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2021년 전국 교구장 부활 메시지 살펴봅시다

성슬기 기자
입력일 2021-03-30 수정일 2021-03-30 발행일 2021-04-04 제 3238호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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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부활의 희망 전하는 착한 사마리아인 되자
고통받는 이웃에 사랑 실천 당부
일상에서도 말씀 통해 희망 얻고
진리 따르고 증거하는 삶 살아야
위기 극복 열쇠는 공동체성 회복
백신 나눔 운동 통한 형제애 실천
미얀마 민주화에 연대 동참 호소

전국 교구장 주교들은 주님 부활 대축일을 맞아 발표한 부활 메시지에서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좀 더 구체적인 행동에 나서줄 것을 당부했다. 또 비대면 신앙생활로 주일을 거룩히 보내는 데 소홀해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좀 더 확신에 찬 믿음으로 부활의 열매를 맺자고 당부했다.

올해 부활 메시지는 두려워하지 말고 희망의 빛으로 나아가자던 지난해 기조에 비해 좀 더 삶 속으로 깊이 파고들었다. 각 교구장 부활 메시지를 3가지 주제로 나눠 소개한다.

■ 힘겨운 삶에 동행하시는 주님

서울대교구장 겸 평양교구장 서리 염수정 추기경과 전주교구장 김선태 주교는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계신 주님’의 모습을 강조했다. 염 추기경은 병들어 가고 있는 우리 사회 현실을 꼬집으며 국가와 사회 지도자들이 개인의 욕심을 넘어서 국민만을 섬기는 봉사자로 거듭날 것을 호소했다. 특히 “지도자들이 가난과 절망에 허덕이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안겨 주며 그들이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데 최선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선태 주교는 한 문장 한 문장에 진정성을 담아 먼저 “부활하신 그분은 우리의 힘겨운 삶에 분명 동행하고 계신다”고 신자들을 위로했다. 이어 부활하신 주님이 세상의 빛임을 재차 강조하며 “성찬례 안에서 그분을 만나면 부활의 열매를 맺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분은 우리 인간을 지칠 줄 모르게 사랑하십니다. 그분의 사랑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어둠은 없습니다. 오히려 모든 어둠이 그분의 사랑 앞에서 무기력하게 됩니다. 부활은 사랑이 죽음보다 강하며, 궁극적으로 사랑만이 승리한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청주교구장 장봉훈 주교도 “성찬례는 우리에게 형제애를 실천하라고 호소하고 있다”며 “코로나19 장기화로 경제적 고통을 겪고 있는 이들, 가난과 외로움울 뼈저리게 느끼는 사람들에게 물질과 시간을 나눔으로써 사랑을 실천하자”고 당부했다.

한편 춘천교구장 김주영 주교는 ‘선을 향한 우리의 마음’을 강조했다. 김 주교는 “‘선과 봉사’의 백신을 맞는 것은 어떨지 생각해 보자”며 “이는 이웃을 위해 선한 행위를 망설이지 않은 착한 사마리아 사람이 되기를 희망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또 “희망의 표징이 절실한 이 시대에, 대홍수 끝에 싱싱한 올리브 잎과 함께 노아의 방주로 되돌아온 비둘기처럼 세상에 희망을 전하는 사람이 되자”고 권고했다.

■ 내 안의 그리스도께서 사시는 삶

대구대교구장 조환길 대주교와 인천교구장 정신철 주교, 마산교구장 배기현 주교는 암울한 세상 속에서도 하느님 말씀 안에서 힘과 희망을 얻자고 입을 모았다. 조 대주교는 “신앙생활 안에서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항상 말씀과 함께하는 삶을 살아가자”고 강조했다. 이어 “나의 이기심과 아집, 욕망을 버리고 내 안에 심겨진 말씀의 씨앗이 제대로 싹을 틔워 꽃 피우고 열매 맺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이러한 노력이 지금 여기서부터 부활의 삶을 살도록 이끄는 것”이라고 당부했다.

정신철 주교도 “주님 말씀에 대한 깊은 믿음이 부활한 주님을 보게 하고 만나게 하며, 우리를 변화의 길로 이끌어 준다”면서 “나를 벗어나 주님 말씀에 대한 깊은 믿음으로 부활을 체험해 기쁨과 희망을 선포하자”고 말했다.

마산교구장 배기현 주교는 “선악과 진위의 잣대는 인간이 마지막까지 휘두를 수 없는 것이며, 만일 그렇지 않을 때 다시금 인간은 인간이기를 포기하고 서로에게 늑대가 되고 만다”고 지적했다. 이어 “진리는 우리 손만으로 쟁취ㆍ구현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말씀으로부터 주어진 진리를 ‘그렇다!’, ‘그렇구나!’를 반복해서 깨달으며 구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수원교구장 이용훈 주교는 “보편적 형제애의 실천은 가정에서부터 시작한다”고 강조했다. “신앙 안에서 가족 구성원이 맺는 유대와 사랑이야말로 우리 교회와 사회를 지탱하는 원천입니다. 더욱이 가정에서부터 시작되는 사랑의 실천, 곧 가난한 이웃을 향한 나눔과 봉사는 전 인류의 존엄을 향한 하느님의 보편적 사랑을 드러내는 가장 아름다운 부활의 노래가 될 것입니다.”

원주교구장 조규만 주교는 “코로나19가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결국 서로 사랑하라는 뜻 아닐까요?”라고 물으며 “부활한 우리들의 삶에는 마스크도 없을 것이고, 거리두기도 없을 것”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어 “우리 그리스도 신앙인들은 장엄한 부활의 기적을 믿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라고 덧붙였다.

전주교구 개갑순교성지 안 십자가의 길 제15처인 빈무덤 주제 부활동산.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 충만한 사랑의 형제애 그리고 연대

광주대교구장 김희중 대주교와 의정부교구장 이기헌 주교, 제주교구장 문창우 주교는 충만한 사랑의 형제애를 강조하며 연대의 힘이 필요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희중 대주교는 “우리 모두가 연대하는 공동체성 회복을 통해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1980년 5월 우리 지역민들이 겪었던 군부 쿠데타의 희생을 겪고 있는 미얀마 국민에게도 하루빨리 민주주의가 회복돼 그들도 주님 부활의 기쁨을 함께 나눌 수 있길 바라며 기도하자”고 당부했다.

이기헌 주교는 “좋은 마음은 구체적인 실천으로 이어지며 우리 삶에서 육화돼야 한다”며 “이 땅이 정의롭고 평화로우며 서로 돕고 사는 나라가 되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가난한 나라 이웃들을 위한 ‘백신 나눔 운동’과 미얀마의 비극을 끝내기 위한 기도 운동에 적극 동참해 주길 호소했다.

문창우 주교도 ‘백신 나눔 운동’에 동참하고 미얀마의 민주화 운동에도 보편적인 인류애 속에서 연대하자고 당부했다. 아울러 현재 무분별하고 광범위하게 이뤄진 개발이라는 이름의 자연파괴로 인해 훼손되고 있는 제주의 현실을 꼬집으며 ‘생태적 회개의 삶’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제주 제2공항 여론조사 결과를 행정권자가 쉽게 무시해 버리는 모습을 지적하며 “현대 민주주의 질서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며 제주의 미래를 위한 현 제주 도정의 정당성을 다시 생각해 보게 한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안동교구장 권혁주 주교는 최근 프란치스코 교황이 발표한 회칙「모든 형제들」을 인용해 “부활하신 주님께서 친히 우리 삶 한가운데로 들어오시어 우리에게 ‘생생한 희망’을 주신다”며 “특별히 교황님께서 우리 모두를 희망으로 초대하신다”고 말했다.

한편 대전교구장 유흥식 주교는 “우리는 부활의 증거자가 돼야 한다”며 “성 김대건 신부님을 비롯한 순교자들의 삶에서 참된 생명에 대한 희망을 삶으로 증거하기 위한 용기와 지혜를 찾고 받아들이자”고 밝혔다.

성슬기 기자 chiar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