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민족·화해·일치] 지혜를 발견하는 자세 / 박천조

박천조(그레고리오)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연구위원
입력일 2020-11-17 수정일 2020-11-17 발행일 2020-11-22 제 3220호 22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11월 3일 시작된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가 11월 7일이 돼서야 나왔습니다. 그 결과 민주당 바이든 후보가 새로운 대통령으로 당선됐다고 언론들이 보도했습니다. 여전히 상대 후보인 트럼프 대통령의 개표소송 제기 등 여진이 있습니다만 이제야 새로운 리더십이 결정되는 것 같습니다.

과거에는 선거 결과가 이렇게 늦게 나왔다면 땅이 넓어 그런가 보다 생각했습니다만 최근에는 후진적인 미국의 선거방식과 그동안 우리가 깨닫지 못했던 미국의 민낯 때문은 아닌가 생각이 됩니다.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러 전문가와 매체들이 누가 미국 대통령이 되느냐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우리나라와 관련 있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하향식 방식이 낫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었고 단계를 거쳐 아래에서부터 추진하기 위해서는 바이든 후보의 방식이 낫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접근 방식에는 기본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미국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우리 현안인 북한 문제가 해소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북핵 문제가 남북관계에 의해 완전히 해소되기 어려운 측면도 있습니다만 우리가 무엇을 고민해 해결책을 제시할 것인가를 생각하기보다는 환경적 요인, 특히 특정한 사람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남북관계가 해소될 것이라고 바라보는 피동적 자세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시각은 북쪽의 향후 방향에 대한 판단에서도 과도하게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내년 1월 있을 8차 당대회를 전후로 북쪽이 새로운 미국 행정부를 압박하기 위해 ICBM이나 SLBM 등의 시험 발사를 진행할 것이라는 전망을 들 수 있습니다.

북쪽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조선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8차 당대회 때 새로운 국가전략 방향과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하겠다고 언급했던 점을 들어 이러한 전망을 내놓고 있는 것이죠. 이 모두가 환경적 요인들에만 방점을 찍어 열거하고 있을 뿐 ‘우리가 무엇을 고민하고 제시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검토가 생략된 것이라는 점에서 안타깝습니다.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대북정책인 ‘전략적 인내’를 바이든 후보가 승계할 것이기에 비관적으로 보는 분들이 있습니다만 ‘전략적 인내’ 때문에 남북관계의 진전이 없던 것이 아니라 오바마 전 대통령의 재임기간(2009년 1월~2017년 1월) 동안 우리 정부의 적극적 제안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있습니다. 결국 미국 정책이 아니라 우리 정부의 관계개선 의지가 부족했다는 것이지요. 남을 볼 것이 아니라 우리의 지혜를 모았으면 합니다.

“지혜는 시들지 않고 항상 빛나서 지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눈길을 언제나 끈다. 그러므로 지혜를 찾는 사람들은 그것을 발견하게 마련이다.”(지혜 6,12)

■ 외부 필진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박천조(그레고리오)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연구위원