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서울 주교좌명동본당, 본당 설립 이후 첫 비대면 성탄 미사 봉헌

성슬기 기자
입력일 2020-12-28 수정일 2020-12-29 발행일 2021-01-01 제 3226호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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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밤 미사와 25일 낮 미사 신자 참례 제한하고 영상으로 생중계
아쉬운 마음 달래기 위해 몇몇 신자들 구유 찾기도
신령성체 기도 중요성 강조

서울대교구가 주교좌명동대성당 역사 이래 처음으로 성탄 밤 미사와 성탄 낮 미사에 신자들의 참례를 제한하고 비대면으로 미사를 봉헌했다. 명동거리는 한산했지만, 성당 앞마당에는 성탄의 기쁨을 나누려는 이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주님 성탄 대축일을 맞은 지난해 12월 25일 정오 서울 주교좌명동대성당 앞마당. 서울대교구가 정부와 서울시 방역 지침에 따라 주님 성탄 대축일 미사를 일부 비대면으로 실시하면서 성당 앞마당은 예년만큼 북적이지는 않았지만, 성탄의 기쁨을 나누려는 이들의 발길이 속속 이어졌다. 이미 성당 입구에는 오후 4시와 5시, 6시, 7시 성탄 미사 접수가 마감됐다는 안내 문구가 붙어 있었다.

미사에 참례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명동을 찾은 이들의 발걸음은 ‘성탄 구유’ 앞에서 잠시 멈췄다. 이들은 말구유에 놓인 아기 예수를 바라보며 잠시 눈을 감고 기도했다. 또 함께 온 가족, 연인들과 구유를 배경으로 기념촬영도 했다. 비신자들도 어린 자녀와 함께 성당을 방문해 고요하고 이색적인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나눴다.

카메라를 메고 아내와 함께 명동을 찾은 김정헌(베드로·서울 잠원동본당)씨는 “저희 신자들에게 크리스마스는 가장 기쁜 날 중 하나인데, 본당에서 미사를 봉헌할 수 없어 아쉬운 마음에 젊은 시절을 떠올리며 명동대성당을 찾았다”며 “한 해 동안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새해에는 백신이 보급돼 편안한 마음으로 미사에 참례할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대교구는 12월 24일 오후 8시, 10시, 자정에 각각 봉헌한 성탄 밤 미사와 다음날인 25일 정오에 봉헌한 성탄 낮 미사에 신자들의 참례를 제한하고 비대면으로 전환했다. 명동대성당 역사 이래 성탄 밤 미사와 성탄 낮 미사에 신자들의 참례가 허용되지 않은 형태로 미사를 봉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교구 홍보위원회 부위원장 허영엽 신부는 “처음으로 신자들 없이 미사를 봉헌해 많이 아쉬웠다”면서도 “비대면의 특성상 시공간 제약이 없어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미사를 봉헌할 수 있었고 나중에 영상을 보시는 분들도 많았다”고 긍정적인 점을 꼽았다.

그러면서 성체를 모시고자 하는 간절한 열망에서 마음으로 영성체를 하는 ‘신령성체’(神領聖體, spiritual communion)에 대해서도 덧붙였다. 허 신부는 “신자들에게 신령성체에 관해 질문도 많이 받고, 신령성체를 통해 주님을 모시는 특별한 체험도 많이 들었다”며 “신령성체도 영성체와 같은 은총의 체험을 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온 세상이 지쳐 있지만, 외국에서 백신이 보급됐으니 이제는 우리도 희망을 갖자”며 “다만, 프란치스코 교황님 말씀처럼 부유한 나라들이 코로나19 백신을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나눌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 달라”고 덧붙였다.

한편 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은 비대면으로 봉헌한 성탄 낮미사 강론에서 “곤경 속에 있는 우리 모두에게 주님의 성탄이 희망과 위로의 빛으로 다가오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성슬기 기자 chiar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