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팔일 축제 금요일인 오늘, 주교 서품과 교구장 착좌식을 허락하신 하느님께 감사와 영광을 드립니다.
주교 임명 직후 염수정 추기경님께서 전화를 주셨습니다. “죽겠지?” 첫 말씀이었습니다. 어찌 제 마음을 정확히 콕 찍으셨는지요? “그래, 주교는 신자들을 위해 죽는 삶을 사는 거고, 이제 주님께 맡기고 사는 거야!”라고 격려해 주셨습니다.
지금은 병상에 계시지만 정진석 추기경님을 인사차 혜화동 주교관으로 찾아 뵈었을 때도 정 추기경님께서 같은 말씀을 주셨습니다. “주교는 다른 사람을 위해 죽어야 하는 사람임을 잊지 말어! 그러나 어려울 때도 하느님께서 늘 옆에 계시다는 것을 기억하며 용기 있게 살아야 해!”
인간적인 약점과 걱정을 주님께 맡기며, 또 한 번의 부르심에 응답하는 삶을 살아가기 위해 힘쓰겠습니다. 여러분의 기도와 격려를 부탁드립니다.
교구의 초석을 놓으시고 지금은 고인이 되신 초대 교구장 정명조 주교님, 제2대 교구장으로 교구 외연을 확장시키신 이기헌 주교님, 오늘 서품식을 주례해 주시고 교구의 성숙한 모습을 이루신 제3대 교구장 유수일 주교님, 전임 교구장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이제 인간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많이 없다고 여겨집니다. 주님께 내어 맡기며 그분의 지혜와 능력에 힘입어 주교 직분을 수행하도록 하겠습니다. 티없이 깨끗하신 마리아 성심께 저와 군종교구를 봉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