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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에세이] 누군가 널 위해 기도하네 / 이주현(헬레나)

이주현(헬레나) (제1대리구 서천동본당)
입력일 2021-01-26 수정일 2021-01-26 발행일 2021-01-31 제 3230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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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후반의 아버지는 당신의 건강을 너무 자신하셔서 그런지, 그동안 한 번도 위내시경, 대장내시경 같은 검진을 받지 않으셨다. 작년 이맘때 자식들 성화로 처음으로 내시경 검사를 받으셨다. 그런데 ‘맙소사!’ 위에서 암 조직이 발견됐다.

불행 중 다행으로 아주 초기 상태였다. 진단 병원에서는 ‘간단한 수술로 조직을 떼어 낼 수 있다’며 근처 대학병원으로 연계해 주었다. 간단한 수술이라지만, ‘우리 아버지가 암이라니….’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다. 또 코로나19 사태로 병원에서 병간호 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한 명뿐이라 교대 없이 나 혼자 아버지 병간호를 할 수밖에 없었다.

가족 중 유일한 천주교 신자였던 나를 평소 ‘예수쟁이’라 부르셨던 아버지. 그 곁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기도뿐이었다. 수술 전 간단한 검사를 받으러 아버지가 병실을 비우실 때면, 병원 지하에 마련된 성당에 가서 성체조배도 하고 본당 꾸리아 단장님께도 아버지를 위한 기도를 요청했다.

너무나 감사하게도 꾸리아 단장님께서는 비신자인 아버지를 위해 각 레지오 단장님들께 함께 기도해 주시라고 요청하셨다. 드디어 수술 당일, 예정된 수술 시간이 되자 레지오 단장님들을 비롯한 많은 레지오 단원분들의 응원과 ‘함께 기도하고 있다’는 연락이 빗발쳤다. 한 번 만난 적도 없는 우리 아버지를 위해 모두 기도의 힘을 보태주셨다. 그 덕분에 아버지는 수술은 무사히 잘 마치셨고 현재는 건강을 다시 찾으셨다.

회복하신 아버지께서는 “다 네가 열심히 성당 다니고 하느님께 기도한 덕에 이렇게 건강을 찾은 것 같다. 하느님께서 아빠를 살려주신 것이다”고 하시며 “기도해 주신 본당 모든 분들에게 대신 감사의 인사를 전해달라”고 하셨다. 감동이었다. 하느님을 모르던 우리 아버지가 기도의 힘을 느끼신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비록 아직 세례를 받진 않으셨지만, 아버지의 마음 한쪽에도 하느님의 크신 사랑과 은총이 피어나고 있었다.

하느님은 공평하시고 모든 인간을 사랑하신다는 것, 그리고 언제나 나와 함께 계신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늘 우리 주변에는 누군가의 기도와 도움을 기다리고 있는 많은 사람이 있다. ‘누군가 널 위하여 누군가 기도하네’라는 성가 가사처럼 홀로 외롭고 마음이 무너진 사람들을 위해 기도를 해 주는 것, 그것이야말로 주님 안에서 사랑으로 하나 되는 작지만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는 걸 깨달았다.

이주현(헬레나) (제1대리구 서천동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