 대해 “주님의 기도를 바칠 때에는 엄숙하고도 간구하는 자세를, 성모송을 외울 때에는 찬미 가득한 서정적인 태도를, 영광송을 바칠 때에는 흠숭과 신비들에 대한 묵상으로 관상적인 상태를 유지하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성 바오로 6세 교황은 묵주기도가 ‘관상 기도’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묵주기도는 고요한 운율과 생각을 할 수 있는 느릿한 속도로 바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너희는 기도할 때에 다른 민족 사람들처럼 빈말을 되풀이하지 마라. 그들은 말을 많이 해야 들어 주시는 줄로 생각한다”(마태 6,7)는 예수님의 권고를 지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각 신비를 선포한 뒤에는 그 자리에 어울리는 성경을 봉독하는 것도 유익하다. 또 한 사람이라도 묵주를 갖고 있으면 되도록 공동으로 바치되, 혼자 손가락으로 하는 것은 좋지 않다. 특히 전례 중에 묵주기도를 하는 것은 삼가야 하는데, 교회의 활동이 지향하는 정점인 전례에 온전히 참례해야 하기 때문이다.

성슬기 기자 chiar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