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수원교구 안산생명센터장 조원기 신부

이승훈 기자
입력일 2021-04-13 수정일 2021-04-13 발행일 2021-04-18 제 3240호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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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기억은 하느님 사랑 깨닫는 일”
유가족 심리 회복 집중하며 떠난 이 위해 끊임없이 기도
“세월호는 우리 공동체 문제 공동체 상처 보듬는 가운데 주님 사랑 체험할 수 있어”

조원기 신부는 “그리스도인이 기억하고 기념하는 것은 성찰과 감사를 통해 하느님의 사랑을 깨닫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7년. “잊지 않겠다”고 약속한 교회는 여전히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기억하고 있다. 특별히 수원교구는 안산생명센터를 설립해 지속적으로 세월호 유가족 곁에서 함께해 오고 있다. 안산생명센터장 조원기 신부를 만났다.

“기억하고 기념하는 일은 조금 불편한 일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통해 우리는 스스로를 성찰하고, 그 성찰을 통해 좀 더 멋진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나뿐 아니라 우리나라라는 공동체를 멋진 사회로 만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조 신부는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일이 “단순히 세월호 문제가 아니라 우리 공동체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름 모를 누군가가 아이를 잃은 사건이 아니라 ‘나의 자녀가 아이를 잃었다면, 내 형제자매가 아이를 잃었다면 나는 어떻게 사건을 대하고 싶은가’를 생각해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안산생명센터는 세월호 참사를 둘러싼 사회·정책적 활동보다는 유가족들의 심리 회복에 도움을 주는 활동에 집중해 왔다. 최근에는 코로나19로 활동이 원활하지는 않지만, 그동안 미술활동이나 봉사활동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유가족들이 마음을 회복해 나갈 수 있도록 도왔다. 무엇보다 미사 때마다 세월호 참사로 세상을 떠난 모든 이들과 그 가족과 친구를 위해 끊임없이 기도하고 있다.

조 신부는 “치유라기보다는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것”이라며 “유가족 분들은 정말 영웅적으로 상처를 안고 살아가고 계시고 거기에 함께하며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신부는 특별히 그리스도인이 매주 성체성사를 통해 ‘기억 안에서 행하라’는 그리스도의 말씀을 되새긴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기억하고 기념하는 것은 사람을 괴롭게 하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사랑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념을 통해 성찰할 수 있고, 성찰을 통해 감사할 수 있고, 감사를 통해 하느님께 사랑받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각자 세월호 참사로 죽은 아이들과 희생자들, 그들을 구하려다 목숨을 잃은 분들을 사랑하고 있는지 돌아봐야겠습니다. 그리고 세월호 참사에 관해 비난하는 분들을 위해서도 그분들이 사랑을 받는 기쁨을 깨닫게 되길 기도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공동체의 상처를 보듬고 하느님의 사랑을 체험한다면, 우리 공동체는 더 아름다워지지 않을까 합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