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조들의 업적 제 붓으로 써서 남기고 싶었어요” 주보 제호·주교들의 문장 등 교회 안에서 활발히 작업 활동 아버지 김충현 선생 기억하며 조상과 가족들 남긴 글 모아 작품으로 재탄생시켜 전시
원로 서예가로서 교회 내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쳐온 경후 김단희(요안나) 선생.
선생은 서울 명동 갤러리1898 전신인 ‘평화화랑’ 현판을 쓰고, 1998년에는 ‘가톨릭신문’ 제호를 쓰기도 했다. ‘서울주보’, ‘의정부주보’, ‘춘천주보’ 제호는 물론 여러 주교들의 문장과 사목 표어부터 가톨릭미술상 상장에 이르기까지 그의 손길은 수많은 곳에 닿았다. 이렇듯 활발한 활동을 벌여왔음에도 김 선생은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바라지 않아 1992년 딱 한 번 개인전을 연 이후 지금껏 개인전을 갖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는 특별한 전시회를 열었다. 5월 6~12일 ‘일중 김충현 경후 김단희 아버지와 딸’ 이라는 제목으로 선보인 장이었다. “2021년은 동갑이신 부모님 두 분이 태어나신지 100년이 되는 해입니다. 이를 기념하고자 오래 전부터 전시를 준비했지요.” 그의 아버지는 한국 서예의 대가 일중 김충현(1921~2006) 선생이다. 김충현 선생은 한자로 쓴 경복궁 ‘건춘문’과 ‘영추문’ 글씨로부터 한글 현판인 ‘독립기념관’, ‘원효대교’, ‘한강대교’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작품들을 남겨 ‘국필’(國筆)로 불렸다. 김단희 선생은 부모님 탄신 백주년을 맞아 조상과 가족들이 남긴 글들을 작품으로 재탄생시켰다. 이렇게 모은 작품들을 전시를 통해 공개하는 한편 도록으로도 펴냈다. 전시회를 열었던 서울 인사동 백악미술관은 김충현 선생이 구입한 가옥을 미술관으로 개조한 곳이자 그의 첫 전시회를 열었던 곳이라 더 의미가 깊었다. “훌륭하신 조상님들의 업적을 제 붓으로 써서 남기고 싶었습니다. 특히 기존 서예전과 다르게 유리 액자 대신 종이를 활용해 소박하게 작품을 꾸몄는데 이 점도 호평을 받았습니다.”김현정 기자 sophiahj@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