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말씀 체험수기’ 최우수상 수상작 - 길 잃은 어린양 (하)

손수임(체칠리아ㆍ제2대리구 산본본당)
입력일 2021-01-05 수정일 2021-01-05 발행일 2021-01-10 제 3227호 4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말씀은 세상 어떤 지식보다 더 지혜로운 길잡이”

교구는 지난 해 온라인으로 성경 경시대회를 개최한 가운데, 말씀 체험수기를 공모하고 11월 15일 수상자를 발표했다. 최우수상을 수상한 손수임(체칠리아ㆍ제2대리구 산본본당)씨 수기 내용을 2회에 걸쳐 소개한다.

그즈음 본당에 한 교계 잡지에서 홍보를 나왔습니다. 후원을 요청하시며 “본당에서 10명만이라도 감옥에 신문을 10부씩 10년간 후원하는 분이 생기면 여기 온 이유가 모두 된 것”이란 말을 듣고, “바로 이거다” 싶었습니다. 하느님과 약속한 보험금을 기부금으로 쓰고자 “주님, 저의 형제 마음을 선한 마음으로 만들어 주시어 이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면 좋겠습니다”고 기도했습니다. 그리고 남편에게 이야기했더니, 쉽게 동의하지 않을 것 같았는데 신기하게도 승낙을 해주어 기쁘게 보험금을 해지하고 기부를 실천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 후에도 기부는 늘었지만, 저희의 수입 또한 늘어난 기적 속에 살고 있습니다.

여정의 토빗기 공부 중, 하느님께서는 교회 안에서의 봉사뿐만이 아니라 ‘교회 밖 가난한 이들 안에 계시는 예수님을 만나러 가야 한다’는 열망을 심어 주셨습니다. 그래서 오랫동안 생각하고 있었던 부모 없는 아이들을 돌봐주기 위해 시청에 가서 돌봄 가정이 있는지 살폈습니다. 두 달간 쫓아다니며 계획을 세운 후 함께할 자매들을 모으고 신부님 허락을 받은 후 교회 밖으로 나가 봉사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때 선행도 미리 준비하시는 하느님! 임마누엘! 야훼이레! 이신 하느님을 만났습니다.

돌봄에 후원자가 필요하면 후원자를, 학습지 선생님이 필요하면 선생님을, 물질이 필요하면 물질을 채워주신 하느님 덕분에 4명이 시작한 봉사 단체가 5년 후 23명이 되었고 후원 가정이 1곳에서 5곳으로 늘어났습니다. 봉사자 모두가 기쁜 시간이었습니다. 왜냐하면 나눔의 순간마다 저희는 살아계신 하느님을 만나고 있으니까요. 어느 봉사자가 ‘아이들을 만나고 올 때는 오히려 본인이 더 많은 하느님 위로를 받는 느낌’이라고 고백을 하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감사한 것은 첫영성체 가정교리 봉사의 영광을 주시어 늘 말씀 안에 살게 해주신 것입니다. 교리 전, 제가 먼저 집에서 말씀에 따른 실천사항을 해보며 말씀의 축복이 얼마나 큰지 경험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아이들에게 물려줄 최고의 유산은 말씀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가족회의를 거쳐 주말 저녁마다 ‘기도와 성경 말씀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고등학생 두 명과 함께 꾸준히 하기는 쉽지 않았지만, 땅속 보물을 캐 준다는 생각으로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고비 때마다 저의 부족함을 고백하며 아이들에게 전할 지혜의 말씀을 기도로 청하면 그때마다 명답을 들려주시는 신비로운 하느님께서 계셨습니다. 며칠 전 큰아이에게 “너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니?”라고 물었을 때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힘이 되어 주기 위해 능력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쉽지는 않겠지만 보람이 있는 삶이라고 생각해요”라는 아이 말에 행복했습니다.

가정에서의 말씀 나눔 후부터 “항상 기도하십시오”(1테살 5,17) 말씀은 저희 가정의 가훈이자 생활 지침이 되었습니다. 작은 성수함을 현관 벽에 붙여 두고 성수를 찍어 학교 가는 아이들 이마에 십자 성호를 그어주며 축복기도를 해주는 것은 일상이 되었습니다. 또 어떤 상황에서도 주일미사만큼은 빠지지 않았습니다. 함께할 수 있는 봉사는 같이했습니다. 중요한 판단과 결정 앞에서 말씀은 세상이 주는 어떤 지식보다 더 지혜로운 길잡이가 되었습니다. 하느님께 늘 감사를 드립니다.

주님께서 주신 소명 중 길 잃은 양 한 마리를 돌보길 원하신다는 것을 알게 된 때가 있었습니다. 냉담교우 회두 권유에 대한 미사 강론을 듣다가 “주님, 저의 시간, 노력과 돈을 당신께 봉헌하오니 저를 당신의 도구로 사용하소서”라는 기도를 드렸습니다. 그 후 게으른 제가 새벽 5시 무렵이면 저절로 잠에서 깨어나 많은 이들을 위해 기도하게 되었고 틈나는 대로 말씀 공부를 하며 들은 것을 잊지 않도록 되새기고 되새겼습니다.

처음에는 개신교 신자를 만나더라도 바른 말씀을 전달할 수 있기를 바랐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냉담교우들에게 주님께서 어떤 분이신지, 어떤 위로를 주시고 싶으신지 말씀을 전하도록 하느님께서 저를 쓰신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제가 어둠에서 빛이신 주님께로 나가면서 느꼈던 감사와 사랑과 은총을 그분들도 알아 가는 것을 보며 “저는 아무것도 아니고 주님은 모든 것입니다”라는 고백을 매일 하게 됩니다.

1년여 동안 냉담자와 입교자를 20명 넘게 인도하게 해주신 하느님께서는 시간이 없어서 못 한다는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전할 말씀을 미리 준비시켜 주시며 봉사와 일하는 와중에도 그분들을 만나게 해주셨습니다. 어느 늦은 밤, 냉담교우 한 분이 도움을 요청하셔서 달려갈 때 그분을 안타까이 여기시는 하느님이 느껴져 울컥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를 지키시기 위해 졸지도 잠들지도 않으시는 하느님을 향한 무한한 감사와 사랑이 많은 이들에게 전해지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도 바랍니다. “제 영혼이, 제 존재 자체가 하느님께 많은 위안이 되었으면 좋겠다”고요.

“네 마음을 다하고 네 목숨을 다하고 네 정신을 다하여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 그리고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마태 22,37)는 말씀을 지침으로 하느님 구원 사업에 도움을 드리고자 매일 주어진 시간이 기적임을 알고 감사드리며 살아가고자 합니다.

자아를 내려놓고 당신의 뜻이 무엇인지 알려고 애쓰는 순간부터 시작된 평화와 은총의 시간속에 봉사 중 겪는 어려움까지도 봉헌 드릴 수 있는 예물임을 알게 해주신 하느님께 감사와 영광을 드립니다. 아멘.

손수임(체칠리아ㆍ제2대리구 산본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