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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기자 단상] 주일학교 ‘디다고’ 선생님을 추모하며

성기화(요셉) 명예기자
입력일 2021-08-24 수정일 2021-08-24 발행일 2021-08-29 제 3259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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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환 선생님 부부의 묘. 성기화 명예기자 제공

문: 사람이 무엇을 위하여 세상에 났느뇨?

답: 사람이 천주를 알아 공경하고, 자기 영혼을 구(救)하기 위하여 세상에 났느니라.

「천주교 요리문답」 320조목 가운데 첫 조목이다.

반세기 전 수원교구 광주본당 먹방리공소 공동체는 겨울철 농한기에 주일학교를 운영했다. 그때 성경환(디다고·1921~1996) 선생님이 교리교사로서 「천주교 요리문답」을 기본 교재로 20여 년간 공소 초·중·고 학생을 대상으로 교리교육에 헌신했다.

서언, 믿을 교리, 지킬 계명, 성총을 얻는 방법, 부록으로 구성된 「천주교 요리문답」은 교리 설명이 간결해 외우기는 수월했으나, 그 심오한 뜻을 이해하기는 대단히 어려웠다. 이 문답 책은 1967년 「가톨릭교리서」가 출판되기까지 대표적인 공식 교리서로 자리 잡았다.

당시 창녕성씨 일가가 대부분이었던 먹방리공소는 대여섯 가구 50여 명의 신자로 이뤄졌다. 집성촌이자 교우촌이었다. 광주성당에서 30리가량 떨어져 있는 공소는 매 주일 오전 9시 공소 회장댁에 모여 미사 대신 거행되는 전례인 ‘첨례’(瞻禮) 혹은 ‘공소예절’을 봉헌했다. 주일과 대축일엔 육체적 노동을 하지 않는 파공(罷工)을 지켰다. 해마다 봄·가을 판공 때는 “신부님께서 오늘 저희 공소에 오십니다”라고 학교 담임선생님께 말씀드리면 쾌히 조퇴를 허락해주시곤 했다. 부활과 성탄 등 대축일에는 본당 미사에 참례했다. 공동체 구성원 대부분이 5대째 이어온 모태 신앙을 가졌기에 예비신자 교육보다는 신앙의 성숙을 위한 교리교육에 치중했다.

필자의 재당숙이기도 한 디다고 선생님은 교리교사와 아울러 때때로 공소회장을 겸하기도 했다. 그분은 주일학교 학생을 비롯한 신자들의 신앙이 활기차고 뚜렷하며 생산적인 것이 되도록 열정을 바쳤다. 선생님의 권고로 집집마다 「소년」, 「경향잡지」를 구독함으로써 신앙생활에 많은 도움이 됐다. 성령 강림 대축일과 성모 승천 대축일 때는 개울에서 물고기를 잡는 천렵(川獵)을 하고 교리경시대회를 통해 교리 실력을 점검하기도 했다.

특히 첫 고해성사와 첫영성체 및 견진성사를 받을 때에는 적절한 기간 그에 합당한 교육을 실시하기도 했다. 그분은 교리교육을 통해 신앙과 계명, 구원을 얻는 방법에 관해 지성을 계몽하는 평신도 사도직을 실천했다. 요컨대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들을 가르치라”(마태 28,19-20 참조)고 명하신 그리스도의 분부에 따라, 항상 사람들의 교육에 힘써왔다.

오는 9월 순교자 성월에는 50년 전 무턱대고 외웠던 「천주교 요리문답」을 읽어 반추(反芻)하며 그 뜻을 곱씹어보는 교리여행을 떠나볼까 한다. 그리하여 많은 이들의 정성과 신앙들이 녹아들었던 그때 그 공소의 추억에 빠져들고 싶다.

25년 전에 선종하신 디다고 선생님, 어렸을 적 신앙의 가르침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선생님의 복음적 삶에 대한 기억의 지킴이가 될 것을 다짐합니다.

성기화(요셉)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