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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명동성당, 세상을 비추는 우리들의 ‘밝은 동네 성당’

김선필(베드로·서강대학교 신학연구소)
입력일 2021-02-16 수정일 2021-02-16 발행일 2021-02-21 제 3232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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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께서는 우리를 “세상의 빛”(마태 5,14)이라고 부르셨습니다. 그러니 교회는 더 밝은 빛을 낼 것입니다. 세상의 빛들인 우리가 한데 모여 빛 자체이신 하느님을 찬양하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우리는, 우리들의 교회는 세상을 밝게 비추는 존재로 살아갑니다.

우연인지 몰라도, 명동성당이 위치한 명동은 ‘밝은 동네(明洞)’를 뜻합니다. 바로 그 명동에 명동성당이 우뚝 서있다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저는 이 밝은 동네에 한국교회를 상징하는 큰 성당을 세우고, 그곳에서 세상을 밝게 비추고 싶으셨던 하느님의 계획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됩니다. 실제로 명동성당은 한국사회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고통 받는 이들의 안식처가 되어주었습니다. 그렇게 명동성당은 한국사회를 밝게 비추는, 말 그대로 ‘밝은 동네 성당’으로 우리와 함께 해왔습니다.

코로나19가 불러온 위기는 많은 이들을 고통스럽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런 위기 앞에서 명동성당은 다시 세상을 밝게 비추고 있습니다.

얼마 전 명동성당 안 옛 계성여고 터에 문을 연 ‘명동밥집’을 통해서 말입니다. 코로나19로 가장 괴로운 사람들은 가난한 사람들입니다. 특히 오갈 데 없는 노숙인들은 코로나19의 감염원으로 오인받기 쉽기 때문에, 하루에 밥 한 끼 얻어먹기도 힘든 상황입니다. 명동성당은 ‘명동밥집’을 통해 그들에게 따뜻한 밥 한 끼를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밥 한 끼는 명동에 있는 작은 식당들에서 마련했습니다. 추위와 굶주림에 시달리던 노숙인들의 얼굴에, 매출 급감으로 괴로워하던 식당 종사자들의 얼굴에 밝은 빛이 돌아오고 있습니다. 그렇게 명동성당은 코로나19로 위기에 처한 이들의 안식처로 빛나고 있습니다.

이렇게 보니, 명동성당은 고통스러워하는 이들을 품어 안을 때 환하게 빛을 냈던 것 같습니다. 이와 관련된 예수님의 말씀이 떠오릅니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마태25,40) 그렇습니다. 명동성당이 품어왔던 그들이 바로 예수님이셨던 것입니다. 가장 작은 이의 모습으로 오시는 예수님을 환대(hospitality)의 정신으로 맞이하니, 명동성당은 세상을 환하게 비추는 곳이 될 수 있었습니다.

명동성당이 세상을 비추는 ‘밝은 동네 성당’이 되는 방법은 단순하지만, 명확해 보입니다. 가장 작은 이의 모습으로 오시는 예수님을 성당 안뜰로 맞이하는 것입니다. ‘명동밥집’은 밥 한 끼를 통해 우리 시대의 예수님들을 명동성당으로 모셔오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빛 자체이신 예수님을 따뜻하게 안아드릴 때, 명동성당은 빛이 날 것입니다. 우리 한국교회도 빛이 날 것입니다.

김선필(베드로·서강대학교 신학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