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드라마 음악감독 박종미씨

성슬기 기자
입력일 2020-12-28 수정일 2020-12-29 발행일 2021-01-01 제 3226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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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하며 만든 멜로디에 은총 듬뿍 담아주셨죠”
10년 전 우연히 바오로딸 수도회와 인연
세례 받은 뒤 성실한 신앙생활 이어 오며 ‘가톨릭성가 피아노 연주’ 음반 꾸준히 내
숱한 인기 드라마에 음악감독으로 참여
“듣는 이들 마음에 사랑의 씨앗 자라길”

항상 기도로 일을 시작하는 드라마 음악감독 박종미씨는 “신앙의 신비를 느낀다”고 고백한다.

“제일 좋은 때에 제일 좋은 것을 주신다고 믿습니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등록된 음악만 1000곡이 넘는 드라마 음악감독 박종미(체칠리아)씨는 지난 작업에 대해 “14년 동안 마르지 않는 샘처럼 다양한 음악적 은총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모두 하느님이 하시는 일”이라고 겸손하게 밝혔다. 항상 기도로 일을 시작한다는 그는 인터뷰 시작 전에도 잠시 눈을 감고 성호경을 그었다.

드라마 음악감독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그의 이력은 조금 독특하다. 피아노를 전공한 후 대학원 무용음악과에 진학해 현대무용, 발레 음악 창작을 하면서 미디어 음악을 접하게 됐다. 이후 기악반주, 합창반주 등을 하며 폭넓은 음악 세계에 발을 담갔고 자연스럽게 창작 욕구에 불이 붙었다. tvN 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와 MBC ‘신입사관 구해령’에 음악감독으로 참여했으며 주요 작품으로는 KBS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 MBC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 등이 있다.

박종미 감독의 신앙은 바오로딸과 인연이 깊다. 그는 10년 전 우연히 성바오로딸수도회 한국 진출 50주년 앨범에 참여하게 되면서 세례를 받아야겠다고 결심했다. 원래 반주자였던 선배가 갑자기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그가 대신 가게 됐다.

“하루는 연습 끝나고 수녀원에서 저녁을 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어요. 밤까지 울다가 웃다가 솔직한 이야기를 하게 된 거예요. 이야기 끝에 한 수녀님이 제 생일을 물어 보셨는데, 성인 체칠리아 축일과 같다는 거예요. 수녀님들이 저보고 ‘하느님께서 기다리셨네~’하셨죠. 그게 인연이 돼서 교리공부를 시작했어요. 딱 10년 전 크리스마스 때 세례를 받았습니다.”

또 바오로딸과 함께 2018년부터 지금까지 가톨릭성가를 새롭게 편곡해 연주한 디지털 싱글 시리즈 음반 ‘가톨릭성가 피아노 연주’를 꾸준히 작업하고 있으며, 지난 12월 17일에는 아홉 번째 음반 ‘성탄 메들리’를 발매했다. 성가 ‘귀여운 아기들’과 ‘사랑의 아기 예수’, ‘오늘 아기 예수’ 세 곡을 엮어 담아낸 ‘성탄 메들리’와, 판타지와 같은 서사로 성가를 편곡한 ‘기쁘다 구주 오셨네’ 등 2곡을 담아낸 앨범이다.

그는 최근 앨범에 대해 “기도를 유난히 많이 하고 작업한 앨범”이라며 “듣는 분들의 마음 속에 작은 사랑의 씨앗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또 지난 2년간 꾸준히 가톨릭성가 작업을 할 수 있었던 힘은 역시 ‘기도’에서 나온다고도 했다.

“사실 앨범 작업 전에는 막막해서 회피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도 있어요. 가톨릭성가의 거룩함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친숙한 음악으로 녹여 내야 하는 작업이라 쉽지가 않거든요. 그런데 혼자만의 힘이 아니라 성령께 은총을 청하고 기도하며 작업하다 보면 또 너무 행복해요. 이 맛에 작업을 계속하는 거 같습니다.(웃음)”

음악으로 세상과 그리고 신자들과 소통하고 있는 그의 신앙심은 성경말씀으로 더욱 깊어지고 단단해져 왔다. 한참 마음이 힘들 때는 “얘야, 용기를 내어라. 하늘의 주님께서 너의 그 슬픔 대신에 이제는 기쁨을 주실 것”(토빗 7,17)이라는 성경구절이 큰 힘이 됐다. 또 청년성서모임을 하면서는 더 작은 것에 감사할 줄 알게 됐다. 최근에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신앙생활이 힘들어지자, 친한 지인들과 SNS로 언택트 성경통독을 하며 성경의 은총을 느끼고 있다. 마지막으로 그는 맑은 얼굴로 “성경은 살아 있는 생명의 말씀”이라며 “성경을 읽으면 마음 속 사랑이 커지는 게 느껴진다”고 밝혔다.

성슬기 기자 chiar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