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우리 본당 선교 이렇게!] 제2대리구 문호리본당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
입력일 2021-03-16 수정일 2021-03-16 발행일 2021-03-21 제 3236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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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마음 움직이는 비결은 ‘생활밀착형 선교’
작지만 유서 깊은 공동체 
가족적 분위기와 신앙생활로 서로를 향한 관심·배려 높아
부활·성탄 구역 판공성사 ‘눈길’
차량봉사와 집 고쳐주기 등 지역사회 돕는 일에도 앞장

부활 및 성탄시기 구역 고해성사(판공성사)는 본당의 오랜 전통이다. 1구역 2반 신자들이 2019년 부활 구역 판공성사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문호리본당 제공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문호리는 북한강이 마을을 가로질러 남북으로 흐르는 곳으로 강과 산으로 둘러싸인 천혜의 자연경관을 자랑한다.

이곳 서종면 하문호나룻터길 9-4에 자리 잡은 제2대리구 문호리본당(주임 신윤섭 신부)은 본당 온라인 카페의 소개 글귀처럼 ‘작지만 역사가 깊은 본당’이다.

외적으로 신자 수 약 700명에 2014년 본당으로 설립돼 올해 7주년을 맞은 단출한 모습을 보이지만 그 기원은 14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자료에 따르면 1879년 서종면에 살던 인동 장씨가 영세하면서 신앙의 싹을 틔웠고 그의 전교로 1880년대 중반 지역에 작은 신앙공동체가 형성됐다.

1890년 풍수원본당 르 메르 주임 신부가 처음으로 공동체를 방문하며 무너미공소가 설립됐고 이후 명칭이 변경된 문호공소 시절을 거쳐 본당으로 새로운 출발을 했다. 무너미공소 얘기는 뮈텔 주교 일기에도 등장한다. 1892년 2월 10일, 영하 16도의 추운 겨울날 르 메르 신부가 무너미공소를 사목 방문 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문호리본당 공동체는 그런 유서 깊은 신앙에 대한 자부심에 더해 최근 2년 연속 대리구로부터 우리 가족 찾기 우수 본당에 선정돼 새로운 선교 자긍심을 갖게 됐다.

총회장 김화일(알렉산델)씨는 “냉담교우를 교회로 이끄는 일은 그리스도를 믿는 신자라면 당연히 해야 할 의무로 생각한다”며 “그래서 우수본당 선정은 ‘본당이 지금껏 잘해오고 있었구나’라는 뿌듯함과 함께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의욕을 갖게 한다”고 말했다.

본당이 소재한 서종면은 불과 100년 전만 해도 양평군 서쪽 끝이라 불릴 만큼 오지였다. 그러나 현재는 주민들이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다. 20년 전보다 2배가 늘었다. 본당 공동체도 80%가 외지 유입 신자로 구성돼 있다. 거주 지역이 넓게 분산돼 있고 50대 이상이 전 신자의 60%일 만큼 연령대가 높은 특성을 보이는데, 암 환자와 같이 건강 등 이유로 지역에 들어온 임시 거주 인원들도 많은 편이다.

신윤섭 신부(오른쪽 두 번째)와 김화일 총회장(신 신부 왼쪽) 및 본당 관계자들이 선교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본당은 그간 신자들이 자신과 공동체와 세상 안에서 하느님과의 관계를 바라보는 기본적인 신앙생활에 토대를 쌓으며 하느님을 우선하고 이웃을 살피는 밝고 화목한 본당으로 성장하는데 노력을 기울였다.

무엇보다 가족적이고 화기애애한 친근한 분위기는 공동체의 특성으로 꼽힌다. 규모가 작다 보니 신자들 면면이 한 눈에 들어오는 요인도 있지만 서로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과 배려가 그 배경에 있다.

한마디로 생활밀착형 선교다. 냉담 중인 이웃들에게 지속해서 시선을 맞추며 안부를 묻고 같이 식사를 하거나 본당 행사에 초대하고 본당 주보를 전해주는 것도 잊지 않는다.

전입해 온 신자가 있으면 주보에 공지하고 미사 시간에 공동체가 환영해 줌으로써 이사라는 환경 변화로 냉담교우가 발생하지 않도록 신경을 쓴다. 연로한 신자들이 많고 장례미사도 빈번하기에 연령회원들을 통한 선교도 큰 몫을 차지한다. 자모회원들 경우 자녀들 학교를 통해 이사 온 학부모들과 양육 정보 등을 나누며 선교에 나선다.

본당의 오랜 전통인 부활 및 성탄시기 구역 고해성사(판공성사)도 선교의 장이다. 이 시간에는 신자들이 구역별로 가정에 한데 모여 미사 봉헌과 함께 준비한 음식도 나누는데, 이때 냉담교우나 관심 있는 지역민들을 초대해서 자연스럽게 교회로 이끈다.

소공동체위원장 나은순(레티치아)씨는 “무언가 티를 내는 선교가 아니라 생활 속 선교를 하는 신자들이 많은데 그런 마음들이 냉담 중인 신자들을 교회로 다시 이끄는 힘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처럼 공동체는 냉담교우나 비신자에게 다가갈 때 설득이나 호감을 사는 것에 앞서 그리스도의 향기를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데에 중점을 둔다. 그 향기가 교회와 멀어지거나 아직 하느님을 모르는 이들에게 스스로 문호리본당 공동체와 함께 하고픈 동기부여를 해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사회복음화 차원에서 지역민과 함께하는 작업도 활발하다. 차량봉사단을 조직해서 본당 어르신과 암 환자들이 많이 거주하는 인근 마을을 찾아 주일미사 참례를 돕는다. 또 형편이 어려운 가정을 수시로 방문해 후원하고 연말에는 생활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도 지급한다. 올해는 영정 사진 찍어주기, 집 고쳐주기 등의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공동체에 40~50대 연령층이 거의 없는 것은 숙제이기도 하다. 선교분과장 정영숙(헬비사)씨는 “앞으로 젊은 층에 활동 중점을 두고 선교하는 방안도 지속해서 고민하고 모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윤섭 신부는 “선교는 하느님을 알리는 것이라 할 때, 하느님 체험을 살아내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이라며 “관심과 사랑이 우리가 평생 살아야 하는 선교임을 기억하고 그 ‘실천’을 항상 염두에 두자”고 당부했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 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