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교황님을 둘러싼 궁금증 알아보자

성슬기 기자
입력일 2021-06-22 수정일 2021-06-22 발행일 2021-06-27 제 3251호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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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교황 주일에는 왜 ‘베드로 성금’을 봉헌할까?

「교회법」은 사도들 중 첫째인 베드로의 후계자인 교황을 ‘로마 교회의 주교’로, 주교단의 으뜸이고 그리스도의 대리이며 이 세상 보편 교회의 목자로 정의한다.(331조 참조) 교회는 매년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에 가까운 주일을 교황 주일로 정해 교황이 교회를 더욱 잘 이끌어 갈 수 있게 기도하고, 교황의 활동을 돕는 베드로 성금을 모금한다. 교황 주일을 맞아 베드로 성금과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 교황을 지키는 스위스 근위대에 대해 알아보자.

전 세계 신자들이 교황 주일에 봉헌하는 베드로 성금은 ‘교황 헌금’이라고도 부르며 가난한 교회를 돕기 위해 사용해 왔다.

■ 베드로 성금

고통받는 이웃과 가난한 교회 위해 사용

“베드로 성금 전부를 서랍 안에 넣어 두는 것은 올바른 관리가 아닙니다. 저는 투자할 곳을 살피고 필요할 때에 투자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9년 11월 일본 사목 방문 이후 귀국 기내 기자 회견에서 ‘베드로 성금’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베드로 성금은 세계 가톨릭 신자들이 교황 주일에 봉헌하는 특별 헌금으로 ‘교황 헌금’으로도 부른다. 교황 말대로 이 헌금은 역사에 걸쳐, 특히 최근 교황들은 이 성금을 전쟁과 자연재해로 고통을 겪고 있는 민족들과 가난한 교회 등에 사용해 왔다.

이 성금은 영국에서 시작된 관행으로 원래 기부금 또는 세금의 성격을 지녔다. 8세기 말, 앵글로색슨족은 로마의 주교와 친밀한 연대를 느껴 교황에게 매년 정기적으로 성금을 바치기로 했다. 이것이 베드로 성금의 기원이 됐고 유럽 전역에 퍼져나갔다.

그러나 1534년 당시 헨리 8세(1509~1547) 왕이 교황 헌금을 비롯해 다른 납부금도 폐지했고 종교 개혁의 여파로 다른 나라들도 이 성금을 폐지했다.

이후 베드로 성금은 비오 9세 교황(1846~1878) 재임 시 교황령 붕괴 이후 재정난 때문에 교황청 손실을 보상하기 위한 보조금 명목으로 부활했다. 그리고 현재 전 세계 가톨릭교회는 6월 29일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이나 이 대축일과 가장 가까운 주일에 봉헌하고 있다. 한국교회도 교황 주일에 특별 헌금을 받아 교황청에 보낸다.

지난 2013년 3월 12일 전 세계 추기경들이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를 위해 시스티나 경당에 입장하고 있다.

■ 콘클라베

깊숙이 가두어 둔 유폐된 교황 선거 장소

전 세계 신자들의 영적 아버지인 교황은 추기경단의 ‘콘클라베’(conclave·교황 선거)에서 선출된다. 콘클라베는 ‘자물쇠가 채워진 방’이라는 의미로 아주 깊숙이 가두어 둔, 즉 유폐된 교황 선거 장소를 말한다.

추기경들이 갇힌 채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는 비테르보에서 열린 것에서 유래한다. 이 선거는 1268년 시작해 1271년까지 거의 3년이 걸렸다. 선거가 길어지자 비테르보 시당국과 시민들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좀 더 지혜롭고 신속한 결정을 자극하기 위해 추기경들을 감금하고 그들에게 빵과 물만 공급했다.

이 선거로 선출된 복자 그레고리오 10세 교황은 이 같은 방법이 훌륭하다고 인정하고 1274년 이를 제도화했다. 이 제도에 따르면 8일이 지나도 새 교황을 선출하지 못하면 그때부터 선거가 성공하기까지 추기경단은 빵과 포도주와 물밖에 공급받지 못한다. 이후 교황 선거법은 계속 수정 및 보완됐지만 핵심 요소는 ▲추기경단 ▲2/3 다수결 ▲콘클라베 등 3가지였다.

현재 콘클라베는 교황 서거 후 15~20일 이내에 열리도록 돼 있다. 추기경들이 교황 선거를 위해 유폐되는 장소는 바티칸 궁전 내 시스티나경당이다. 선거는 전원 추천(만장일치)과 위임 등의 방법이 있으나 보통 위의 3가지 요소에 따른 비밀 투표로 진행된다.

선거 결과는 투표용지를 태운 연기로 알려진다. 검은 연기면 미결, 흰 연기면 새 교황이 탄생했다는 뜻이다.

2021년 5월 6일 열린 교황청 스위스 근위대 서약식에서 한 대원이 교황에게 충성을 다할 것을 약속하고 있다.

■ 교황청 스위스 근위대

교황청 안전 책임지며 교황 보호

교황청에 가면 세로 줄무늬 제복을 입고 검은 모자를 눌러쓴 이들을 볼 수 있다. 이들은 교황청의 안전을 책임지는 스위스 근위대다. 100명 남짓으로 구성된 스위스 근위대는 교황의 경호도 담당한다.

스위스 근위대에 입대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스위스 군대의 기본 군사 훈련을 마친 스위스 시민권을 가진 미혼의 독실한 남성이어야 한다. 가톨릭 신자여야 하며 19~30살 사이에 신장 174㎝가 넘어야 지원할 수 있다.

교황청과 스위스 근위대의 동맹은 16세기부터 시작됐다. 스위스 로잔교구장 줄리아노 델라 로베레 추기경은 용맹스럽고 충직한 스위스 군인들에게 깊은 호감을 갖고 식스토 4세 교황에게 스위스와 동맹관계를 맺도록 권했다. 이후 로베레 추기경이 율리오 2세 교황으로 등극하며 150명의 스위스 병사들을 데려왔다.

자신의 목숨을 바쳐 교황의 생명을 보호하겠다고 맹세한 스위스 근위대는 실제로 목숨을 바쳐 교황을 지켜냈다. 1527년 5월 6일 신성로마제국의 카를 5세 황제가 고용한 1만 명의 독일인 및 스페인 용병들이 로마를 급습했을 때, 스위스 근위대는 목숨을 걸고 클레멘스 7세 교황을 지켰다. 이날 스위스 근위대원 147명이 전사했다. 이 전투로 신성로마제국의 군대는 800명 이상 목숨을 잃었고 살아 남은 스위스 근위대원 42명은 클레멘스 7세 교황과 추기경 13명을 안전하게 피신시켰다. 스위스 근위대는 자신들의 임무의 막중함을 되새기기 위해 매년 5월 6일 신입 대원 서약식을 연다.

◆ 교황과 교종, 맞는 표현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맞을까 ‘프란치스코 교종’이 맞을까. 주교회의 천주교용어편찬위원회가 펴낸 「천주교 용어집」(개정 증보판, 2017년 발행)에는 ‘교황’(敎皇)과 ‘교종’(敎宗) 두 단어가 모두 나온다. 한자 그대로 풀이하면 교황과 교종 둘 다 ‘교회의 으뜸’을 말한다.

한국교회와 언론에서는 주로 ‘교황’이라는 칭호를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프란치스코 교황 즉위 이후 교종이라는 호칭을 붙이는 사례가 늘고 있다.

2013년 3월 21일 주교회의에서 봉헌한 교황 선출 기념미사에서 당시 주교회의 의장 강우일 주교는 “프란치스코란 이름을 택하신 이분의 복음적인 영혼과 삶을 드러내는데 임금이나 황제를 연상시키는 교황이란 어휘가 어울리지 않다고 느껴졌기 때문에 예전 우리 한국교회에서 한때 사용하던 교종이란 칭호를 다시 사용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400여 년 전에는 로마 교황청이 유럽 대륙에서 정치적 권력이나 위상을 갖고 있어 동양인들이 황제급 정치적 지위로 받아들여 교황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하지만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쇄신 작업을 거쳐 새로운 교회관이 자리 잡았기 때문에 교황이라는 용어가 적절치 않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고(故) 정진석 추기경도 청주교구장 시절인 1983년 주교회의 회보에 “교회의 황제라는 뜻이 담긴 ‘교황’은 성서적으로나 신학적으로나 전혀 잘못된 표현”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천주교 용어집」에서도 2000년 발행된 초판에는 “‘교종’은 쓰지 않는 말”이라고 했지만, 2014년 개정판을 내면서 ‘교종’이라는 용어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자문화권인 동아시아 각 나라는 각기 다른 호칭을 사용한다. 일본은 교황으로 대만과 홍콩은 교종으로 부른다. 중국의 경우에는 정부와 교회가 다른 명칭을 쓰고 있는데, 정부는 교황으로 교회는 공식명칭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부분 ‘교종’이라고 호칭한다.

한편 교황(Pope)이라는 명칭의 원어 ‘파파’(Papa)는 아버지라는 뜻의 ‘파파스’(papas)에서 유래했다. 본래 지역 교회 최고 장상(주교, 대수도원장, 총주교)을 부르던 말인데 8세기 이후부터 로마의 주교, 교황에게만 사용되기 시작했다. 이후 그레고리오 7세 교황(1073~1085) 때부터 교황에게만 독점적으로 부여됐다.

성슬기 기자 chiar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