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론(요지) 대구대교구장 조환길 대주교
“언젠가 기쁘게 다시 만날 것 고대합니다”
이문희 바울로 대주교님께서 선종하시기 바로 전날 저녁에 장신호 주교와 함께 병원에 가서 마지막 병자성사를 드리고 임종을 돕는 기도를 바쳤는데, 몇 시간 후에 조용히 하느님 곁으로 가셨습니다.
이 대주교님의 시 중에 ‘고독한 기도’라는 시가 있습니다.
“누가 오기만 기다려지는 저녁. 자꾸 올 것만 같은 것은 차라리 누구를 만나고 싶은 마음이다. 바람 소리 먼 산은 말 없는데 오히려 올 이는 벌써 왔는지도 모른다. 보지 못하여 누구인지 모르고 찾아가지 못하여 기다리는, 그러나 분명 있기에 기다리는, 그리고 만나야 하기에 찾는 내 영혼의 임자여.”
이 대주교님께서는 그 ‘임자’를 만나기 위해서 주일 새벽에 마치 마리아 막달레나가 주님을 만나기 위해서 무덤으로 향했듯이 그렇게 떠나셨습니다.
이 대주교님을 매혹시킨 사람이 누구인가 하는 것을 당신이 밝히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루르드의 성모님이십니다. 이 대주교님께서는 프랑스에 가실 일이 있으면 꼭 루르드에 들려서 교구를 위해 기도하시고, 침수까지 하시고 오셨습니다.
두 번째는 나가사키 순교자들과 그 후예들입니다. 여러 차례 신자들을 데리고 나가사키 성지순례를 가셨고, 또 여러 성지 코스를 개발하셨습니다.
마지막으로 대주교님을 매혹시킨 사람은 이윤일 요한 성인과 대구의 순교자들입니다. 이윤일 요한 성인을 교구의 제2주보성인으로 선포하셨습니다. 한티성지를 개발하시고, 경주 산내의 진목정성지를 개발하는 데에도 많은 정성을 기울이셨습니다.
이 대주교님은 순교자의 후손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우리 교구 초대 주교님이신 드망즈 주교님께서 1919년 계산성당을 증축하실 때 큰 희사를 하셨던 분 중에 한윤화(야고보)라는 분이 계시는데, 그분의 부인이 복자 김종륜(루카)의 종손녀인 김명산(로사)입니다. 이 대주교님의 모친 한덕희 여사가 바로 이분들의 따님입니다.
오늘 복음은 마태오 복음 5장 산상설교에 나오는 참된 행복에 대해서입니다. 이 대주교님께서는 그 참된 행복을 실제로 사신 분이십니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이문희 바울로 대주교님. 우리에게 큰 모범을 보여서 참으로 감사드립니다. 편안히 하느님 나라로 떠나십시오.
저희들도 열심히 살아가겠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저희들도 그곳에서 대주교님을 기쁘게 다시 만날 것을 고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