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교회

아이티 경찰, 주교단 주례 미사 중 최루탄 발사

입력일 2021-04-20 수정일 2021-04-20 발행일 2021-04-25 제 3241호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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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부패 드러나며 사회 혼란
교회도 항의 뜻으로 파업 결정

3월 28일 아이티 포르토프랭스에서 시민들이 피켓을 들고 모이즈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CNS 자료사진

【외신종합】 아이티 주교단이 미사를 주례하는 중에 경찰이 최루탄을 쏘는 일이 벌어졌다.

4월 15일 아이티 주교단은 수도 포르토프랭스 외곽 페티옹빌 성 베드로성당에서 아이티의 자유를 위한 미사를 봉헌했다. 아이티 주교회의는 최근 일어난 성직자를 포함한 납치와 아이티의 무정부 사태를 비난하며 이날 모든 교회 기관의 파업을 요청했다. 같은 날 봉헌한 미사는 파업의 일환이었다.

하지만 경찰은 미사가 끝나갈 무렵 미사가 진행되던 성당에 최루탄을 쐈다. 경찰의 최루탄으로 성당 안은 아수라장이 됐으며, 몇몇 신자들은 의식을 잃기도 했다. 미사는 포르토프랭스대교구장 맥스 리로이 메시도르 대주교를 포함해 주교 11명이 공동집전하고 있었다.

극심한 빈곤과 자연재해 등으로 고통받는 아이티에서는 최근 정치·사회적 혼란이 심화됐다. 시민들은 정부의 부패와 무능, 치안 악화에 항의하며 모이즈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또 시위가 폭력화되면서 치안이 더욱 불안해진 가운데 사제 5명과 수녀 2명, 평신도 3명이 포르토프랭스 인근에서 납치되기도 했다. 납치범들은 몸값으로 100만 달러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주교단은 총파업을 선언하고, 총파업 중 침묵과 기도로 국민의 양심을 일깨우고 당국에 납치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 총파업이 벌어진 4월 15일에는 전국의 모든 성당에서 종이 울리기도 했다.

아이티 주교회의 대변인 루드거 마질 신부는 “경찰은 이미 몇몇 사람들이 차에 불을 지르고 있어 그 시위대를 해산하기 위해 최루탄을 쏜 것이라고 밝혔지만, 교회로서는 미사가 이런 식으로 끝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