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이문희 대주교 장례미사 - 추모사

입력일 2021-03-23 수정일 2021-03-23 발행일 2021-03-28 제 3237호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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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착한 참 목자였던 이문희 대주교를 이제 주님의 손에 맡깁니다. 영원하고 평안한 안식 누리소서.”

3월 17일 오전 10시30분 대구 주교좌범어대성당에서 열린 장례미사는 한국교회 큰 어른을 떠나보내는 슬픔과 아쉬움 속에 차분히 진행됐다. 또 장례미사에 참례한 사제단과 신자들은 ‘사랑의 힘을 키워 한국교회 발전에 이바지’해달라는 고인의 유지를 엄숙히 받들 것을 다짐하기도 했다. 미사를 주례한 대구대교구장 조환길 대주교의 강론과 함께, 고인을 기리는 메시지와 고별사 요지를 소개한다.

■ 강론(요지) 대구대교구장 조환길 대주교

“언젠가 기쁘게 다시 만날 것 고대합니다”

이문희 바울로 대주교님께서 선종하시기 바로 전날 저녁에 장신호 주교와 함께 병원에 가서 마지막 병자성사를 드리고 임종을 돕는 기도를 바쳤는데, 몇 시간 후에 조용히 하느님 곁으로 가셨습니다.

이 대주교님의 시 중에 ‘고독한 기도’라는 시가 있습니다.

“누가 오기만 기다려지는 저녁. 자꾸 올 것만 같은 것은 차라리 누구를 만나고 싶은 마음이다. 바람 소리 먼 산은 말 없는데 오히려 올 이는 벌써 왔는지도 모른다. 보지 못하여 누구인지 모르고 찾아가지 못하여 기다리는, 그러나 분명 있기에 기다리는, 그리고 만나야 하기에 찾는 내 영혼의 임자여.”

이 대주교님께서는 그 ‘임자’를 만나기 위해서 주일 새벽에 마치 마리아 막달레나가 주님을 만나기 위해서 무덤으로 향했듯이 그렇게 떠나셨습니다.

이 대주교님을 매혹시킨 사람이 누구인가 하는 것을 당신이 밝히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루르드의 성모님이십니다. 이 대주교님께서는 프랑스에 가실 일이 있으면 꼭 루르드에 들려서 교구를 위해 기도하시고, 침수까지 하시고 오셨습니다.

두 번째는 나가사키 순교자들과 그 후예들입니다. 여러 차례 신자들을 데리고 나가사키 성지순례를 가셨고, 또 여러 성지 코스를 개발하셨습니다.

마지막으로 대주교님을 매혹시킨 사람은 이윤일 요한 성인과 대구의 순교자들입니다. 이윤일 요한 성인을 교구의 제2주보성인으로 선포하셨습니다. 한티성지를 개발하시고, 경주 산내의 진목정성지를 개발하는 데에도 많은 정성을 기울이셨습니다.

이 대주교님은 순교자의 후손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우리 교구 초대 주교님이신 드망즈 주교님께서 1919년 계산성당을 증축하실 때 큰 희사를 하셨던 분 중에 한윤화(야고보)라는 분이 계시는데, 그분의 부인이 복자 김종륜(루카)의 종손녀인 김명산(로사)입니다. 이 대주교님의 모친 한덕희 여사가 바로 이분들의 따님입니다.

오늘 복음은 마태오 복음 5장 산상설교에 나오는 참된 행복에 대해서입니다. 이 대주교님께서는 그 참된 행복을 실제로 사신 분이십니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이문희 바울로 대주교님. 우리에게 큰 모범을 보여서 참으로 감사드립니다. 편안히 하느님 나라로 떠나십시오.

저희들도 열심히 살아가겠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저희들도 그곳에서 대주교님을 기쁘게 다시 만날 것을 고대합니다.

3월 17일 대구 주교좌계산성당에서 출관예절을 마친 뒤 이문희 대주교의 관을 실은 운구차가 성당을 나가고 있다. 사진 방준식 기자

대구 주교좌범어대성당에서 한국 주교단과 함께 대구대교구장 조환길 대주교(제대 가운데)가 미사를 집전하고 있다. 사진 박원희 기자

이 대주교의 조카 박명훈씨(맨 오른쪽)를 비롯한 유가족들이 장례미사에 참례하고 있다. 사진 우세민 기자

■ 고별사(요지)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

“평생 교회와 교구 발전을 위해 사신 분”

오늘 우리는 존경하고 사랑하는 이문희 바울로 대주교님께서 천상의 고향으로 되돌아가는 길에 함께하고 있습니다. 자비하신 주님께서 사랑하시는 이문희 대주교님을 당신의 나라에 받아주시어 영원한 안식을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이문희 대주교님은 평생을 하느님의 섭리에 온전히 의탁하며 오로지 교회를 위해 교구의 발전을 위한 삶을 사셨습니다. 이 대주교님은 하느님이 창조하시고 사랑하시는 사람들을 봉사하는 사람들이 될 수 있도록 양성하는 교육사업에 큰 노력을 기울이셨습니다. 교회는 사람들에게 하느님의 사랑을 전해줘야 한다고 강조하셨고, 소외되고 어려운 이들 같은 사회적 약자를 위한 복지사업에 주력하셨습니다. 대주교님은 오래전부터 세계의 변화와 흐름을 간파하시고 한국교회와 대구대교구를 세계화의 한복판으로 이끌어주셨습니다.

한국교회가 많은 외국교회들과 교류하고, 사제들도 외국으로 파견하여 사제들에게 더 넓고 큰 세상을 보게 하고, 교회의 사목활동이 보편교회와 늘 관계가 있음을 주지시켜 주셨습니다. 대주교님의 사목적 혜안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주님의 부활을 준비하는 이 사순절에 지상의 삶을 마치고 하느님 나라의 복된 삶을 시작하신 이 대주교님을 위해 함께 기도하며 남아있는 우리도 매 순간을 주님 안에 충실하게 살기를 다짐해봅니다.

■ 고별사(요지)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

“보여주신 사랑과 가르침 오래 간직할 것”

은총의 사순 시기에 한국 주교단의 큰 어른이시며 대구대교구의 영적 아버지이신 이문희 대주교님을 주님께 보내드리는 순간을 맞고 있습니다.

주님을 위해 사랑과 희생을 최고의 덕목으로 삼고 살아야한다는 가르침을 주시며 이를 몸소 실천하셨고, 이제는 그 모든 것을 이루시고 끝으로 애타게 만나고 싶어 하시던 주님 품 안에 드셨습니다.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대주교님은 이 말씀을 당신의 사목표어로 삼으셨습니다. 바로 이 지상에 주님의 나라 건설을 위해 간절히 바라시며 애덕과 나눔, 자선사업에 온 힘을 기울이셨습니다. 대주교님께서는 일선 사목에서 물러나신 후 호스피스 교육을 받는 투혼을 발휘하시며 봉사의 길을 찾아 나서시는 모범을 보이기도 하셨습니다.

한국천주교회와 대구대교구, 그리고 우리 모두는 대주교님께서 보여주신 가없는 사랑과 가르침을 오래오래 간직하며 기억할 것입니다. 공경하올 이문희 바울로 대주교님을 주님께 맡겨드리는 우리의 마음은 못내 아쉽고 슬프기 그지 없습니다. 그러나 대주교님께서는 비로소 세상 고뇌와 육체적 아픔과 고통을 모두 벗어버리시고 주님께서 주시는 끝없는 행복과 기쁨이 펼쳐지는 천상전례에 참여하시게 되었습니다.

공경하올 대주교님, 주님 안에서 영원한 행복 누리시기를 빕니다.

■ 고별사(요지) 대구대교구 평신도위원회 이동구(마티아) 총회장

“하느님 집에서 영원한 안식 누리십시오”

2021년 3월 14일 오전 1시20분 8대 대구대교구장이신 이문희 바울로 대주교님께서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고 선종하셨습니다. 이문희 대주교님께서는 1972년부터 1986년까지 대구대교구 보좌주교로, 1986년부터 2007년까지는 교구장 대주교로 봉직하시며 교구를 비약적으로 발전시키셨습니다. 그 크신 공로에 깊은 감사와 존경을 드립니다.

대주교님의 업적은 너무나 크고 많아서 제가 감히 어떻게 담을 수 있겠습니까마는, 하느님의 섭리를 따라나서는 감사와 인고의 세월이셨고, 오로지 하느님의 말씀과 영광을 위해 헌신하셨습니다. 순교자에 대한 관심과 존경이 남다르셔서 올바른 신앙생활을 하려면 순교자를 공경하고 그 삶을 본받으려는 마음자세가 절실히 요망된다고 하시면서 한티성지를 개발하셨습니다. 대주교님께서는 대구대교구 제2주보이신 이윤일 요한 순교성인의 묘소를 찾으려 많은 애를 쓰셨고, 지금의 관덕정에 그 유해를 모시고 성지로 개발하는 데에도 큰 업적을 쌓으셨습니다. 교구 평신도사도직단체를 중심으로 가정교회를 추구하시는 모습 속에서 우리 평신도에 대한 무한한 열정과 사랑과 배려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제 당신께서 준비하시고 그리워하시던 대로 하느님 곁에 가셨으니 병고도 없고 아무런 근심걱정 없는 하느님의 집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리십시오. 대구대교구의 역사 속에서 영원히 살아계실 이문희 바울로 대주교님,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