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년 전부터 하느님 찾는 이들 품어주던 곳 1801년 신유박해 이전부터 신자들 모여 살던 청계산 자락 신앙선조들의 천혜의 은둔지 성 루도비코 신부의 사목지 박해 피해 동굴에 숨어 살며 밤낮 없이 신자들 찾아 나선 성인의 발자취 담겨져 있어
코로나19 시대에 산은 거리두기를 지키면서 찌뿌둥한 몸에도 활력을 주고, 답답한 마음도 치유해주는 ‘힐링’ 공간으로 각광받고 있다. 그런데 사실 산은 전통적으로 하느님을 만나는 ‘힐링’ 공간이었다. 모세는 시나이산에서 하느님을 만났고, 예수님도 기도를 위해 산을 오르곤 했다. 뿐만 아니라 우리 신앙선조들도 박해자들의 눈을 피해 하느님을 더 잘 섬기려고 산을 찾았다. 이번 여름에는 산을 오르며 하느님을 만나보는 것은 어떨까.
■ 신앙선조들을 품어준 산 경기도 의왕시 원터아랫길 81-6, 하우현성당을 찾으니 자연의 정취가 물씬 느껴졌다. 도심에서 그리 떨어지지 않았음에도 성당 주변으로 병풍처럼 펼쳐진 청계산의 풍경과 산새소리의 화음에 자연에 푹 안긴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청계산 자락 하우현 인근은 이미 1801년 신유박해 이전부터 신자들이 모여 살던 곳이다. 성당 마당에 복자 한덕운(토마스)의 성상이 있다. 기록에 따르면 복자는 1800년 이 지역으로 이주해 하느님의 뜻을 따르며 살다 체포돼 1802년 순교했다. 또 1845년 이 지역에 살던 김준원(아니체토)이 체포돼 순교했다는 기록도 남아있다. 지금도 산과 수풀로 둘러싸여 한적한 이곳은 200년 전에는 더욱 왕래가 적고 인적인 드문 곳이었다. 게다가 서울과도 멀지 않으니 신자들과의 교류도 용이하고 사제들을 찾아가 성사를 받기에도 좋았다. 하느님을 따르는 삶을 살고자하는 열망으로 가득 찬 신앙선조들이 머물기 더없이 좋은 곳이었다. 청계산은 200년도 더 전부터 신자들이 하느님을 찾을 수 있도록 품어주던 산이었다.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