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교구 수도회 영성을 찾아서] 한국 순교 복자 성직 수도회(중)

이재훈 기자
입력일 2021-08-10 수정일 2021-08-10 발행일 2021-08-15 제 3257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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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순교자들의 복음 정신 알리려 노력
곳곳에 피정 시설 설립·운영 일상에 순교정신 깃들게 도와
국내 첫 개방형 정신병원인 성 안드레아 정신 병원 개원

2003년 1월 10일 열린 제1회 ‘무아 장학회’ 장학 증서 전달식. 한국 순교 복자 성직 수도회 제공

한국 순교 복자 성직 수도회 창설자 고(故) 방유룡 신부는 회원들에게 점성(點性), 침묵(沈默), 대월(對越) 3가지를 강조한 ‘면형무아’의 삶을 구체적으로 살아갈 것을 강조했다. 또 이를 위해 ▲분심잡념을 물리치고 ▲사욕을 억제하고 ▲용모에 명랑과 평화와 미소를 띄우고, 언사에 불만과 감정을 발하지 말고, 태도에 단정하고, 예모답고, 자연스럽게 하고 ▲양심불을 밝히고 ▲자유를 천주께 바치고 그 성의(聖意)를 따르라는 구체적인 침묵의 길인 완덕오계(完德五誡)를 제시했다.

1957년 서울 성북구 성북동에 본원을 완공한 수도회는 방 신부의 영성을 삶 안에서 실천하고 우리나라 순교자들의 복음 정신을 알리고자 노력해왔다. 이를 위해 그해 8월 당시 광주대교구장 고(故) 현 하롤드 대주교의 요청에 따라 제주도 분원을 설립하고 도민들을 위한 밀감농장 2200평을 운영했다. 9월에는 서울 새남터 순교 성지 주변에 가난한 아이들을 위한 비정규 학교인 ‘공민학교’를 세웠다.

1960년 12월 당시 서울대목구장 고(故) 노기남 대주교 주례로 첫 종신서원식을 거행한 수도회는 이후 회원 수가 계속 증가해갔다. 1961년 5월에는 인천교구 만수동에 분원(현 침묵의 요셉 수도원)을 설립한 뒤 농장을 운영했다. 1965년에는 첫 번째 성직 수사를 탄생시켰고, 이듬해 7월 수련소를 정식 개원했다. 1973년에는 수원교구에 이천 분원(현 치유의 성모 수도원)을 마련했다. 1984년 창립 후 첫 공식 총회를 개최한 수도회는 1987년 9월 12일 오랜 염원이던 새남터 성지 기념 성당 및 기념관 건립 봉헌식을 고(故) 김수환 추기경 주례로 거행했다.

1980년대 들어 수도회는 창설자의 정신에 따라 시대에 맞는 새로운 사도직을 모색해나갔다. 우선 1983년 11월 제2차 바티칸공의회에 따른 새 교회법에 따라 수도회의 회헌과 규칙 등을 개정했다.

새로운 사도직을 위해 의료 사목에도 영역을 넓혔다. 수도회는 1980년대 정신 질환자들의 차별받던 인권 현실에 주목, 의료 사업을 위한 신경정신과 전문 병원을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1990년 한국 최초의 개방형 정신병원인 ‘성 안드레아 정신 병원’을 개원했다. 또한 신자들의 일상생활에 순교 정신이 깃들 수 있도록 피정 시설 설립에도 노력을 기울였다. 이를 위해 1976년에는 제주 서귀포에 ‘면형의 집’을, 1985년에는 인천에 ‘성 안드레아 피정의 집’을 설립했다. 또 1995년에는 서울 본원에 ‘복자사랑 피정의 집’을 열었다.

수도회가 이 땅에서 가진 소명과 사회적 역할을 자각하기 위해 해왔던 노력은 2003년 ‘무아 장학회’ 창설로 이어졌다. 수도회 창설 50주년 기념사업 일환으로 시작한 ‘무아 장학회’는 회원들이 생활비 5%씩을 5년간 모아 만든 장학금이다. 수도회는 이를 통해 연령과 전공, 종교를 초월해 가난한 이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줄 뿐 아니라, 수도회 영성을 이어가는 신학도들을 발굴하고 있다.

이재훈 기자 steelheart@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