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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인의 눈] 청년들이 보내는 위태로운 신호 / 이미영

이미영(우리신학연구소 소장)
입력일 2021-06-01 수정일 2021-06-02 발행일 2021-06-06 제 3248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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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국갤럽에서 ‘한국인의 종교’ 조사를 진행해 그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보통 10년 단위로 종교 조사를 하던 상황이라 2024년에야 조사가 이뤄질 예정이었는데, 최근 종교 인구의 급감과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특수 상황에서, 변화된 인식을 기록하기 위해 일부 문항만 발췌 조사한 것입니다. 발표된 결과를 보니 팬데믹의 영향도 있겠지만 2014년 이후 7년 사이에 한국인의 종교 현황과 인식이 무척 많이 변했습니다.

먼저 한국 사회에서 ‘믿는 종교가 없다’는 비종교인은 50%(2014년)에서 60%(2021년)로 10%나 늘어났습니다. 현재 천주교를 믿는다는 응답자는 6%로 교회통계에서 집계한 신자 비율 11.2%(2020년)의 절반 정도밖에 안 되지만, 갤럽조사에서 천주교 신자는 매번 6~7% 정도라 큰 변화는 없어 보입니다. 참고로 2015년 통계청에서 한 인구센서스에서 천주교 신자 비율은 7.9%로, 세례받은 신자 수를 계속 누적하는 교회통계와 달리 현재 천주교 신자로서 자의식을 갖고 설문조사에 응답하는 이들은 100명 중 6~7명 정도로 보입니다.

그런데 응답자의 나이별 분포를 보면 20대 천주교 신자는 3%에 불과합니다. 1984년부터 시작된 지난 40여 년간의 갤럽조사에서 20대 천주교 신자 비율은 2004년까지 5~6%로 평균 신자 비율과 비슷했지만, 2014년 조사부터 3%로 절반 가까이 줄었고 이번 조사에서도 그 흐름은 이어졌습니다. 2020년 교회통계에서 주민등록 인구 대비 20대 청년 신자 비율이 전체 신자 비율과 비슷한 11.3%인 것을 참작하면, 세례받은 20대 청년 3~4명 중 1명만 지금 천주교 신앙을 믿고 있다고 응답한 셈입니다. 2015년 통계청 인구센서스에서 20대 청년 신자가 7.3%였던 것과 비교해서도, 지난 10여 년 사이에 20대 청년 신자들의 이탈은 더 빨라진 것으로 보입니다. 세례를 받았지만 사라진 20대 청년들, 그들은 왜 천주교 신앙에서 멀어졌고 지금 어디서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요?

이번에 발표된 갤럽조사 결과를 보면, 20대 청년 중엔 비종교인이 78%나 됩니다. 천주교 신앙뿐 아니라 종교 자체에 관심이 없는 청년들이 10명 중 8명이나 됩니다. 2014년 조사의 69%보다 10% 가까이 늘었습니다. 20대 청년 비종교인이 현재 종교를 믿지 않는 이유를 살펴보면 ‘관심이 없어서’가 64%로 다른 연령층에 비해 10% 이상 높게 나타납니다. 종교가 우리 사회에 도움을 주지 않는다는 응답자가 2014년 38%에서 2021년 62%로 긍정과 부정이 정반대로 역전되었는데, 특히 20대 청년들의 부정적 견해는 70%나 됩니다.

20대 청년들에게 종교가 삶에 의미를 주지 못한다는 조사 결과를 보면서, 최근 한국 사회에서 청년들이 보내는 위기 신호가 겹쳐서 떠오릅니다. 5월 초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올해 1분기 ‘코로나19 국민 정신건강 실태조사’에서 20~30대 ‘우울 위험군’이 30%로 가장 높았는데, 특히 20대는 1년 전보다 22.7%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자살’을 생각하는 20대 청년 비율은 22.5%로 모든 연령대 중 가장 높았고, 이는 1년 전보다 12.4%나 늘어난 수치입니다. 그저 생각만 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자살을 시도하는 이들도 20대가 많습니다. 2020년 응급실에 실려 온 자살시도자는 20대 여성이 4,607명으로 전체 자살시도자 중 20.4%를 차지하며 가장 높았고, 20대 남성은 1,788명 8%로 모든 남성 연령대 중 가장 많았습니다. 2020년 자살자 수 통계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몇몇 국회의원실에서 국정감사 때 제시한 자료를 보면 지난 한 해 20대 자살자 수는 심각하게 늘어났다고 경고합니다.

언론이나 연구자들은 코로나 이후 사회적 단절이나 경제적 어려움이 늘어나면서 외로움과 우울감 등 정서적 불안을 느끼는 이들이 늘어나고, 특히 이제 막 사회로 진출하려는 20대 청년들의 상실감이나 좌절감이 더 커진 것으로 분석합니다. 너무나도 위태로운 20대 청년들에게 종교마저 별 의미가 없고 의지가 안 된다는 조사 결과 앞에서, 신앙인인 우리는 어떻게 이 위기의 청년들에게 생명의 빵을 나누고 전해줄 수 있을까요?

■ 외부 필진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미영(우리신학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