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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벗 김대건과 최양업을 만나다’지상전

성슬기 기자
입력일 2021-08-24 수정일 2021-09-02 발행일 2021-08-29 제 3259호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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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건·최양업 신부와 200년 뛰어넘은 만남
서울대교구·갤러리1898 기획전
다양한 장르의 작가 21명 참여
회화·조각·이콘 등 40여 점 전시
故 장발 화백 100년 전에 그린
초상화 ‘김대건 신부’ 선보여

한국인 첫 번째 사제 김대건 신부와 바로 그 뒤를 이은 최양업 신부의 면모를 다양한 미술 작품으로 만나볼 수 있는 특별한 전시회가 열린다. 서울대교구는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탄생 200주년 희년과 가경자 최양업 토마스 신부 탄생 200주년을 맞아 ‘영혼의 벗, 김대건 최양업을 만나다’ 전시회를 마련했다.

교구가 운영하는 갤러리1898(관장 고승현 수녀)이 기획한 이번 특별 기획전은 9월 3~16일 오전 10시~오후 6시(수요일은 오후 8시까지) 서울 명동 갤러리 1898 1~3전시실에서 열린다.

■ 예술로 만나다

이번 특별전은 회화를 비롯해 조각, 도자, 스테인드글라스, 공예, 이콘 등 다양한 작품 속에서 김대건 신부와 최양업 신부를 동시에 만날 수 있는 장이다.

특별전의 주제는 ‘만남’이다. 갤러리1898은 다양한 분야의 작가들이 두 사제의 삶을 묵상하며 ‘천상에서 두 사제의 만남’, 그리고 ‘신자들과 두 사제의 만남’을 내용으로 형상화한 작품들을 이번 특별전에서 선보인다. 두 사제가 현재의 우리를 어떤 마음으로 바라볼지 상상하며 만든 작품들이기도 하다. 두 사제는 동창생이었고 차례로 사제품을 받았다. 하지만 김대건 신부는 26살의 젊은 나이에 순교했고 최양업 신부는 오랫동안 한국교회의 사목 터전을 마련한 증거자로 과로와 병으로 길 위에서 스러져간 ‘땀의 순교자’다.

교구 대변인 허영엽 신부는 “이번 특별전을 통해 두 분의 삶이 현재 우리 삶에, 그리고 신자들의 마음에 와닿기 바란다”며 “두 사제의 만남은 물론이고 200년을 뛰어넘어 현시대에 사는 우리와 두 사제와의 만남에도 초점을 맞추고 감상해줄 것”고 밝혔다.

■ 묵상으로 탄생한 작품들

이번 특별전에는 최연소 참가자 주동현(마르티노·31) 조각가를 비롯한 작가 21명이 참여했다. 전시에서는 회화, 조각, 공예, 이콘, 스테인드글라스 등 다양한 장르의 성미술 작품 40여 점을 선보인다. 평신도와 사제, 수도자 등 다양한 교회공동체 구성원이 작가로 참여했다. 작가들은 저마다 두 사제를 향한 묵상이 담긴 작품을 만들었다.

제7회 가톨릭미술상 회화부문 본상을 수상했던 순교자 성화의 대가 김형주(이멜다) 작가는 유화로 만든 거대 작품(227.3㎝×181.8㎝) ‘최양업 신부 초상’을 선보인다. 성인 키를 훌쩍 넘기는 높이 3m에 달하는 크기로, 실제로 마주했을 때 관람객들의 시선을 더욱 사로잡을 예정이다.

조각가 염동국 신부는 같은 사제로서 최양업 신부의 사목 열정을 묵상하며 이를 역설적으로 ‘쉼’으로 표현했다. 최양업 신부가 두 손을 뒤로 뻗고 기대어 앉은 모습을 하고 있어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작품이다. 염 신부는 “신자들에게 참 많은 공을 들이셨으며, 사목에 참 열정적이셨던 최양업 신부님에게 애정이 간다”며 “‘쉼’만큼 열정을 잘 나타낼 수 있는 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희정(로사리오) 작가의 공예작품도 있다. 이 작가는 김대건 신부의 피의 순교와 최양업 신부의 땀의 순교를 상징하는 묵주를 선보였다.

교구 이콘연구소장 장긍선 신부는 ‘로마식 제의’를 착용한 김대건·최양업 신부를 이콘으로 함께 제작했다. 그동안 수단이나 한복을 걸친 두 사제의 모습을 표현한 작품들은 많이 볼 수 있었다. 장 신부는 두 신부에게 전통 제의를 입히고 싶어 이번 작품을 제작했다고 밝혔다.

■ 100년 만에 선보인 초상화 ‘김대건 신부’

이번 전시에서 또 주목할 작품은 고(故) 장발(루도비코·1901~2001) 화백의 초상화 ‘김대건 신부’다. 장발 화백이 1920년 제작한 유화 작품으로, 현존하는 국내 최고(最古) 성화다. 특히 한국에 현존하는 최초의 김대건 신부 초상화이며, 100년 만에 처음으로 바깥 공기를 마신 귀한 작품이다.

이 초상화는 장발 화백이 19살 때 그린 작품으로, 당시 용산 예수성심신학교 기낭 교장 신부의 은경축 기념 선물로 그렸다. 이 작품은 다소 투박한 초상화 같지만, 구레나룻 없는 수염이 집안 내력인데 이를 정확히 묘사하는 등 당시 김대건 신부 모습과 닮은 구석이 많다는 증언도 있었다.

성슬기 기자 chiar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