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사랑과 생명의 문화를 만들자] 생명의 보금자리 ‘가정’ 이렇게 진행합니다

이소영 기자
입력일 2021-01-05 수정일 2021-01-05 발행일 2021-01-10 제 3227호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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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문화 건설하는 가정의 역할은 대체할 수 없어”
사랑과 생명의 터전인 가정 공동체
출산 통해 생명 전달의 임무 지니며 올바른 생명관 자리잡도록 가르쳐야
태교·성교육·자연주기법·말기 돌봄
생명의 문화 중심에 둔 실천법 소개 
생명에 대한 가정의 사명 일깨워

‘미혼모에게 용기와 희망을’, ‘낙태종식 기획’, ‘생명 기획.’ 2018년 말부터 현재까지 가톨릭신문사가 이 땅에 사랑과 생명의 문화를 만들기 위해 연재해 온 기획들이다. 가톨릭신문사는 ‘사랑과 생명의 문화를 만들자’는 기치 아래 ‘미혼모에게 용기와 희망을’이라는 첫 번째 기획으로 생명을 지킨 미혼부·모들에 대한 관심을 요청했고, 두 번째 기획인 ‘낙태종식 기획’을 통해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가장 보호받아야 할 생명인 태아들을 위한 지지를 호소했다.

2020년 한 해 격주로 연재한 ‘생명 기획’에서는 연말까지 제·개정됐어야 할 낙태죄 관련법에 대해 태아 생명 수호를 위해 어떤 법들이 필요한지, 참고할 만한 해외 사례에는 무엇이 있는지를 살펴봤다. 다양한 생명윤리 문제들에 대해 그리스도인들은 어떠한 관점을 지니고 살아가야 하는지와 함께 성 관련 질문에 대해 가톨릭교회는 어떤 가르침을 전하고 있는지도 알아봤다.

이제는 이러한 가톨릭 생명윤리 관점을 아는 데에서 나아가 적극적으로 행동할 때다. 지난해 말까지 낙태죄 관련 법 제·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올해부터는 태아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낙태죄마저 사라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생명의 수호자로서 앞장서야 할 그리스도인의 사명과 책임, 실천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때문에 가톨릭신문사는 2021년 한 해 가정에서부터 사랑과 생명의 문화를 만들기 위한 ‘사랑과 생명의 문화를 만들자’ 네 번째 기획 ‘생명의 보금자리 ‘가정’’을 싣는다. 이번 호에서는 향후 진행될 ‘생명의 보금자리 ‘가정’’ 기획 설명과 함께 사랑과 생명의 문화가 가정에서부터 형성돼야 하는 이유에 대해 살펴본다.

■ ‘생명의 보금자리 ‘가정’’ 무엇을 담나?

‘생명의 보금자리 ‘가정’’ 기획은 크게 두 가지 내용으로 구성된다. ‘가정에서부터 사랑과 생명의 문화’와 ‘사랑과 생명의 문화를 사는 가정들’이다.

‘가정에서부터 사랑과 생명의 문화’는 가정 내 사랑과 생명의 문화를 만들 수 있는 방법들을 생애 주기에 따라 알아보는 기획이다. 태아기 생명을 품은 가정에서는 태교, 성장기 자녀들이 있는 가정에서는 성교육, 신혼 부부 등 성숙기 생명이 있는 가정에서는 자연주기법 실천, 노년층이 있는 가정에서는 말기 생명 돌봄 등 수정 순간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생명을 품은 가정이 그 생명을 위해 어떤 활동들을 할 수 있는지 찾아 소개한다. 방법마다 사랑과 생명의 문화를 만들기 위해 이 활동이 ▲왜 실천돼야 하는지 ▲사랑과 생명의 문화 형성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교회 내 관련 프로그램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실질적으로 가정에서 어떻게 실천할 수 있는지를 알아본다.

‘사랑과 생명의 문화를 사는 가정들’은 ‘가정에서부터 사랑과 생명의 문화’와 번갈아 가며 실리는 기획이다. ‘가정에서부터 사랑과 생명의 문화’에 소개된 가정 내 사랑과 생명의 문화 형성 방법을 잘 실천하며 살고 있는 가정을 찾아 취재, 인터뷰한 내용을 담을 예정이다.

■ 사랑과 생명의 문화를 만들기 위한 가정의 중요성

“가정이 무너지면 생명도 무너진다.” 주교회의는 2004년 11월 28일 발표한 가정을 위한 교서 「가정, 사랑과 생명의 터전」에서 이렇게 밝혔다. 인간의 기본 공동체는 가정으로, 생명은 가정에서 태어나고 첫 인간관계도 가정에서 이뤄지는 등 인간 생명과 가정은 떼어서 생각할 수 없다는 의미다.

실제 사회의 기초 공동체인 가정은 ‘사랑과 생명의 공동체’다. “그리스도인 가정은 생명을 전달하고 자녀를 가르치며, 일상생활에서 그리스도교 가치를 실현하고 사회 발전에 참여함으로써 하느님 나라 건설에 이바지한다.”(「가정, 사랑과 생명의 터전」 21항) 특별히 ‘생명을 존중하는 공동체’로, 가정에서는 출산을 통해 하느님 모상을 사람에게서 사람에게 전달하는 등 생명에 봉사하는 것이 기본 임무다. 「가정, 사랑과 생명의 터전」 26항에서도 이와 관련해 “그리스도인 가정은 낙태를 비롯한 안락사·인공 수정·인간 복제 등 반생명적인 행위를 단호히 배격해야 하며, 자녀 교육에서도 올바른 생명관을 가르치고 반생명적 행위를 피하도록 반드시 가르쳐야 한다”고 조언한다. ‘죽음을 아름답게 맞이하는 공동체’로서의 역할에 대해서도 “그리스도인 가정은 인생의 종점에 다다른 구성원이 온 가족의 따뜻한 사랑과 배려 속에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최선의 도움을 주는 곳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문제는 이러한 가정이 오늘날 위기에 처해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12월 27일 발표한 제20회 가정 성화 주간 담화에서 주교회의 가정과생명위원회 위원장 이성효 주교는 “오늘날 신앙 위기의 중심에는 가정의 위기가 있다”며 “한국교회가 직면한 신앙의 위기와 신앙 전수의 위기는 가정교회를 회복하라는 절실한 호소”라고 말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상황은 그동안 도외시해 오던 가정의 위기에 주목하게 했고, 이러한 시점에서 그리스도인 가정에 주어진 사명은 매우 중대하다는 뜻이다.

특히 주교회의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와 (주)한국갤럽연구소가 2014년 실시해 펴낸 생명과 가정에 관한 설문 조사 결과 보고서 「생명과 가정」에 따르면 가정에서 부모가 자녀에게 신앙생활 등에 대해 직접 가르치고 대화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이는 곧 성·생명·사랑 등에 관한 교육도 가정 안에서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때문에 가톨릭대학교 생명대학원 원장 정재우 신부는 「생명과 가정」에 실린 ‘「생명과 가정에 관한 설문 조사」(2014년)에 대한 윤리적 성찰과 평가’라는 제목의 글에서 “젊은이들에게 성·생명·사랑·가정에 대해 말과 모범으로 가르칠 일차적인 장소가 가정이라는 것은 분명하다”며 “부모들이 이 주제에 대해 자녀들과 대화하고 가르침을 전할 방식을 모르고 어려워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가정에서 할 수 있는 성·생명·사랑 교육의 방법을 안내하는 일이 필요하다는 것을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역시 그리스도인 가정의 역할에 관한 권고 「가정 공동체」와 인간 생명의 가치와 불가침성에 관한 회칙 「생명의 복음」에서 각각 이렇게 확언했다. “인류 미래는 가정에 달려있습니다”(「가정 공동체」 86항), “가정은 탄생에서 죽음에 이르는 구성원들의 온 생애를 통해 특별한 역할을 수행합니다. 가정은 참으로 생명의 성역입니다 … 생명의 문화를 건설하는 가정의 역할은 결정적이고 대체할 수 없는 것입니다.”(「생명의 복음」 92항)

이소영 기자 lsy@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