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민족·화해·일치] 국제 ‘마라손’ 경기대회서 뛰어보기 / 박천조

박천조(그레고리오)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연구위원
입력일 2021-03-16 수정일 2021-03-16 발행일 2021-03-21 제 3236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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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4월 열릴 예정이던 평양마라톤대회가 최종 취소됐습니다.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 실제 평양에서 달리는 것과 같은 비대면 가상 마라톤을 추진했었는데 2020년에 이어 2년 연속 대회가 취소된 것입니다.

평양마라톤대회는 중국 베이징에 본사를 둔 북한 전문 고려여행사가 참가자를 모집했습니다. 즉 2박3일 또는 3박4일 관광일정에 포함돼 있는 상품으로 관광객들은 북쪽 체류 중에 이 행사에 참가할 수 있습니다. 평양마라톤대회는 북쪽에서 ‘국제 마라손 경기대회’로 불립니다. 북쪽은 영문 ‘Marathon’을 우리와 달리 ‘마라손’으로 읽고 씁니다.

이 마라톤 코스는 김일성 경기장을 출발해 개선문과 1호 도로(금성거리), 능라교, 조중우의탑 등을 돌아 다시 김일성 경기장으로 복귀하고 대동강변을 따라 왕복을 하기에 풍광이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5㎞, 10㎞, 하프코스, 풀코스 등 거리도 다양합니다.

평양시내에는 살구꽃이, 대동강변에는 버드나무가 일품이니 달리면서 바라보는 풍경은 참으로 멋있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우리나라에는 시내에 벚꽃이 많은데 비해 평양시내에는 동요 ‘고향의 봄’에 나오는 ‘살구꽃’이 유명합니다.

평양마라톤대회는 북쪽의 국가적 명절인 김일성 주석의 생일(4월 15일)을 앞두고 개최됩니다. 1981년부터 개최되다가 2014년부터는 우리나라 국적을 제외한 다른 국가 민간인들 참가를 허용해 왔습니다. 그동안 우리나라 민간인들 참가가 어려웠다는 점이 참으로 아쉽습니다. 관계개선이 됐더라면 한 번쯤은 뛰어 볼 만한 곳인데 말입니다. 마라톤과 조깅을 포함한 국내 달리기 인구가 600만 명이 넘어선 것으로 알려져 있으니 달리기 좀 하신다는 분들에게는 충분히 매력적인 곳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올림픽과 같은 큰 행사보다 민간이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체육 교류가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정치군사적 부분이 갖는 무게에 비해 문화체육 교류는 어렵지 않은 말과 경험으로 갈등을 완화해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2032년 하계올림픽 우선협상자로 호주 브리즈번이라는 도시가 선정됐다고 합니다. 2018년 4월 남북정상회담 후속회담에서 남북 스포츠 협력의 일환으로 논의됐던 ‘서울평양 공동올림픽’이 무산된 것 같아 속이 상합니다. ‘서울평양 공동올림픽’이 상징하는 의미와 긍정적 영향을 생각한다면 개최를 위해 조금 더 노력해 주었으면 합니다. 아울러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최 시 우리 응원단이 경의선을 이용해 신의주와 단동을 거쳐 베이징으로 가는 방안도 북쪽과 논의됐으면 좋겠습니다. 평화를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건 못하겠습니까. “정녕, 평화가 없는데도 그들은 평화롭다고 말하면서, 내 백성을 잘못 이끌었다”(에제 13,10)라는 소리는 듣지 않아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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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천조(그레고리오)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