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정진석 추기경 선종] 추모현장 이모저모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성슬기 기자 chiara@catimes.kr,박
입력일 2021-05-03 수정일 2021-05-04 발행일 2021-05-09 제 3244호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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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계각층 깊은 애도… “행복하라는 말씀 기억하고 살 것”
문재인 대통령 부부 비롯해 수많은 인사들 조문 줄이어
7대 종단 지도자도 달려와
베풀고 살았던 고인 모습과 마지막에 남긴 행복 메시지 조문객마다 가슴에 되새겨  
“하늘나라에서 꼭 뵙고 싶어”

고(故) 정진석 추기경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주교좌명동대성당에 끊임없는 추모 물결이 일었다. 조문이 시작된 4월 28일 오전 7시 이전부터 조문객들은 줄을 지어 기다리며 정 추기경을 애도했다. 교회를 넘어 사회의 큰 어른이자 기둥이었던 정 추기경의 흔적이 추모 현장에서 고스란히 묻어났다. 30일까지 3일간 빈소를 방문한 조문객 수는 방명록을 작성한 인원만 4만6636명이다. 종교계 지도자들과 정·재계 인사들은 물론 어린아이부터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까지 각계각층의 수많은 시민들이 빈소를 방문해 유리관에 안치된 정 추기경을 바라보며 깊은 애도를 표했다.

◎… 문재인(티모테오) 대통령은 영부인 김정숙(골룸바) 여사와 29일 오전 9시10분 빈소를 방문해 깊이 애도하며 정 추기경의 영원한 인식을 위해 기도했다. “어려운 이 시기에 교회와 사회의 큰 어른을 잃어 안타깝습니다.” 문 대통령 부부는 정 추기경 유리관 앞에서 잠시 고인의 명복을 빈 뒤, ‘정진석 추기경님을 위한 기도문’을 봉헌했다. 이어 옛 주교관으로 자리를 옮겨 염수정 추기경과 환담한 문 대통령은 “정 추기경님이 교회와 사회에 진정한 행복, 나눔, 청빈 등 좋은 선물을 주신 것에 감사하다”고 밝혔다.

30일 오전에는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이 조문하고 염 추기경을 예방했다. 앞서 28일 오전에는 홍남기(프란치스코 하비에르) 국무총리 직무대행이 빈소를 찾아 추모하고 “정 추기경님 뜻과 정신을 따라 우리 모두 사회적 약자를 아우르면서 사랑과 행복이 가득한 사회로 만들어 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박병석 국회의장, 오세훈(스테파노)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도지사, 김명수 대법원장, 김창룡 경찰청장, 박지원(요셉) 국정원장, 권광석 우리은행장, 한인규 호텔신라 사장 등 수많은 정재계 인사들이 빈소를 방문해 정 추기경을 추모했다.

◎… 종교계도 정 추기경의 빈소를 찾아 한마음으로 애도를 표했다.

29일 오후 빈소를 방문한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는 유리관에 안치된 정 추기경을 바라보며 깊이 애도했다. 앞서 이 주교는 추도사를 통해 정 추기경을 기렸다. 이 밖에 각 교구장 주교들을 비롯한 수많은 사제들이 한걸음에 빈소로 달려와 조문하고 깊은 애도를 표했다.

광주대교구장 김희중 대주교를 비롯한 7대 종단 지도자들도 30일 오후 조문했다. 조문을 마친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 대표 회장 원행 스님(조계종 총무원장)은 “평생을 사제로 존경받아온 정 추기경님의 선종을 안타깝고 슬프게 생각한다”며 “그분의 뜻을 우리 종교지도자들이 이어나가 평화와 화합을 이뤄가겠다”고 밝혔다. 비슷한 시각 이슬람 이주화 이맘(이슬람교 지도자)도 빈소를 찾았다. 이 외에 한국 정교회 암브로시오스 대주교, 대한성공회 교무원장 최준기 신부, 러시아 정교회 최지윤 신부, 한국교회총연합 대표회장 소강석 목사, 천도교 송범두 교령, 한국민족종교협의회 이범창 회장 등 각 종교계 지도자들도 정 추기경을 조문했다.

◎… “무어라 말할 수 없을 만큼 슬프고 가슴 아픕니다.”

어린 시절 정 추기경과 한동네에 살며 친남매처럼 지냈다는 강제옥(아녜스·방화3동본당)씨는 눈물을 글썽이며 이같이 말했다. 강씨는 “정 추기경님이 신학생 시절 방학이면 우리 집에 와서 머물렀다”며 “홀로 계신 어머니가 일을 하셨기 때문에 당신 집에 갈 형편이 못 되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신학생 때부터 늘 공부하고 글을 쓰시며 한결같은 모습을 보여 주셨다”며 “개인적으로나 교회, 사회 전체적으로 큰 어른을 잃은 슬픔에 눈물이 앞을 가린다”고 말했다.

강씨 뿐 아니라 많은 신자, 시민들은 유리관 속 정 추기경 앞에서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김성구(스테파노·대치2동본당)씨는 “늘 행복하라는 정 추기경님 말씀이 가슴에 깊이 와 닿는다”며 “하느님께서 인간을 창조하신 이유도 같은 이유일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슬픈 날이지만 추기경님 말씀을 새기며 행복하게 살아가겠다”고 덧붙였다.

어린이와 학생들도 추모 행렬에 동참했다. 서울 동성고등학교 예비신학생 이승환(토마스 아퀴나스·16)군은 “평소에 정 추기경님은 사제로서 존경하고 모든 점에서 닮고 싶은 분이었다”며 “나중에라도 하늘나라에 가게 된다면 꼭 뵙고 싶다는 기도를 드렸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4학년 아들과 함께 빈소를 방문한 이언경(아녜스·신내동본당)씨는 “다른 사람을 위해 늘 베푸는 삶을 사셨던 정 추기경님의 모습을 아들에게 설명해주면서 직접 보여주기 위해 함께 왔다”며 “아들도 추기경님이 하늘에서 행복하게 사셨으면 좋겠다는 기도를 드렸다”고 말했다.

한편 수많은 조문객들을 안내하기 위한 봉사에 많은 이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서울대교구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 정종섭(제라르도·서교동본당) 부회장은 “정 추기경님 선종 소식을 듣고 서울평협에서 자체적으로 봉사하기로 했다”며 “공지 후 전체 필요한 인원의 두 배가 넘는 회원들이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들의 봉사는 생전 추기경님이 살아오신 사랑과 희생의 삶에 대한 작은 보답”이라고 밝혔다.

정진석 추기경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조문객들이 기도를 바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영부인 김정숙 여사가 정 추기경 유리관 앞에서 기도를 하고 있다.

정 추기경 유리관 앞에서 기도하는 서울대교구 손희송 주교,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 수원교구 문희종 주교.(왼쪽부터)

정 추기경의 빈소에서 신자들이 연도를 바치고 있다.

광주대교구장 김희중 대주교(맨 오른쪽)를 비롯한 7대 종단 지도자들이 조문하고 있다.

주교좌명동대성당 마당에서 정 추기경의 저서들이 판매되고 있다.

정진석 추기경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주교좌명동대성당을 찾은 조문객들이 추기경을 만나기 위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성슬기 기자 chiara@catimes.kr,박 pmink@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