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현장에서] 덕분에 / 이주연 기자

이주연 기자
입력일 2021-08-24 수정일 2021-08-24 발행일 2021-08-29 제 3259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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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코로나19가 확산되며 진료를 위해 애쓰는 의료진을 격려하는 차원에서 특별한 국민 참여형 캠페인이 시작됐다. 의료진에 대한 고마움과 존경을 담은 수어를 사진이나 영상으로 표현한 뒤 해시태그를 붙이는 ‘덕분에 챌린지’다. 의료진 대상의 감사와 격려 캠페인이었지만, 나를 도와주고 변화시키고 움직이게 하는 주변 사람들의 ‘덕분에’ 의미를 다시 생각하는 계기였다.

요즘 수원교구 범계본당에도 ‘덕분에’ 훈풍이 불고 있다. 이름하여 ‘덕분에 성경통독’운동 덕분이다. 이는 지역별로 신자들이 말씀을 읽은 후 전화나 SNS로 다른 신자를 초대해서 그다음 부분부터 읽어나가는 릴레이 성경통독이다. 그래서 범계본당의 ‘덕분에’ 의미는 ‘당신 덕분에, 당신이 초대해 줘서 성경을 통독했다’로 풀이된다.

시작된 지 이제 한 달 정도이지만, 이 운동은 한 신자 표현대로 초대해 준 이웃 덕분에 말씀에 맛을 들이고 신앙의 힘을 얻는 ‘작은 움직임’으로 번져가고 있다. 지역에서 초대와 응대가 이뤄지다보니 숨어있는 신자들도 눈에 보이고 미뤘던 안부도 나누게 된다. 성경을 읽는 것과 아울러 친교의 정을 느끼는 자리가 ‘덕분에’ 이뤄지고 있다.

왠지 통독이라는 말이 주는 무거움 때문에 성경을 쉽게 펼치지 못했던 이들은 한 구절 한 페이지 등 부담 없이 읽고 싶은 만큼 편하게 말씀에 다가가며 손 내밀어 이끌어 준 이웃 신자의 도움을 실감한다.

코로나19 거리두기로 신앙생활도 어쩔 수 없이 움츠러들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말씀으로 인한 신앙의 활력과 서로 격려하는 공동체 힘을 느끼게 한 자리였다. 덕분에….

이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